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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모임 갖는 우리금융 이사회…‘손태승 행정소송’ 여부 결정할까

사외이사들, 비공식 모임 통해 행정소송 여부 논의
행정소송 포기 시 우리銀 구상권 청구 소송 악영향 불가피
“우리금융에 외압 작용한다는 이미지가 가장 큰 우려”

우리금융그룹 본사. [사진 우리금융]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을 두고 우리금융 이사회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당국이 은행에서 벌어진 펀드 사태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우리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구상권 청구 소송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손 회장의 연임 및 행정소송 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손 회장과 이사회가 행정소송과 연임을 포기할 경우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결정을 내려 배임 등 법적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나, 법조계에선 경영 판단의 자율성은 보장되는 만큼 또 다른 소송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사외이사들, 당국 중징계 따른 행정소송 논의 시작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이 비공식 일정으로 손 회장의 라임 펀드 관련 금융당국 중징계에 행정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는 총 7명으로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한화생명 추천)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추천) ▶윤인섭 전 한국기업평가 대표(푸본현대생명보험 추천)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한국투자증권 추천) ▶신요한 전 신영증권 대표(유진프라이빗에쿼티 추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추천)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등이다.

이사들은 현재 우리은행이 일부 증권사와 라임 펀드 건으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 회장이 행정소송을 포기할 경우, 당국이 주장하고 있는 CEO 책임을 인정하는 꼴이 돼 소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회장 입장에서는 지난해 12월 15일 대법원에서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 받은 만큼, 라임 펀드에 대해서도 중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이사회도 손 회장의 행정소송이 필요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선 DLF와 관련해 재판부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은행이 마련했다면 CEO가 법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고 한 판단한 만큼 라임 펀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사회는 다음 달 중으로 차기 회장에 대한 승계 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손 회장 임기가 오는 3월 25일까지라 지주 정관상 임추위를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30일 전까지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사회가 손 회장의 행정소송이 불가피하다고 이날 의견을 모으게 되면, 이와 함께 펀드 사태에 CEO의 법적 책임 없다고 결론 짓게 되면서 연임까지도 긍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점은 금융당국의 강경한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돼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손 회장 연임은 불가능하다. 

문책경고 이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손 회장의 중징계 결정은 정부의 뜻”이라며 강한 어조로 도덕적 책임을 요구했고, 이복현 금감원장도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이사들의 모임이 정식 이사회 개최는 아니지만, 현안이 중한 만큼 비공식적으로 모인 자리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에 대한 배임 등 법적 논란은 사실과 거리 멀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DLF 행정소송 최종 승소했고, 라임 펀드 관련해 소송 제기 여부를 고심 중이다. [사진 우리금융]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손 회장의 연임을 거부하고 이후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우리은행의 손실이 확정될 경우, 이사회에 대한 ‘배임’ 등 법적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다만 법조계는 이사회가 차기 회장으로 손 회장이 적합하지 않다고 보더라도 이 결정에 대해 법적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손 회장 연임을 결정하지 않고, 이후 우리은행이 구성권 청구 소송에서 지게 되더라도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됐다고 입증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며 “특히 경영자와 이사회의 자유로운 결정에 대해 법원이 존중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배임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이사회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법적 이슈 때문만은 아니다. 은행권에선 2021년 하반기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이 외압에 의해 차기 회장을 바꾸게 되면 관치 논란이 커져 이로 인해 우리금융과 업계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가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회장의 연임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금융권이 더 혼란스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사회가 차기 회장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고민이 있는 것도 배임 등 법적인 문제를 떠나 여전히 정권에 흔들린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우리금융에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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