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원 쓴 네이버, 1.2조원 받은 카카오…양대 포털사가 노리는 것 [기승전-플랫폼]
‘내수 기업’ 오명 쓴 네카오, 리더십 변경 후 “글로벌 진출”
비전 선언 후 1년도 안 돼 성과 ‘뚜렷’…대형 M&A·투자 유치
C2C 집중 네이버, 콘텐츠 파고든 카카오…플랫폼 역량 ‘강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때·장소의 제약을 벗자 ‘파는 것’ 역시 다양해졌습니다. 실물 제품은 물론 콘텐츠·데이터 등 무형의 상품이 거래되고, 심지어 인력 수급도 손안 화면을 통해 이뤄집니다.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이 모든 서비스를 압축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정거장이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한 셈입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당신이 머물 수 있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대한민국 양대 포털 기업 네이버·카카오는 각각 검색·메신저란 ‘강력한 매력’으로 플랫폼을 구축했다. 금융·콘텐츠·모빌리티·쇼핑·광고 등 다양한 서비스로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적 성과를 쓰고 있다.
플랫폼 역량을 구축한 두 기업에 최근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네이버는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확장을 위해 약 1조7000억원 썼다. 카카오는 그간 구축한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생태계 가치를 인정받아 약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해외에서 유치했다. 네이버는 커뮤니티에, 카카오는 콘텐츠로 집중한 영역은 다르다. 그러나 양사 모두 ‘세계 시장 공략’이란 방향성에서 변화를 추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수 기업’ 네카오의 글로벌 진출 전략
네이버와 카카오는 앞엔 ‘내수 기업’이란 딱지가 붙는다. 플랫폼 서비스의 성과가 비교적 국내 시장에 한정해 나타나고 있단 지적이다. 해외 매출 비중을 보면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성적이 좋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양사 모두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의 2022년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이 기간 누적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20.7%에 그친다. 네이버는 지역별 실적을 구분해 공시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해외 매출 비중을 산출하긴 어렵다. 다만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인터뷰·간담회 등을 통해 대략적인 해외 매출 비중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15% 안팎이다.
그러나 연결 실적에서 제외되고 있는 라인을 포함하면 네이버의 2022년 3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2021년 35% 수준에서 5%포인트(P)가량 수치가 높아졌다.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의 경영통합 승인은 지난 2020년 이뤄졌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2020년 3분기부터 라인을 연결 실적에서 제외해 발표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로 꼽히는 메타(옛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 모회사) 등은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 이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카카오의 사업은 아직 내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한국 업체 중 대표적으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기업인 삼성전자는 약 85%의 매출을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다. LG전자 역시 전체 매출의 약 70%가 해외에서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내수 기업이란 불명예를 씻기 위해 각각 ‘글로벌 3.0’과 ‘비욘드 코리아’란 이름의 해외 사업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4월 최수연 대표 취임 직후 일본·북미·유럽 등에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 5년 내 글로벌 10억명의 사용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매출 15조원 달성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 목표 매출의 절반이 해외에서 나오도록 사업을 꾸리겠단 계획도 공개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3월 리더십을 변경하며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를 꼽고 글로벌 전략을 재편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당시 이사회에서 사임하고 ‘비욘드 코리아’를 진두지휘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고 했다.
카카오는 이 같은 글로벌 전략 재편 후 한 달 만에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30%를 달성할 것”이란 목표도 제시했다. 당시 10%대에 머물던 해외 매출 비중을 1년도 안 돼 2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썼다.
카카오는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을 달성할 핵심 사업으론 ‘콘텐츠’를 꼽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거래액을 2024년까지 3배 이상 성장시켜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겠단 취지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대형 게임의 글로벌 진출을 통해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네이버, C2C 시장 왕좌 노린다
네이버·카카오 모두 ‘세계 시장서 사업 외연 확장’으로 압축되는 비전을 선언한 지 1년도 안 돼 뚜렷한 성과를 냈다. 양사 모두 글로벌 비전을 발표하며 핵심으로 짚은 영역을 중심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세계 시장 공략의 키워드로 ‘커뮤니티’를 꼽은 네이버는 지난 6일 북미 최대 패션 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마무리했다.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한 포시마크의 대표적 특징으론 ‘커뮤니티 중심의 커머스’가 꼽힌다. 이 때문에 국내엔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포시마크 사용자 중 MZ세대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밀레니엄 세대 여성의 약 90%가 포시마크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포시마크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약 1조5250억원)로 책정됐다. 네이버는 포시마크가 보유한 가용 현금을 포함해 인수 비용으로 13억1000만 달러(약 1조6610억원)를 지급했다. 지분 100%를 취득, 포시마크는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됐다. 포시마크는 이와 동시에 나스닥 상장을 철회했다.
