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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도 홀로 성장한 ETF…운용사 조직개편도 ‘방점’

작년 국내 ETF 시장 80조 돌파…운용사 경쟁 치열
삼성운용, ETF사업부문장 세대교체…글로벌 역량 강화
한투신·NH아문디운용, ETF 부서 본부단위로 격상

자산운용사들이 2023년도 조직개편·인사의 방점을 상장지수펀드(ETF)에 찍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허지은 기자] 작년 증시 하락장에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80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도 ETF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각 운용사들은 연말연초 조직 개편에서 ETF부문을 본부로 격상하거나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통해 ETF 조직 강화에 힘썼다. ‘빅2’로 불리는 대형 운용사부터 중소형 운용사까지 ETF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2023년도 정기인사를 통해 ETF사업부문장에 글로벌 ETF 담당 김영준 상무를 선임했다. 기존 ETF사업부문을 총괄하던 김두남 상무는 신설된 디지털마케팅본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선임됐다. 김두남 상무는 배재규 전 대표와 합을 맞춰온 ‘KODEX’ 세대의 마지막 인물로 사실상 세대 교체다.

김영준 상무는 유럽 운용사 릭소자산운용 출신으로 삼성자산운용의 상대적 약점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자산운용 등을 거쳐 프랑스 운용사 릭소자산운용 홍콩법인에서 한국 헤드로 활약하다 지난해 6월 삼성자산운용 글로벌ETF 담당 임원으로 합류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서봉균 삼성증권 대표가 취임한 이후 삼성운용이 본격적인 글로벌 역량 강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운용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선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국내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글로벌X’, 캐나다 ‘호라이즌 ETFs’, 호주 ‘ETF Securities’ 등 해외 운용사를 인수하면서 전세계 10개국 해외법인에서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오는 반면 삼성운용의 해외 시장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2022년 국내 시장 점유율 50%도 깨진 만큼 선두로서의 수성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ETF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3년 조직개편·정기 인사를 통해 ETF 관련 부서를 본부 단위로 격상하고 ETF운용본부를 신설했다. 신설된 ETF운용본부 산하엔 ETF운용본부를 신설하고 기존 멀티전략본부 산하 ETF운용부와 ETF상품전략부가 편제됐다. 신임 ETF운용본부장엔 한화자산운용 출신인 남용수 본부장을 영입했다.

국내 최초의 자산운용사로 설립된 후 액티브 펀드 명가로 불리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ETF 사업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삼성자산운용 출신 배재규 대표를 신임 대표로 영입했고, 같은해 6월엔 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과 박희운 솔루션운용본부장을 연달아 영입했다. 기존 ETF 브랜드였던 ‘KINDEX’는 버리고 ‘ACE’라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신임 대표로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을 선임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주식운용부문 산하 패시브솔루션본부 내 ETF팀을 분리해 ETF투자본부를 신설하며 기존 ETF 팀을 본부 체제로 격상했다. ETF팀장을 맡던 김현빈 팀장도 ETF투자본부장으로 승진하며 ETF전략팀과 운용팀, 신설된 ETF상품리서치팀까지 ETF본부를 이끈다.

신임 임동순 대표는 농협은행 내 2인자로 통했던 인물이다. 2021년 1월 부행장으로 승진한 뒤 경영기획부문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직해왔고, 지난해 4월엔 사내이사로 발탁되며 은행 임원 최초로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했다. 임 대표의 NH아문디자산운용 행(行)에는 금융지주 차원의 자산운용사 지원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지난해 ETF사업본부를 이끌던 김성훈 본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2021년 9월 본부가 신설된 지 1년 4개월여가 지난만큼 추가적인 조직개편은 아직 없지만, 담당 본부장을 승진시키며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한화운용은 마케팅·리서치·운용 인력 등 본부 차원의 인력 충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운용사들이 ETF 조직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12월 1일 기준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82조729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2년 국내 첫 ETF인 ‘KODEX’가 출시된 이후 20년만에 80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2032년까지 ETF 시장 규모가 3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작년 증시 하락장 속에서도 ETF 시장이 성장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형 증권사의 양강 체제가 아직까지 공고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점유율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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