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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살아 움직인다”…방구석에서 펼쳐진 사비나 미술관 [ET 체험기]

시·공간 뛰어넘어 몰입감 있는 경험 선사
작품 크기 체감·조각 입체감 구현은 아쉬워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서비스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도 고도화된 기능을 장착하고 소비자를 찾고 있죠. 정보기술(IT)은 변화하기 때문에 일상에 더욱 밀접해졌습니다. 일상을 파고든 IT, 변화가 익숙지 않은 당신을 대신해 트렌드를 직접 체험합니다. 미래 경제를 이끌만한 IT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기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

사비나 미술관의 메타버스 특별 전시관 ‘메타 사비나 아트플랫폼’ 전경. 실제 미술관에 들어온 것처럼 공간을 구현해 몰입감을 선사한다. [메타 사비나 화면 캡처]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진짜 미술관에 온 것 같다.” 

평일 저녁 9시. 퇴근하고 노트북 화면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미술관에 가고 싶다는 욕구는 항상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찾지 않게 됐다. 주중엔 도저히 갈 시간이 나질 않았고, 주말엔 사람들 틈에 끼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전시를 볼 마음은 점차 사그라들었고, 그렇게 미술관과는 멀어져갔다.

IT 분야를 취재하다 메타버스 미술관이 눈에 들어왔다.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방구석 1열에서 감상하는 작품들은 멀어진 미술관과의 거리를 좁히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메타 사비나’를 찾았다.

메타 사비나는 사비나 미술관을 가상 공간에 옮겨 구현된 곳이다. 실제 미술관을 메타버스로 제작하고, 현재 특별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관람객은 실제 미술관처럼 이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내내 관람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기능들도 눈에 들어왔다. 전시관은 클릭 한 번에 입장이 가능했다. 입구부터 미술관을 찾은 느낌이 들게 해 몰입은 금세 이뤄졌다.

좁은 복도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찬찬히 감상하며 코너를 돌자, 탁 트인 미술관 내부가 드러났다. 미술관은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인테리어로 먼저 시선을 빼앗았다. 햇살이 들어오는 전시관에 작품들을 비추는 적절한 조명과 방해하는 소음 하나 없는 공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됐다. 멀어진 미술관과의 거리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술관을 찾았을 때만 느낄 수 있던 감정들이 방안에서도 비슷하게나마 떠올랐다.

메타 사비나에서 만날 수 있는 남경민 작가의 작품. [메타 사비나 화면 녹화]

몰입감은 메타버스 세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메타 사비나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고 가상 전시관을 마련했다. 실제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반영한 동선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세계처럼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지향,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으로 등장했다.

메타 사비나의 첫 기획전 ‘직업탐색X작가: 고상우 편’. 실제 햇살이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과 작품 간의 조화가 현실보다 더 현실같다. [메타 사비나 화면 녹화]


메타 사비나 역시 메타버스의 특성을 반영해 공간이 이동된다. 2D에서 3D 영상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VR 공간으로, 또 다른 웹사이트나 플랫폼으로의 연결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든다’는 문장이 몸으로 느껴졌다.

전시된 작품이 실제 현실의 전시관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고 싶으면 VR 전시관으로 이동하면 된다. 작품을 관람하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지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는 대신 전시실에 있는 아이콘을 누르면 된다. 작가의 개인 포트폴리오나 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도 연결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친구나 가족에게 공유하기도 쉽다.

기자가 방문한 메타 사비나에선 작품을 구매할 순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능들이 고도화된다면 충분히 메타버스 내 경험을 토대로 ‘부가가치 창출이 이뤄질 수 있겠다’고 여겨졌다. 실제로 최근 메타버스 미술관에 가상 구매 공간을 구축, 관련 상품이나 미술품의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등을 판매하는 식의 접근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메타 사비나가 준비한 작품 역시 이 같은 ‘부가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실감케 했다. 화면 속에선 나비가 날아다니고 깨진 거울 사이로는 푸른 하늘에 구름이 둥둥 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입은 작품은 메타버스에서 더욱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혀왔다. 되레 현실보다 밀접한 관람이 가능한 셈이다.

3D 입체영상으로 제작된 김창겸 작가의 작품.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움직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메타 세비나 화면 녹화]

메타버스 공간이라 감상이 가능한 ‘특별한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3D 입체영상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낸 작품들은 메타버스 전시관에 최적화된 형태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다만 ‘실제 작품의 크기’를 가늠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가상 공간 속 바닥에서 천장까지 가득 채운 크기의 작품을 구현했다지만, 관람객은 이를 스마트폰·PC 화면을 통해 본다. 대략적인 크기를 상상으로 가늠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왔다.

조각 작품의 경우 입체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조각을 찍은 사진은 굳이 메타버스가 아니더라도 검색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조각품은 특히 조명 각도와 주변 환경과의 조화가 감상의 큰 영향을 미친다. 실물 구현력 부분에선 사진과 특별히 차별화된 지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비나 미술관은 지난 2012년 국내 최초 VR 전시장을 구축하고, 2019년에는 증강현실(AR)과 로보틱아트 등으로 구성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 바 있다. 메타 사비나는 일반 관람객뿐 아니라 미술계에 종사하고 싶어 하는 취업 준비생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공간이다. 신진 작가들도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사비나 미술관 측은 “사회 환원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메타 사비나를 마련했다”며 “‘직업탐색 챔버(다목적실)’ 운영도 사회 환원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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