네이버는 그간 중소상공인(SME)을 중심으로 한 커머스 기능을 자사 플랫폼에 도입하며 사업적 성과를 써왔다. SME 중심의 서비스가 포시마크 운영 방식인 C2C와 유사하다고 판단,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포시마크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화학적 결합’(PMI·인수 후 통합) 절차를 추진 중인 네이버가 강조한 시너지 창출 방안은 ‘기술’로 축약된다. 최 대표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포시마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스마트렌즈 기술이 접목된 ‘포시렌즈’(posh lens)의 테스트 버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회사 측은 “포시마크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촬영하면, 비슷한 상품과 가격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사용자들의 검색 편의성을 한층 더 높일 예정”이라고 했다. 이 기능은 앞서 네이버가 자사 SME 커머스에 도입한 바 있다.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 직후 스페인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왈라팝’에 1003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 최대 주주로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로써 북미(포시마크)-유럽(왈라팝·베스티에르콜렉티브)-일본(빈티지시티)-한국(크림)을 잇는 C2C 플랫폼 생태계를 손에 쥐었다.
네이버가 공을 들이는 C2C 영역은 ‘차세대 커머스 격전지’로 꼽히며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e커머스 분야는 아마존과 같은 ‘절대 강자’가 포진하고 있지만, C2C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현재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네이버는 자사 플랫폼 역량으로 지역별 소통이 가능한 C2C 기능을 고도화하고, SME 중심의 상품 판매 노하우를 각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C2C 시장의 왕좌를 차지, 글로벌 3.0 전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중고거래 시장은 2021년 270억달러(약 34조원)에서 2025년 770억달러(약 9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 넘보는 카카오, IP 생태계 ‘방점’
네이버가 커뮤니티 기반의 커머스에 집중했다면, 카카오는 콘텐츠 분야를 파고들었다. 스토리·미디어·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친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각 사업 영역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마련했다.
카카오그룹 내 콘텐츠 생태계를 이끄는 곳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이 기업은 국내서 성공한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유통 체계를 해외 시장에도 고스란히 이식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다양한 영상·음악 콘텐츠의 원천 IP로 활용되는 웹소설·웹툰를 수급하고 유통하는 식의 사업 구조가 독보적인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툰·웹소설 분야에서 확보한 오리지널 스토리 IP는 약 1만개에 달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와 플랫폼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북미·아세안·중화권 등의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회사는 지난해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북미에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 등 3개 플랫폼을 아우르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도 설립한 바 있다. 약 10만명의 현지 창작자들과 협업은 물론 노블코믹스(Novel-Comics)·삼다무(3시간마다 무료) 등 자체적인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사업적 구조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 투자 유치이자,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는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각각 약 6000억원씩 담당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에 대해 “K-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것”이라며 “K-콘텐츠의 세계 진출 확대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수출을 견인토록 한다는 정부의 ‘K-컬처 성장 전략’에 발맞춰, 카카오가 보유한 디지털 네트워크 노하우 토대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재원을 글로벌 사업 확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K-컬처 열풍을 주도, 카카오그룹의 미래 비전인 ‘비욘드 코리아’를 가시화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회사 측은 “거대 글로벌 엔터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며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민국 양대 포털 기업 네이버·카카오는 각각 검색·메신저란 ‘강력한 매력’으로 플랫폼을 구축했다. 금융·콘텐츠·모빌리티·쇼핑·광고 등 다양한 서비스로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적 성과를 쓰고 있다.
플랫폼 역량을 구축한 두 기업에 최근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네이버는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확장을 위해 약 1조7000억원 썼다. 카카오는 그간 구축한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생태계 가치를 인정받아 약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해외에서 유치했다. 네이버는 커뮤니티에, 카카오는 콘텐츠로 집중한 영역은 다르다. 그러나 양사 모두 ‘세계 시장 공략’이란 방향성에서 변화를 추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수 기업’ 네카오의 글로벌 진출 전략
네이버와 카카오는 앞엔 ‘내수 기업’이란 딱지가 붙는다. 플랫폼 서비스의 성과가 비교적 국내 시장에 한정해 나타나고 있단 지적이다. 해외 매출 비중을 보면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성적이 좋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양사 모두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의 2022년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이 기간 누적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20.7%에 그친다. 네이버는 지역별 실적을 구분해 공시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해외 매출 비중을 산출하긴 어렵다. 다만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인터뷰·간담회 등을 통해 대략적인 해외 매출 비중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15% 안팎이다.
그러나 연결 실적에서 제외되고 있는 라인을 포함하면 네이버의 2022년 3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2021년 35% 수준에서 5%포인트(P)가량 수치가 높아졌다.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의 경영통합 승인은 지난 2020년 이뤄졌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2020년 3분기부터 라인을 연결 실적에서 제외해 발표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로 꼽히는 메타(옛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 모회사) 등은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 이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카카오의 사업은 아직 내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한국 업체 중 대표적으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기업인 삼성전자는 약 85%의 매출을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다. LG전자 역시 전체 매출의 약 70%가 해외에서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내수 기업이란 불명예를 씻기 위해 각각 ‘글로벌 3.0’과 ‘비욘드 코리아’란 이름의 해외 사업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4월 최수연 대표 취임 직후 일본·북미·유럽 등에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 5년 내 글로벌 10억명의 사용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매출 15조원 달성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 목표 매출의 절반이 해외에서 나오도록 사업을 꾸리겠단 계획도 공개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3월 리더십을 변경하며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를 꼽고 글로벌 전략을 재편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당시 이사회에서 사임하고 ‘비욘드 코리아’를 진두지휘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고 했다.
