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에 집중하는 게임업계, 성과는 ‘글쎄’
흥행에 실적 좌우되는 게임사업 의존도 낮추고자 게임외 분야 진출
당장의 성과 창출은 쉽지 않아…일부 사업은 철수하기도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게임사들이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웹툰, 엔터, 인공지능(AI), 캐릭터 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다. 게임산업은 새로운 게임 출시 전까지 흥행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는 탓에 위험이 매우 높은 분야로 꼽힌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이런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사업다각화를 통한 성과 창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게임업계 ‘빅3’ 중 하나인 넷마블(251270)은 지난 2018년 사명을 ‘넷마블게임즈’에서 아예 ‘넷마블’로 변경했다. 동시에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관련 사업, 블록체인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업, 음원 등 문화콘텐츠 관련 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게임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넷마블은 이날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메타버스 걸그룹 ‘메이브’(MAVE:)를 오는 25일 선보이기로 했다. 메이브는 시우, 제나, 타이라, 마티 4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으로, 그룹명은 ‘MAKE NEW WAVE’(메이크 뉴 웨이브)를 줄여, K-POP 씬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넥슨, 엔씨소프트(036570) 등 다른 게임 ‘빅3’들도 게임 외 분야 진출에 적극 나선 상태다. 넥슨은 지주회사인 NXC를 통해 지난 2017년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을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와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으로 서로가 보유한 원작 판권과 개발 중인 오리지널 아이템, 확보한 창작자 라인업 등을 공유하고, 신규 IP 기획과 개발에 상호 협력해 장르와 미디어를 초월한 IP 확장을 통해 콘텐츠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단 포부다.
바른손이앤에이와 넥슨은 이번 협약을 통해 운영협의체를 구성하고 양사가 보유한 영화·드라마 등 영상 및 게임 제작 노하우와 IP를 제공한다. 또 공동 투자 및 제작, 제휴사업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으로 콘텐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넥슨은 지난 2018년에도 모바일게임 ‘야생의땅: 듀랑고’ IP를 활용한 TV 예능 프로 제작에 나선바 있다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는 듀랑고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MBC 예능 프로그램으로, 동방신기 유노윤호, 딘딘, 우주소녀 루다 등이 출연했다.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AI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AI센터와 NLP센터(자연어처리센터)를 주축으로 AI를 연구하고 있다. 엔씨는 AI 기반의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를 선보이기도 했다. 페이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프로야구 경기 소식 등 야구에 특화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생성·요약·편집하고, 이를 이용자가 가장 필요한 때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다만 페이지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웹툰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도 많다. 컴투스(078340) 그룹은 웹툰 및 드라마 제작 관련 회사들을 다수 인수했으며, 조이시티도 지난 2020년 웹툰 전문 플랫폼 ‘로드비웹툰’을 선보인바 있다. 로드비웹툰은 최근 사명을 ‘조이플 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한 상황이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지를 여성향 BL 장르 웹툰을 선보였으며, 이중 ‘대공님의 애완 수인’은 카카오페이지 실시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게임사들이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것은 게임 흥행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출시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며 “운이 좋으면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게임의 경우, 게임사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얻기도 하지만 이른바 ‘대작’이라 불리는 게임 중 실패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심혈을 기울여 출시한 대작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회사 규모가 축소되거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기도 한다. 최근 게임사들이 PC 온라인게임보다 모바일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도 리스크 관리 측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게임사들의 사업다각화 역시 당장의 성과 창출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전히 매출의 대다수는 게임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게임사들이 추진하는 여러 캐릭터 상품 등은 사실상 돈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게임팬 관리 차원에서 일종의 굿즈를 만드는 것 뿐, 이를 매출로 연결시키지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엔씨는 지난 2020년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을 통해 선보였던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최근 서비스 종료했다. 엔터 산업에 뛰어든 지 약 2년여 만에 철수다. 유니버스는 지난 11일 공지사항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인 엔씨소프트의 자산 양도 결정에 따라 유니버스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니버스는 하이브(352820) 산하 위버스컴퍼니의 ‘위버스’, SM 디어유의 ‘버블’에 이은 후발 주자로 주목받았으나, 이후 점유율이 경쟁 플랫폼에 밀리면서 사업 매각으로 이어졌다. 유니버스 내에서 제공되던 콘텐츠는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로 이관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웹툰, 웹소설 등에 나선 게임사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게임외 분야에서 돈을 버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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