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쓸어내린 영끌족의 오해[부채도사]
최근 대출금리 인하 소식에 한은 총재 찬물 격 한마디
“물가 목표치 바꾸자는 건 골대 옮기자는 것”
금리 인하 시그널 여전히 없어…대출자들 부채상환도 고려해야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부채가 자산이라는 말은 회계상 표현일 뿐,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리 연 2%와 연 6%는 분명 다릅니다. 대출로 집을 샀어도 그 대출로 집을 잃을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이 새겨 들어야 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한 마디가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가 목표 수준을 2%에서 3%로 올릴 거냐는 질문이 많은데 그건 가장 나쁜 방법 같습니다. 골대로 못 간다고 골대를 옮기자는 얘기입니다. 한은이 생각하는 물가 목표치로의 수렴 정도가 빠르지 않다면 그때는 금리 조정이 있어야 되겠지요.”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리고 있고, 올해 하반기에는 기준금리까지 인하할 것이란 말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런 주장들을 힘 빠지게 하는 한은 총재는 말은 이와 같았다.
저 말을 간단하게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한은이 최근 7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차라리 물가 목표치를 높이면 금리 인상 조절이 보다 쉬워지고, 그만큼 대출자의 고통도 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총재는 “골대를 옮기자는 말이냐”고 되받아쳤다.
그리고 이 총재는 물가 목표치가 잘 달성되지 않으면 “그때는 금리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가 목표 변경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달성 목표를 위해서라면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당국도 어찌할 수가 없다. 금리 조정은 당국의 요구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에 의해 움직이는 힘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출자들이 지금까지 ‘은행의 탐욕적 이익 추구’를 비판해왔다면, 앞으로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한파’에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3.50%다.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두자고 의견을 내놨다. 이 총재는 “반드시 지키겠다는 정책 약속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물가상승률이 현재보다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은 다양하게 남아있다. 한은에 따르면 12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6.2%로 떨어졌다고 하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9.1% 올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고 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달러라는 게 정확한 설명이 된다.
여기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 에너지 비용 증가 등이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철저히 자국 중심의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금리 중단조차 ‘너무 이르다’는 의견만 아니라, “6%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이는 한은의 금리 인상을 고려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부채 축소가 현명한 방법이 된다고 조언한다. 추가 대출 확대는 자칫 신용 추락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쉽게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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