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팔아 매출 3조, ‘다이소 신화’ 박정부 회장의 영업비밀
'韓 균일가 소매업 상징' 박정부 창업주
1000원 경영으로 연매출 3조 기업 일궈
“천원짜리 상품에 천원짜리 품질은 없다”
'이윤 추구'보다 '싸고 좋은' 상품 초점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최근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국 1500개 매장에 하루 100만명의 소비자들이 찾아오고, 1시간에 42만개씩 상품이 팔리는 곳이 있다. 매월 600종의 신상품이 나오고 1000원짜리 상품이 주력이지만 연매출이 3조나 되는 곳. 25년 간 단 한 번도 당기순손실을 낸 적이 없고, 2030이 가장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숍 1위로 뽑힌 곳. 바로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16일 아성다이소 창업주 박정보 회장은 다이소 창업스토리를 담은 첫 경영도서 <천원을 경영하라>를 발간했다. 이 책은 출간 2주만인 지난해 11월4주차에 교보문고 온라인 베스트 1위에 올랐고, 12월 1주차엔 예스24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약 5만부 이상이 판매되며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새해를 맞아 책 속에 담긴 박정부 창업주의 경영철학과 성공 비결을 엿봤다.
아성다이소 창업주 박정부 회장은 마흔다섯에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40대 가장의 절박한 선택이었다. 부지런히 발품 팔아 품질 좋은 생활용품을 일본에 수출하면서 상품기획력과 소싱능력을 키웠고, 10년 가까운 준비 끝에 1997년 천호동에 13평 매장을 연 것이 바로 지금의 다이소다. 그 후 25년간 균일가 유통업의 원형을 만들며 성장했고 자기혁신을 이어왔다.
물론 그 과정은 한순간도 녹록지 않았다. 일본 회사가 아님에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날 때마다 거론되며 곤욕을 치르고, 상품의 70%가 국내 중소기업 제품임에도 ‘다 중국산 아니야?’ 하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균일가숍’이라는 업의 본질에 집중하며 계속 성장해왔고, 그 결과 2030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숍이 됐다. ‘다이소 증후군’, ‘다세권’ 같은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경영학자들은 다이소를 ‘역주행 회사’라 부르며 다양한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다이소의 성공 전략…“마진을 좇으면 망한다”
“‘이 사업은 마진을 좇으면 망한다’를 강조하면서 온택트 시대에 오프라인에 집중했다. 광고도, M&A(인수합병)도 일절 하지 않는다. 거품과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업의 본질에만 집중하는 ‘본질경영’을 모토로 삼고 있다. 원가와 마진을 고려해 가격을 정하는 일반적인 기업과 반대로, 다이소는 가격을 먼저 정해놓고 상품을 구현한다. 1000원짜리 1장과 다이소 상품을 양손에 들고 행인에게 어느 쪽을 갖고 싶냐고 물었을 때 망설임없이 상품을 고르면 그 기획은 합격이라고 한다. 때문에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가격은 정해져 있고 품질의 기준은 높으니, 원가를 낮추기 위해 협력업체와 생산공정을 재검토하고 조그마한 낭비라도 찾아서 없앨 방법을 찾는다. 소위 말하는 성공이란 화려하게 주목받는 며칠이 아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끈기 있게 ‘기본’을 묵묵히 반복해온 순간들이 모여 이룬 결과다. 만리장성도 벽돌 한 장에서 시작했듯이, 3조의 매출도 1000원 한 장 한 장이 이뤄냈다. 세상에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
“1000원짜리 품질은 없다”…품질경영 강조
“우리는 가격이 싼 제품을 팔지만 싸구려를 팔진 않는다. 소비자는 품질이 나쁘면 1000원도 비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000원짜리 상품은 있지만 1000원짜리 품질은 없다. 싸기 때문에 품질이 나빠도 된다는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대량생산 과정에서 불량 하나쯤은 으레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수만 개 중 하나일 뿐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다. 불량률이 0.1%니 0.2%니 하는 말은 고객에겐 통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불량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다. 매장에서 수십만, 수백만 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해도 고객이 구매하는 상품은 하나다. 구매한 상품 1개가 불량이면 고객에게는 100% 불량이다. 변명의 여지 없이 그냥 불량인 것이다.”
한번 온 고객을 다시 오게 만드는 비결
“소매의 기본이 뭘까? 당연히 고객을 오게 만드는 것이다. 한번 온 고객이 다시 온다는 보장은 없다.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이 기본이자 핵심이다. 고객의 마음은 늘 변한다. 쉽게 질린다. 매장과 상품에 변화가 없는데, 어제 왔던 고객이 왜 또 오겠는가? 어쩌면 소매업은 고객이 느끼는 ‘싫증’과의 싸움이다. 고객을 불편하게 해서도 안 되지만 싫증 나게 해서도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매장은 늘 생동감과 활력이 넘쳐야 한다. 생물처럼 살아 움직여야지 웅덩이처럼 고여 있으면 고객이 먼저 안다. 같은 매장이라도 어제와 오늘이 달라야 한다. 새로운 즐거움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상품을 지속해서 넣어주는 것은 기본이다. 같은 상품일지라도 매일 조금씩 연출과 진열을 바꿔줘야 한다. 상품구성을 자주 바꿔주고, 안 되면 매대에 진열된 상품의 위치만 바꿔줘도 매출은 달라진다.”
