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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 시장 주름잡던 ‘포에버21’, 국내서 왜 사라졌을까 [이코노Y]

'미국판 동대문 신화' 설립자 장도원·장진숙 한인 부부
국내 2008년 첫 발, 명동·홍대·가로수길 대표 매장
온라인 경쟁서 백기....후발주자들까지 속속 진출

포에버21 매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2000년대 초반 국내서 패스트패션 붐을 일으켰던 ‘포에버21(FOREVER 21)’. 한때 소위 서울의 주요 상권인 명동과 홍대, 가로수길에는 포에버21의 매장이 그 거리의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많던 매장들은 이제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계 패스트패션 성공 신화, 국내 2008년 첫 발

‘포에버21’은 한국인 미국 이민자 부부가 설립한 패스트 패션업체로 미국 LA 시내 패션 디스트릭트에 있는 자바시장에서 출발했다. 자바시장이란 일용직을 뜻하는 '자바'(Jobber)에서 유래한 한인 의류 업계의 은어다.

당시 가게 규모는 900제곱피트, 자본금은 1만1000달러(1334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인 2~3세들을 겨냥한 싸고 질 좋은 의류를 공급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으며, 사세를 확장해 LA 시내 주요 쇼핑몰에 체인점을 늘려갔다. 이후 연간 7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해왔다. 한때 회사 가치는 6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도 2008년 첫 발을 내디뎠다.

‘포에버21’은 국내 상류 당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이 브랜드에 대해 잘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포에버21의 대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도 흔치 않았다.

1984년 미국 LA에서 첫 선을 보인 포에버21은 미국 캐쥬얼의 대표 브랜드로 아메리카 패스트패션의 대명사로 불린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패션 유통회사 중 하나로 꼽히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당시 포에버21의 경쟁력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 트렌드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 점이 꼽힌다. 쇼핑객들이 매장 안을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음은 물론 대부분 10만원 대 이하의 저렴한 의류와 액세서리 가격대로 인기를 끌었다.

자라나 H&M과 같은 경쟁 패스트패션 업체들과 비교하더라도 가격적인 경쟁력이 매우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또 의류뿐 아니라 수만가지의 다양한 악세서리 제품도 10~20대 젊은 소비자층의 지갑을 열게했다.

포에버21 매장. [사진 포에버21]

온라인 경쟁서 백기…후발주자들까지 속속 진출

그러나 포에버21은 온라인 유통경쟁에서 밀려나며 하강 국면을 맞기 시작했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의류 유통시장을 장악하면서 오프라인 의류 소매점이 타격을 받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ASOS와 같은 인터넷 패션 소매 업체와 아마존과 대규모 전자 상거래 업체와 경쟁하면서 어려워졌다.

후발주자들의 경쟁에서도 밀려났다. 유럽에서 시작된 패스트패션은 미국, 아시아까지 확대되며 국내는 아시아에서 중요한 패션마켓으로 급부상하며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속속 진출 한 바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자라, H&M, 포에버21, 유니클로 등이다.

포에버21 본사 전경. [사진 포에버21]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성공에 힘입어 이제 국내 패션시장의 중요한 유통 형태도 SPA방식으로 성장해 제품 개발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쇼핑스타일까지 변화시키는 한편, 기존의 많은 국내 브랜드들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전향했다.

자라, H&M, 포에버21, 유니클로 등에 이어 이랜드 스파오, 미쏘 등에 이어 에잇세컨즈, 탑텐 등 패스트 패션을 표방한 국내 브랜드들이 잇따라 도입되며 경쟁력을 잃어갔다는 의견이다. 그 결과 2015년 44억 달러에 달하던 매출은 지난해 2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분석된다. 젊은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도 높은 품질의 제품을 요구함에 따라 스타일이 뒤떨어지기 시작했다. 또 포에버21이 제작한 의류의 디자인과 관련한 분쟁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예를 들어 비교적 최근에 앤트로폴로지(ANTHROPOLOGIE), INC와의 분쟁, 트로바타(Trovata)와의 분쟁 등이 있다.

2007년 디자이너 안나수이가 포에버21을 상대로 자신의 의류의 저작권 침해 등을 이유로 소를 제기했고 2009년 4월 법원이 포에버21에 대한 영구적 중지명령을 내림으로써 사건이 종결됐다.

‘포에버21’은 파산까지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곧이어 팬데믹까지 시작됐다. 어센틱브랜즈그룹과 사이먼프로퍼티그룹의 컨소시엄 스팍(SPARC)그룹에 인수되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시즌마다 유행하는 옷을 빠르게 만들고, 싸게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 업계 특성상 트렌드에 따라가지못하면 몰락할 수 밖에 없다”며 “재고 처리가 영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에서도 이러한 영향으로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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