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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적자, 위기의 SK온…배터리 소송전 참패 후폭풍

[흔들리는 K-배터리]⓶
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전, 사실상 SK 완패
합의했지만 2조원 출혈 타격…IPO 실패에 자금난 우려까지

사진은 SK온이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와 세운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 [사진 SK온]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2022년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 삼성SDI(006400)는 역대 최고실적 성적표를 받아 든 반면 SK온은 적자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월 27일 LG엔솔은 실적발표회를 열고 지난해 연간 매출액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 매출액(17조8519억원)보다는 43.4%, 영업이익은 57.9% 증가한 수준이다. LG엔솔은 지난해 작년 4분기에만 8조5375억원의 매출액과 237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EV 및 전력망용 ESS 수요 개선세에 따라 전 제품군 출하량이 증가했고,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의 판가 연동 확대 등에 힘입어 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8080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69.4%가 증가했다. 2022년 매출액은 20조1241억원으로 2021년보다 48.5% 늘었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K-배터리’ 3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SK온은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적자를 내고 있는 SK온은 지난해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지난해 1~3분기 각각 2734억원, 3267억원, 1346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4분기에도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한 해 손실액이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K온이 지난해 4분기 배터리 부문에서 2245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을 것”이라며 “2023년 1분기 가동 예정이었던 미국 조지아 2공장을 앞당겨 상업 가동함에 따라 감가상각비 등이 반영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SK온, LG엔솔에 배터리 소송전 참패…초기 투자 발목

일각에서는 지난 2019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과의 싸움에서 SK이노베이션이 완패했던 여파가 실적 부진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한다. LG화학은 2019년 4월 자사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며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양사는 2년이 넘는 공방 끝에 국내외 쟁송 일체 취하, 발생한 모든책임 면제, 10년간 동일하거나 유사한 분쟁 금지, 상호 분쟁이 되었던 영업비밀 및 특허에 관한 영구적인 라이선스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를 체결했다.

하지만 SK온이 LG엔솔에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SK온은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현금 1조원을, 2023년부터 총 1조원을 한도로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LG엔솔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두 회사는 공동 합의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화해의 뜻을 밝혔지만, SK온이 물어줘야 하는 금액을 고려하면 사실상 완패했다는 해석이다.

치열한 공방을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LG엔솔은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하고 증권시장이 초호황을 맞았던 2022년 초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12조원의 공모자금을 확보했다.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배터리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넘기며 2~3위 싸움을 할 수 있는 것도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SK온 역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한 뒤 IPO로 자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SK온은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 IPO)을 통해 4조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약 80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을 수혈했으나 당초 계획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초기 공격적인 투자로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 단위 합의금 지급과 IPO 실패 등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경쟁력 확보에 난항을 겪은 셈이다.

지난달 4일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022년 1~11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LG엔솔이 12.3%, SK온은 5.9%로 2배 이상 차이 난다.

최근에는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튀르키예(터키)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사업에 당초 합작 파트너였던 SK온 대신 LG엔솔과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SK온의 자금난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SK온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SK온의 차입금은 9조원을 넘었고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은 5조271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체적인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SK온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SK온에 대해 “배터리 실적이 부진하지만, 출하량 증가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신규 공장(헝가리, 미국 1~2공장)들의 점진적인 가동 정상화로 수익성은 매 분기 개선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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