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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로 경제 한파 극복하겠다는 정부, 산업 이해도 낮아 [신성장 4.0 전략 동상이몽①]

성장률 1.6% 전망, 콘텐츠로 신성장 동력 마련
K콘텐츠 육성 다각화했지만 “실질적 지원 부족”





경제성장률 1.6%.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시장 한파를 예고했다. 특히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반도체 업황 악화 등의 이유로 2022년 대비 4.5%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이 같은 전망과 함께 경제 활성화 방안도 공개했다. ‘신성장 4.0전략’을 통해 경제 악화의 영향을 최대한 줄이겠단 취지다. 가파른 성장을 보인 콘텐츠·플랫폼 등의 정보기술(IT) 산업을 지원, 불황의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그러나 지원 분야에 꼽힌 분야 기업 관계자들은 환영보단 되레 난감하단 입장을 표하고 있다. 줄곧 주장해온 실질적 지원은 정책에 포함하지 않았으면서 ‘성과를 내라’는 식의 부담만 높아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진흥 분야로 꼽았지만, 해당 분야 수출의 약 70%를 담당하는 게임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정부와 업계의 ‘동상이몽’을 분석한다. [편집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왼쪽)와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연합뉴스]
“뭘 지원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콘텐츠업계 관계자가 최근 범부처로 발표된 ‘2023년 경제정책방향’과 ‘신성장 4.0전략’을 보고 내린 평가다. 지원 정책에서 늘 외면받았던 콘텐츠 분야가 성장 동력의 중심축 중 하나로 꼽혔으나, 되레 실망감만 커졌다고 했다. 또 이번에 담긴 지원 방안 대다수가 이미 나왔던 내용이라 신규로 추진되는 사업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콘텐츠 제작·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전반에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데에는 맥락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를 민간 중심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통해 지원 방향을 마련하고, 규제 역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그간 내놓은 정책들로는 실질적 지원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신성장 전략에 담긴 콘텐츠 산업 육성 방안 역시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콘텐츠제작사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기업들이 마주한 문제에 대한 고민 없는 상태에서 지원 정책을 마련했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 “콘텐츠가 미래 산업”

윤석열 정부는 그간 콘텐츠 산업 진흥 기조에 맞춰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 대상에 OTT 기업을 추가하는 정책은 2023년부터 시행된다. 또 그간 법적 정의가 없어 각종 지원에서 제외된 OTT를 2022년 5월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며 제도에 안착시키기도 했다.
 
이번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이 같은 기조가 담겼다. 정부는 수출 규모 축소에 대응해 5대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정비, 활성화를 이루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해당 분야엔 그간 강세를 보인 반도체·건설 분야와 함께 콘텐츠·디지털·바이오·우주 등이 꼽혔다. 콘텐츠 산업의 위상을 정부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성장 4.0전략을 통해서도 정부는 “전통적 수출산업 외 콘텐츠·방위 산업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를 신규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콘텐츠 분야 수출 규모는 2017년 88억1000만달러(약 11조1670억원) 수준에서 2020년 119억2000만(약 15조1026억원)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미 가전(73억달러)·디스플레이 패널(41억달러)보다 비중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오징어게임·기생충·헤어질 결심·브로커 등이 국제 영화제에서 시상하는 등의 성과도 나와 해외 시장 공략이 가속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신성장 전략에 ‘한국의 디즈니 육성’ 방안을 포함했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지식재산권(IP) 기업을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1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신설한다.
 
제작 인프라 영역에서도 IP 융복합 클러스터를 경기도 고양시에 2024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확장현실(XR)·메타버스 등 차세대 콘텐츠 선도 기술 개발도 2023년부터 지원한다. OTT의 해외 시장 공략 지원 방안으론 자체 등급 분류 제도 도입을 꼽았다. 정부는 “세계 최고 기술·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히트(hit)’ 콘텐츠 제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업계 “산업 이해 떨어지는 ‘반쪽’ 지원”

정부가 이 같은 다양한 지원 제도를 내놨으나 콘텐츠 제작·OTT 업계에선 “아쉽다”는 반응이다. 해당 정책들로는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견해에서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제 지원 방안이 꼽힌다. 정부는 일몰 대상이었던 영상 콘텐츠 세액 공제 방안을 3년 연장하면서, 지원 대상에 OTT 기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세액 공제율은 기존 시행 방안 그대로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로 확정됐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한국방송협회·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해당 제도의 시행이 확정된 뒤 “세법 개정안에 업계는 깊은 회의감과 실망감을 감출 길이 없다”며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보다 공정한 위치에서 해외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도록 현행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이 높아진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어 글로벌 자본에 대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0%로 세액 공제율을 상향해야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 콘텐츠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은 세액공제율이 20~30% 수준이고, 캐나다는 30~40%를 지원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총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규모는 99억원 수준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2021년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약 6000만달러(약 845억원)의 세제 지원을 받았다.
 
OTT 기업 역시 해당 제도를 통해 지원받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세액 공제 지원 범위가 ‘직접 제작비’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세액 공제 대상 제작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출연자·작가·감독 등과 모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현재 OTT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는 직접 제작보다 ‘외주 제작 후 공급’ 혹은 ‘투자를 통한 수급’이 대부분이라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OTT 수출 강화 방안으로 내놓은 자체 등급 분류 제도 역시 ‘반쪽’으로 지적된다. 2023년 3월부터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받은 OTT 업체는 스스로 영상물의 등급을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광고·선전물심의는 여전히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수행하는 구조다. 이수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OTT가 해당 제도로 콘텐츠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광고 심의는 영상물의 유통 가능성 및 범위와 방법에 영향을 미치는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수행하는 구조는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OTT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수출 활성화 방안으로 자체 등급 분류를 꼽았지만, 이를 통한 해외 진출 효과는 매우 한정적”이라며 “되레 부담만 가중됐다”고 했다.
 
‘한류 테마 투어코스’ 역시 적절성이 부족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토종 OTT 사업자들은 단 한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글로벌 OTT와 국내 시장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가 ‘K컬처 융합 관광’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OTT 플랫폼과 협업해 한류 테마 투어 코스 개발’을 명시하면서 업계에 실망감이 번지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IP 기업 육성을 위한 1500억원 규모 펀드 재원 중 정부 출자금이 900억원에 그친다는 점도 ‘실질적 지원’과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의 파급력을 정부가 인식했다는 점은 과거 규제 일변도에서 바뀐 기조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업계 의견 청취를 통해 산업의 특수성을 조금 더 이해해 실질적 지원 방안이 정책에 반영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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