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어닝쇼크인데 증권사 주가는 왜 뛸까 [이코노Y]
증권형토큰(STO)·가상자산 등 수혜 기대감
연초 늘어난 거래대금에 수수료 수익 기대도
“투자심리 개선됐지만…수익성 회복은 아직”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일제히 실적 낙제점을 받았다.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리던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까지 실적이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실적 부진에도 증권주 주가는 연초부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의 낮은 기저 효과에 더해 증권형토큰(STO), 가상자산(암호화폐) 등 신사업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 지수는 올해 들어 19.76% 상승했다. 연초 540.14에 출발한 지수는 이날 장중 646.89까지 치솟았다. 이 지수는 국내 상장 증권사를 담고 있는데,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받아들었음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승세다.
대다수 증권사는 지난해 증시 거래대금 감소,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비롯한 자금 시장경색 등으로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2022년 잠정 실적을 발표한 미래에셋증권(006800),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현대차증권(001500), 다올투자증권(030210), SK증권(001510), 한화투자증권(003530), 한양증권(001750) 등은 전년대비 실적이 모두 감소했다.
대형 증권사 중 2021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넘겼던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영업이익 8459억원, 당기순이익 619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조 클럽에 들었던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지난해엔 각각 5214억원, 5786억원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메리츠증권(008560)만 지난해 영업이익 1조9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9489억원) 대비 증익에 성공했다.
유동성 위기설이 돌던 중소형 증권사의 타격은 더욱 컸다. SK증권은 작년 연간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97.1% 급감했다.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여파다. 한화투자증권은 작년 영업이익 438억원으로 전년대비 79%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476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연간 순손익이 적자로 전환한 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해 정규직 대상 희망퇴직을 시행한 다올투자증권은 2021년 1482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985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양증권은 영업이익 1162억원에서 372억원으로 4분의 1토막이 났고, 현대차증권 1565억원에서 1146억원으로 26% 줄었다.
중소형 증권사 주가 상승 두드러져
아이러니하게도 증권사 실적과 주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올해 들어 66.74% 급등했다. SK증권도 67.11% 뛰었다. 다올투자증권(36.09%), 한양증권(15.10%), 미래에셋증권(17.22%), 삼성증권(13.16%), NH투자증권(9.76%), 메리츠증권(7.83%) 등 실적·회사 규모와 무관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에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 2000만원대에서 이날 장중 2910만원으로 38% 가까이 급등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을 보유해 ‘비트코인 수혜주’로 꼽힌다.
SK증권의 경우 증권형토큰(STO) 수혜 기대감이 작용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토큰 증권(증권형 토큰)’ 발행 및 유통규율 체계 안건을 의결하면서 STO 시장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서다. SK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업무협약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대신증권(003540)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연초 늘어난 거래대금에 수수료 수익 회복도 기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6조4484억원 수준이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31일 49조2749억원으로 6.08% 늘었다.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 계좌에 넣어둔 자금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황 부진, 올해까지 갈 것”
전문가들은 증권업황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금융 위축에 따른 기업금융(IB) 실적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증시 거래대금 회복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핵심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1.7% 증가했다. 하지만 경기 및 기업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비중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증권사 수익의 핵심인 IB 실적 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증권업종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Neutral)’을 유지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증권주 상승세는 배당락 이전 수준으로의 되돌림이며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증권사의 원활한 단기자금 조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긍정적인 뉴스지만 부동산PF 이슈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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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 지수는 올해 들어 19.76% 상승했다. 연초 540.14에 출발한 지수는 이날 장중 646.89까지 치솟았다. 이 지수는 국내 상장 증권사를 담고 있는데,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받아들었음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승세다.
대다수 증권사는 지난해 증시 거래대금 감소,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비롯한 자금 시장경색 등으로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2022년 잠정 실적을 발표한 미래에셋증권(006800),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현대차증권(001500), 다올투자증권(030210), SK증권(001510), 한화투자증권(003530), 한양증권(001750) 등은 전년대비 실적이 모두 감소했다.
대형 증권사 중 2021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넘겼던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영업이익 8459억원, 당기순이익 619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조 클럽에 들었던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지난해엔 각각 5214억원, 5786억원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메리츠증권(008560)만 지난해 영업이익 1조9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9489억원) 대비 증익에 성공했다.
유동성 위기설이 돌던 중소형 증권사의 타격은 더욱 컸다. SK증권은 작년 연간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97.1% 급감했다.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여파다. 한화투자증권은 작년 영업이익 438억원으로 전년대비 79%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476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연간 순손익이 적자로 전환한 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해 정규직 대상 희망퇴직을 시행한 다올투자증권은 2021년 1482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985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양증권은 영업이익 1162억원에서 372억원으로 4분의 1토막이 났고, 현대차증권 1565억원에서 1146억원으로 26% 줄었다.
중소형 증권사 주가 상승 두드러져
아이러니하게도 증권사 실적과 주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올해 들어 66.74% 급등했다. SK증권도 67.11% 뛰었다. 다올투자증권(36.09%), 한양증권(15.10%), 미래에셋증권(17.22%), 삼성증권(13.16%), NH투자증권(9.76%), 메리츠증권(7.83%) 등 실적·회사 규모와 무관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에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 2000만원대에서 이날 장중 2910만원으로 38% 가까이 급등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을 보유해 ‘비트코인 수혜주’로 꼽힌다.
SK증권의 경우 증권형토큰(STO) 수혜 기대감이 작용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토큰 증권(증권형 토큰)’ 발행 및 유통규율 체계 안건을 의결하면서 STO 시장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서다. SK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업무협약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대신증권(003540)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연초 늘어난 거래대금에 수수료 수익 회복도 기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6조4484억원 수준이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31일 49조2749억원으로 6.08% 늘었다.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 계좌에 넣어둔 자금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황 부진, 올해까지 갈 것”
전문가들은 증권업황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금융 위축에 따른 기업금융(IB) 실적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증시 거래대금 회복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핵심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1.7% 증가했다. 하지만 경기 및 기업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비중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증권사 수익의 핵심인 IB 실적 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증권업종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Neutral)’을 유지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증권주 상승세는 배당락 이전 수준으로의 되돌림이며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증권사의 원활한 단기자금 조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긍정적인 뉴스지만 부동산PF 이슈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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