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설아 기자] ‘치킨 전쟁’으로 일컬어 졌던 7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전에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웃었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다. 박현종 bhc 회장은 BBQ 재직 당시 bhc매각을 주도하던 과정에서 일부 책임이 인정되면서 오너리스크에 또 다른 획을 추가했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선 BBQ의 결정적 증거 확보가 2심에서 박 회장의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때 한 식구였던 이들에게 남겨진 ‘배신 트라우마’도 하나의 배경으로 꼽힌다. 가뜩이나 시끄러운 치킨 업계에서 박 회장이 모기업의 경쟁사로 재기하려다보니 선택지가 소송과 분쟁 등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매각과 배신(?)…치킨싸움 서막은

이번 소송은 11년 전 BBQ에 입사해 bhc매각을 주도했던 박 회장과 제너시스BBQ그룹 윤 회장 간 자존심 싸움으로 관심이 모아졌다. 이후 박 회장이 매각한 회사로 이직해 지금의 bhc 성장을 이끌어내고,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3위를 다투는 업체로 경쟁 구도에 서면서 여러모로 비교 대상에 올랐다.

13일 내려진 2심 판결은 업계의 예상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윤 회장과 주주들이 박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7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박 회장의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와 손해배상책임 등이 인정되면서 BBQ 측에 약 28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1심과 달리 bhc 매각 과정에서 박 회장의 책임이 상당부분 인정됐다는 사실이다. BBQ는 어떻게 반전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시작점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BQ는 지난 2013년 6월 당시 자회사였던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CVCI(現 TRG, 더로하틴그룹)에 1130억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매각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주도한 인물이 박 회장이다. 그는 지난 2012년 5월경 BBQ에 입사해 2012년 11월부터 2013년 6월경까지 bhc매각 계약과정을 담당했던 임원으로, 이후 매각과 동시에 매수인인 CVCI에 스카우트되면서 bhc 대표이사에 올랐다.

문제는 매각 직후 벌어진 소송이다. CVCI는 BBQ에 계약하자를 주장하며 약100억원의 잔금을 지급 거절했고, 이듬해인 2014년 9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분쟁을 신청했다. 당시 BBQ가 진술보증한 bhc 점포수 등이 사실과 다르다며 계약서의 진술보증조항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BBQ 측에선 손해배상책임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매각업무를 주도한 박 회장을 비롯한 담당자들이 매각 관련 자료와 함께 이미 bhc로 이직한 상태였다.

박 회장 역시 ICC중재소송 당시 CVCI측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은 bhc매각계약을 주도하거나, 총괄한 바 없다”면서 “실사과정에도 관여한 바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 회장은 그 근거로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이메일 등 업무기록에 자신의 이메일이 수신인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BBQ 측은 이 같은 손해배상책임이 이를 기획하고 모든 매각을 주도한 박 회장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박 회장을 상대로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손배소 책임이 이번 판결로 인정된 셈이다.

‘디지털포렌식 작업’ 결정적 증거…판결 뒤집어

1심은 박 회장이 bhc 매각 과정을 주도했다는 증거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뒤집힌 2심의 결정적 증거는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통해 내부 전산 서버를 복구하면서 나왔다. BBQ는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수십차례 걸쳐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ICC중재소송이 진행되던 2015년 7월경 BBQ 전산망에 해킹(무단침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2012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bhc매각이 진행된 기간 동안의 박 회장의 업무기록도 상당 부분 복구에 성공했다.

BBQ 관계자는 “bhc는 2013년 BBQ가 bhc를 매각하면서 bhc 점포수를 부풀려 과도한 매매대금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매각 진행 기간 동안 수 천건에 이르는 박 회장 업무기록 복구에 성공하면서 매각으로 인한 손해발생 책임이 박 회장에게 있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BBQ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의 담당 변호사는 “법원의 이번 손해배상소송 판결이나, 지난 해 부당이득금청구소송의 1심 판결을 보면 그 동안 bhc와 박 회장이 BBQ를 상대로 얼마나 심각한 계약위반행위와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를 시사한다”면서 “이번 재판 결과를 통해 bhc 박현종 회장의 배신적 행위가 밝혀지고 책임소재가 명확해진 만큼 향후 박 회장의 형사적 책임에 대한 논의도 다시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bhc 측은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린 만큼 대법원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bhc 관계자는 “28억원의 배상 판결에 대해선 박 회장이 등기이사 중 하나로 등재된 것만으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건지 등을 명확하게 따져볼 것”이라며 “상고를 통해 1심과 동일한 결과로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회장의 BBQ전산망 해킹(무단침입) 행위에 대해선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재판부는 지난해 6월 “박 회장이 BBQ와의 ICC중재소송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bhc 회사 차원의 대책으로 그 대표이사가 직접 나선 범행으로 보이므로, 그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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