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급 인력 모셔요”…CJ바이오사이언스, 인재 영입으로 사업 확장 ‘속도’
지난해 美 FDA에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1·2상 IND 신청
전문 인력 영입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사업 ‘박차’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CJ바이오사이언스가 전신인 천랩에서 사명을 바꾼지 1년이 됐다. 회사는 최근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력을 영입하며 출범 당시 내걸었던 “세계 1위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전략기획 업무를 맡을 석박사급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과 시장 동향을 분석해 신약 R&D의 중장기 전략을 짜는 역할이다. 진단과 헬스케어 등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CJ그룹의 계열사와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업무도 맡게 된다. 회사는 지난해 생물정보학 분야 전문가와 전임상, 제약생산관리(CMC)를 맡을 인재도 채용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CJRB-101’의 1·2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 만큼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력 충원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 이 회사의 석박사급 인력은 최근 1년 동안 2배 수준 늘었다. CJ제일제당이 천랩을 인수한 당시 4명에 불과했던 박사급 인력은 지난해 9월 19명이 됐다. 전체 직원 수도 2021년 말 74명에서 이듬해 9월 115명으로 확대됐다.
박사급 인력의 대다수는 ‘디스커버리센터’에 소속돼 회사의 주요 파이프라인을 연구하고 있다. 디스커버리센터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여러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전임상 단계에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과 관련한 연구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홍광희 센터장이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와 호흡을 맞추며 디스커버리센터를 지휘하고 있다. 홍 센터장은 1991년 CJ제일제당 제약연구소에 입사한 뒤 아리바이오, 메디톡스 등을 거쳤다. 이후 CJ제일제당에서 신약 분야인 ‘레드 바이오’ 사업을 담당하다 CJ바이오사이언스에 합류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신약 개발의 근간인 R&D 비용도 크게 늘었다. CJ제일제당이 천랩을 인수하기 전 50억원을 밑돌던 R&D 비용은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누적 118억원으로 뛰었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71%에서 2020년 94%, 2021년 111%로 증가했다. FDA가 CJRB-101의 임상 1·2상 IND를 승인하면 R&D 비용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CLP105’도 개발하고 있다. CLP105는 현재 전임상 단계로 내년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임상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없지만…“확장 가능성 커”
천랩을 창업한 천 대표는 지난해 1월 출범식을 열고 3대 성장 전략을 통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세계 최고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3대 성장 전략으로는 R&D 역량 강화와 바이오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신약 개발, 신규 사업의 글로벌 확장 등을 제시했다. 천 대표는 당시 “2025년까지 면역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며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연구를 추진해 주요 파이프라인을 기술 수출하겠다”고 했다. 3년 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10개로 확대하고 2건의 기술 수출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CJ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주요 파이프라인의 개발 단계는 다른 기업들보다 뒤처져 있다. 국내 기업 중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치료제 개발이 앞선 곳은 지놈앤컴퍼니와 고바이오랩 등이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와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 연구하는 등 다양한 R&D 성과를 공개해왔다. 두 기업 모두 임상 2상 단계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는 이미 FDA의 허가를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가 나왔다. 스위스의 페링 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말 FDA로부터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인 ‘레비요타’를 허가받았다. 세레스 테라퓨틱스도 먹는 약으로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CDI 치료제 ‘SER-109’의 FDA 승인 발표를 올해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CJ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기업 중 속도 면에서는 열위”라면서도 “천랩을 인수해 마이크로바이옴 R&D 역량을, 바타비아를 인수해 CDMO 관련 설비를 확보한 만큼 앞으로도 CJ그룹의 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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