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더는 못 내려“…상황 변했는데 TF는 ‘오리무중’
금융위, TF 결성 이후 결과 발표 없어
카드업계 “조달비용 올라 수수료 조정 필요”
소상공인 “카드사, 수수료 인하 여력 충분”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카드수수료 태스크포스(TF)가 발족한 지 1년이 돼 가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당초 적격비용 개선안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높일 것을 기대했지만 수차례 좌절돼 실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상공인들과의 갈등이 계속돼 적격비용 산정 결론이 쉽게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2월 구성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의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TF는 당초 지난해 10월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정권교체로 인한 금융 수장 교체와 자금시장 경색 등을 이유로 논의가 길어졌다.
이어 11월경에는 한국금융연구원에 위탁한 정책 연구용역 1차안이 완성됐지만, 완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금융위는 또 연말로 이를 연기시켰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후 기준금리가 잇달아 높아진 까닭에 적격비용에 추가 반영할 부분이 많아 현재까지 지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왔다. 가장 최근인 2021년 말에도 연매출 30억원 이하 우대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0.8~1.6%에서 0.5~1.5% 수준으로 낮췄다.
이 기간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줄었지만, 카드사의 수익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만큼 카드 혜택이 줄고 더 나아가 ‘혜자카드’로 불리는 알짜 혜택 카드들이 단종되는 등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가 가맹점 단체, 소비자단체, 카드업계,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켜 TF를 구성한 것이다. 다만 매달 진행키로 한 회의는 지난해 2월 이후 현재까지 여섯 차례만 진행됐으며, 개선안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 “조달비용 상승으로 수수료 인상 필요”…소상공인은 ‘반발’
업계에선 거시경제와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수수료가 인상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여전채(AA+·3년물) 금리는 지난해 초만 해도 2.423%였다. 하지만 지난 9일에는 5.141%로 불과 1년 새 두 배 이상 오른 실정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카드사의 이자 비용이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이후 워낙 자금조달 시장이 위태로워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카드업계에선 낮은 수수료로 불만이 있지만, 정치권에서 민감히 바라보는 이슈기 때문에 과연 쉽게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중소형 가맹점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소상공인 측은 카드사들이 여전히 호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6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944억원 대비 8.7%(1299억원) 증가했다.
반면 소상공인들의 수익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소상공인들의 지난해 평균 순이익이 12.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4%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순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과 관련 ▶영세가맹점 매출액 상향 및 구간별 수수료 인하 ▶중소상공인 단체 협상권 부여 ▶담배·주류·유류 업종 세금 제외가 카드수수료 산정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들은 현재의 카드 수수료율에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소상공인 단체에 단체 협상권을 부여하고 유류세 등 세금 제외 판매가로 카드수수료를 산정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의견이 카드수수료 적격심사과정에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드수수료 TF를 총괄하는 오화세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적격비용 산정 연구용역은 최종 보완 단계까지 왔지만 기준금리 인상 등 변수가 있으므로 당장 결론을 전달하기는 이르다”며 구체적인 기한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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