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대표 전자업체들이 “투자 축소 계획은 없다”며 계획된 투자를 이어간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경기 둔화와 고금리, 실적 부진 등에 몸살을 앓으며 투자 계획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와 반대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시설투자 감축 계획에 대해)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한 적도 없고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뿐 아니라 반도체(DS) 부문도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 참석한 한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대해 “환율 변화가 커서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 경기 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투자를 줄이거나 하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CES 2023에 참석한 조 사장은 “내부적으로 반성할 부분은 많지만 이기는 성장과 변화 중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전장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주완 사장은 올해 글로벌 경기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전장 사업은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했고 가속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도로에 올라갔으니 이제 액셀러레이터(가속페달)를 밟을 일만 남았다”고도 했다.

이런 두 회사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지난 4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 든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13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영업이익은 91.2% 감소한 65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실적 부진과 불황에 대비해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반도체 시장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던 지난해 3분기부터 인텔 등 해외 기업들은 긴축을 선언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력 감축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TSMC도 투자 규모를 10% 줄이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투자 축소와 반도체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재고가 쌓이고 제품을 팔아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투자 계획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불황에도 버틸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며 “선두 자리에서 한 번 뒤처지면 다시 올라가기 힘들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다소 손실을 내더라도 경쟁사들과의 관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 관계자는 “(투자) 감축 계획이 없다고는 했지만,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호황기에 세웠던 투자 계획을 그대로 이어가기는 글로벌 세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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