다이소 제품에 담긴 ‘1000원’의 가치
“1000원짜리 지폐와 다이소 상품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을 때 당신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이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고객의 입에서 ‘이게 어떻게 1000원이지?’하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올 때 비로소 우리의 가치는 구현된다. 실제로 다이소 상품개발팀이 한 손에는 신상품을, 다른 한 손에는 1000원짜리 지폐를 들고 거리로 나가 행인들에게 물었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행인이 1000원을 선택하면 그 상품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보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개발하기도 했다.”
‘냉장고에 코끼리 집어 넣기’식 마진구조
“기업은 이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다이소의 초창기 마진은 겨우 1~2%였다. 쉽게 말해 1000원짜리를 1000개 팔아야 매출이 100만원이고, 그중 마진은 고작 1~2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품질은 높게 이익은 낮게’라니. 과연 이런 사업이 가능할까? 시류에 따라 적당히 이윤을 좇으려 했다면 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이 사업은 마진을 좇는 순간 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이소는 어떻게 이윤을 만들어왔을까?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제품 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 판매가격을 결정하지만 우리는 반대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판매가격을 먼저 결정한 후 어떻게든 상품을 개발했다. 냉장고에 코끼리 집어넣기 혹은 신데렐라 언니가 신데렐라 구두에 발을 맞추는 것과 같다. 그러나 나에겐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상품이 싸고 좋으면 고객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10만명에게 10%의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100만명의 선택을 받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 이윤을 남기자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이윤을 먼저 추구하기보다는 싸고 좋은 물건으로 많은 고객이 찾아오도록 해 매출을 일으키자는 전략이다.”
물량으로 승부…원가를 낮출 수 있던 비결
“나는 공장장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며 어떻게 하면 원가를 낮출지를 고민했다. 다른 제품과 달리 유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생산공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리 공장에서는 거대한 전기로에 폐유리를 비롯한 유리 재료를 넣고 고열로 녹여 유리물이 흘러나오면 그것을 몰드에 넣고 제품을 찍어낸다. 전기로는 통상 웬만한 사무실 크기 정도다. 주문받은 제품의 수량만큼 찍어내면 남은 유리물은 다 버린다. 그래야 불을 끄고 청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량이 적을수록 그만큼 남는 유리물이 많아진다. 만일 100만개 정도의 제품을 계속 생산한다면, 중간에 유리물을 퍼내거나 전기로의 불을 껐다 켰다 하지 않고 계속 가동시킬 수 있다. 소량 생산으로는 어렵겠지만 대량 생산 체제로 바꾼다면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일본 유리 업체로부터 OEM 생산도 하는 업체였기에 품질도 믿을 만했다. ‘분명히 됩니다. 공장장님, 한번 해보시죠. 물량이 많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후로도 몇 차례나 공장을 찾아 공장장을 붙들고 설득했다.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다른 방안들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를 거친 후 어렵게 승낙을 받아낼 수 있었다.”
유일한 취미이자 낙…현장에 답이 있다
“사실 내가 매장을 자주 찾는 이유가 하나 있긴 하다. ‘다이소에 오면 정말 재미있는 게 많아.’ ‘와, 이런 상품이 어떻게 1000원이지?’ 내가 회장인지 동네 아저씨인지 알 턱이 없는 젊은 고객들이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 것을 들을 때마다 미소를 감출 수가 없다. 골프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취미생활도 없는 나로서는 매장을 돌다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자 취미인 셈이다. 매출이 올라가고 수익이 높아졌다는 말보다 현장에서 고객의 이런 탄성을 듣는 것이 나는 훨씬 더 기쁘다. 그래서 현장을 그토록 자주 찾는지도 모르겠다.”
선진국 소비자일수록 ‘균일가숍’ 더 찾아
“흔히 균일가숍은 국민 소득이 낮은 저개발 국가에서 잘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처럼 중산층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더 반응이 좋다. 선진국 소비자일수록 다양한 구매 경험이 있어, 더 합리적이고 알뜰한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용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사회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발전한 사회라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양성이 존재하기 힘들다. 불과 10~20년 전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집 안에 가위 하나로 종이도 자르고 옷감도 자르고 머리카락도 잘랐다. 용도에 맞는 가위가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혹여 알고 있다 해도 그것을 구매할 여력이 되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다.”
고객 중심 경영…다이소가 추구하는 미래상
“다이소는 항상 ‘고객 중심 경영’을 핵심으로 한다. 다이소 매장을 찾아주시는 모든 연령층의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높은 품질, 가성비 높은 ‘균일가’를 선보이고자 항상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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