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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킹달러’ 시대…금·비트코인 다시 뜬다

원·달러 환율, 3개월 새 14% 하락
달러 약세에 금값은 18% 올라
새해 들어 비트코인도 반등세

미국 달러 지폐와 인플레이션 영어 단어 퍼즐 조합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낮출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킹달러’(달러 초강세) 추세가 약해지고 있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연내 11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이 같은 달러 약세에 지난해 시들했던 금과 비트코인이 다시금 매력적인 투자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오전 9시28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20원(0.02%) 떨어진 123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최고점인 2022년 10월 14일 1442.5원에 비하면 약 14%나 내린 것이다. 킹달러 흐름이 확연히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또한 지난 25일 오전 5시 50분 기준 101.67을 기록했다. 지난 9월 28일 114.78 대비 11% 넘게 빠진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 연말 달러인덱스 전망치를 기존 104에서 98로 낮추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 상반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고, 연내 금리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 소식통으로 알려진 닉 티머라우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오는 3월이 마지막으로 최종 기준금리는 4.75~5%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연내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현재보다 안 좋아지면 1분기 말에서 2분기 중반쯤 단기적으로 반등하는 구간 나올 수 있다”면서도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가시화되면서 연말에는 1100원대 후반 정도 기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3일 온스당 1630.82달러까지 내렸던 금값은 약 3개월 새 18.27% 올라 지난 25일 1928.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골드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진정세를 나타내면서 금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은 통상적으로 실질금리,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킹달러에 지난해 11월 3일 온스당 1630.82달러까지 내렸던 금값은 약 3개월 새 18.27% 올라 지난 25일 1928.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서도 금 한 돈의 시세는 같은 날 기준 32만9000원으로 30만원대 초반이었던 1년 전보다 10%가량 올랐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의 금 통장(골드뱅킹) 잔액도 지난 16일 기준 약 515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23억원 가량 늘었다. 골드뱅킹은 0.01g 단위로 금에 자유롭게 소액 투자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금융투자상품이다.

주요 금 투자자인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도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약 400톤에 달하며 통계 발표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터키, 우즈베키스탄, 인도, 카타르 등지에서 금 매입이 크게 늘어났으며, 중국도 지난해 11월, 12월 연속으로 금을 각각 32톤, 30톤 가량 매입해 2019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금이 단기간에 많이 오른 만큼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본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한 가운데,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해주는 유용한 헷징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은 이자를 제공하지 않아 금리 상승 국면에는 매력적이지 않은 자산이지만, 변동성이 높거나 인플레이션 상승기에는 선호도가 높아진다”며 “중장기적으로도 내재적 가치가 보존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말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금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서로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경기침체 우려 속 장기적으로 안전자산이 필요하다면 일정 부분 금을 (포트폴리오에) 담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침체됐던 암호화폐 시장도 모처럼 훈풍

킹달러 현상이 완화되면서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에서도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1일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2만3000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거래량도 연초 100억 달러 수준에서 가격 반등 이후 300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업계에선 지난해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침체기)를 지나 올해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릿지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을 비트코인 ‘회복의 해’로 규정하며 “비트코인이 2~3년 안에 5만 달러에서 최고 1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트코인이 앞으로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미선 빗썸 리서치센터장은 “블룸버그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대로 2023~2024년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4.1%에서 2.5%로 둔화되고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현 수준에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다면, 올 1분기 비트코인 가격은 3만6000~4만2000달러로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대형 거래소 또는 암호화폐 업체, 코인 발행사가 파산하거나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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