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200만원 한도축소 날벼락“…졸라매는 카드사들
현대카드 등 일부 카드사, 고객 한도 큰 폭 축소
신규발급 캐시백, 두 달 새 약 5만원 줄어
고금리 따라 조달비용 상승…1년 만에 2배 ↑
[이코노미스트 윤형준·김연서 기자] 경기침체 우려 속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 축소에 나서고 있다. 잇단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최근 일부 카드사는 돌연 고객들의 이용 한도를 축소해, 이를 통보받은 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이 지난해 12월 개인 회원을 대상으로 이용 한도 점검을 시행한 뒤 일부 회원들에게 한도 하향 조정을 통보했다. 이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 시행한 이용 한도 점검에서 예년보다 엄격한 내부 잣대를 들어 하향 조정 대상을 심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카드사의 갑작스러운 한도 조정으로 인해 곤혹을 치렀다는 불만 글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계속 올라왔다. 특히 현대카드 고객이 급격한 한도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글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현대카드 한도가 1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하향된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연체도 없고 카드론도 쓰지 않는데 현대카드로부터 기존 한도 2600만원에서 갑자기 2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어머니가 사용하는 현대카드 한도가 10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하향됐다”는 등의 사연이 올라왔다.
현대카드 측은 한도 관리 강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현대카드 관계자는 “전 회원 대상으로 한도 조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므로 지난 연말 선제적으로 위험 지점을 관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도 조정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커뮤니티 회원인 A씨는 “연체 없이 현대카드를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문자 안내 없이 한도가 갑자기 하향됐다”며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카드 측은 한도 조정 시 14일 전에 문자메시지로 안내가 나간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우편이나 이메일 등 고객이 등록한 수단에 따라 한도 조정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며 “휴대폰 번호나 바뀐 경우가 아니라면 조정 내용이 고지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카드 외에도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 대부분이 지난달 한도 하향 조정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는 고객의 신용등급이 낮거나 자산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있어 한도 조정을 시행한다. 관련 모범규준에 따라 카드사는 본래 정기적으로 신용카드 회원의 이용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고, 조달 금리가 높아져 이에 대한 부담으로 한도 조정이 있었다”며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약관에 따라 수시적으로 내부적 신용평가를 통해 한도 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시백 이벤트도 ‘뚝’…조달금리 얼마나 올랐길래
카드 한도 하향뿐만 아니라 캐시백 혜택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플랫폼에서 제공하던 현금성 캐시백 혜택이 대거 줄어들었다.
실제 20대 남성 직장인 B씨가 토스 앱에서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경우 2개월 전인 2022년 11월 14~17만원 대의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12만원대로 축소됐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의 경우 최근 현금성 캐시백 혜택이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빅테크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발급시 캐시백 이벤트의 경우 카드사 광고이기 때문에 이벤트 규모의 축소는 카드사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드사가 고객의 혜택을 줄이는 ‘디마케팅’에 나서는 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여신전문금융채) 금리도 급등하면서 조달비용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5.413%로 나타났다. 1년 전인 2022년 1월 3일 연 2.420%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AA0 3년물 금리은 같은 날 기준 5.526%, AA0 3년물은 5.884%로 높게 나타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비용이 늘어 이를 축소하기 위해 대다수 카드사가 캐시백 이벤트 규모를 줄이는 등 여러 방향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마케팅뿐 아니라 인적 비용, 광고 비용, 심지어는 비품 이용까지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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