카카오는 이 같은 글로벌 전략 재편 후 한 달 만에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30%를 달성할 것”이란 목표도 제시했다. 당시 10%대에 머물던 해외 매출 비중을 1년도 안 돼 2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썼다.
카카오는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을 달성할 핵심 사업으론 ‘콘텐츠’를 꼽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거래액을 2024년까지 3배 이상 성장시켜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겠단 취지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대형 게임의 글로벌 진출을 통해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네이버, C2C 시장 왕좌 노린다
네이버·카카오 모두 ‘세계 시장서 사업 외연 확장’으로 압축되는 비전을 선언한 지 1년도 안 돼 뚜렷한 성과를 냈다. 양사 모두 글로벌 비전을 발표하며 핵심으로 짚은 영역을 중심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세계 시장 공략의 키워드로 ‘커뮤니티’를 꼽은 네이버는 지난 6일 북미 최대 패션 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마무리했다.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한 포시마크의 대표적 특징으론 ‘커뮤니티 중심의 커머스’가 꼽힌다. 이 때문에 국내엔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포시마크 사용자 중 MZ세대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밀레니엄 세대 여성의 약 90%가 포시마크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포시마크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약 1조5250억원)로 책정됐다. 네이버는 포시마크가 보유한 가용 현금을 포함해 인수 비용으로 13억1000만 달러(약 1조6610억원)를 지급했다. 지분 100%를 취득, 포시마크는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됐다. 포시마크는 이와 동시에 나스닥 상장을 철회했다.
네이버는 그간 중소상공인(SME)을 중심으로 한 커머스 기능을 자사 플랫폼에 도입하며 사업적 성과를 써왔다. SME 중심의 서비스가 포시마크 운영 방식인 C2C와 유사하다고 판단,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포시마크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화학적 결합’(PMI·인수 후 통합) 절차를 추진 중인 네이버가 강조한 시너지 창출 방안은 ‘기술’로 축약된다. 최 대표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포시마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스마트렌즈 기술이 접목된 ‘포시렌즈’(posh lens)의 테스트 버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회사 측은 “포시마크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촬영하면, 비슷한 상품과 가격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사용자들의 검색 편의성을 한층 더 높일 예정”이라고 했다. 이 기능은 앞서 네이버가 자사 SME 커머스에 도입한 바 있다.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 직후 스페인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왈라팝’에 1003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 최대 주주로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로써 북미(포시마크)-유럽(왈라팝·베스티에르콜렉티브)-일본(빈티지시티)-한국(크림)을 잇는 C2C 플랫폼 생태계를 손에 쥐었다.
네이버가 공을 들이는 C2C 영역은 ‘차세대 커머스 격전지’로 꼽히며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e커머스 분야는 아마존과 같은 ‘절대 강자’가 포진하고 있지만, C2C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현재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네이버는 자사 플랫폼 역량으로 지역별 소통이 가능한 C2C 기능을 고도화하고, SME 중심의 상품 판매 노하우를 각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C2C 시장의 왕좌를 차지, 글로벌 3.0 전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중고거래 시장은 2021년 270억달러(약 34조원)에서 2025년 770억달러(약 9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 넘보는 카카오, IP 생태계 ‘방점’
네이버가 커뮤니티 기반의 커머스에 집중했다면, 카카오는 콘텐츠 분야를 파고들었다. 스토리·미디어·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친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각 사업 영역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마련했다.
카카오그룹 내 콘텐츠 생태계를 이끄는 곳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이 기업은 국내서 성공한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유통 체계를 해외 시장에도 고스란히 이식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다양한 영상·음악 콘텐츠의 원천 IP로 활용되는 웹소설·웹툰를 수급하고 유통하는 식의 사업 구조가 독보적인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툰·웹소설 분야에서 확보한 오리지널 스토리 IP는 약 1만개에 달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와 플랫폼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북미·아세안·중화권 등의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회사는 지난해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북미에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 등 3개 플랫폼을 아우르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도 설립한 바 있다. 약 10만명의 현지 창작자들과 협업은 물론 노블코믹스(Novel-Comics)·삼다무(3시간마다 무료) 등 자체적인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사업적 구조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 투자 유치이자,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는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각각 약 6000억원씩 담당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에 대해 “K-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것”이라며 “K-콘텐츠의 세계 진출 확대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수출을 견인토록 한다는 정부의 ‘K-컬처 성장 전략’에 발맞춰, 카카오가 보유한 디지털 네트워크 노하우 토대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재원을 글로벌 사업 확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K-컬처 열풍을 주도, 카카오그룹의 미래 비전인 ‘비욘드 코리아’를 가시화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회사 측은 “거대 글로벌 엔터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며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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