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임기만료 앞둔 한남2구역, 내부갈등 ‘점입가경’
조합 감사·일부 조합원, 서울시에 조합장 비위혐의 신고서 접수
업체·마감재 선정 등 부당 의혹 제기, “경찰 신고도 계획 중”
조합장 측 “반대편의 꼬투리 잡기, 마녀사냥에 불과”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지난해 11월 시공사 총회를 마친 한남뉴타운 2구역의 내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조합장이 일부 조합원으로부터 시공사 선정총회 한 달 만에 조합원 자격을 두고 고소를 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각종 비위혐의가 있다며 지자체에 신고를 당했다. 조합장 측은 “감정이 상한 일부 조합원들이 사소한 말 한 마디나 상황들을 꼬투리 잡아 부풀린 것이며 허위 사실도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7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지난 3일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김재천 감사 등 조합원 102명이 이명화 조합장에 대한 신고서를 서울시 소관부서에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신고서에는 특정 마감재 및 협력업체 선정, 임원 선거 등을 둘러싼 의혹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부 조합원이 이 조합장에 대해 “이미 부친이 대표조합원으로 있음에도 조합설립인가(2012년 6월) 이후인 2019년, 부친과 같은 세대인 모친이 보유하던 부동산 지분 절반씩을 오빠와 함께 증여 받았으므로 도시정비법 제39조에 따라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소를 제기한 데 이은 조치다.
이 조합장은 해당 소송에 대해 “용산구로부터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았으며 법적, 절차 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새 집행부를 꾸리며 보궐선거로 선출된 이 조합장의 공식 임기가 불과 2달여 남은 상태에서 그의 조합 운영에 문제를 제기해온 일부 조합원들이 이처럼 추가 조치를 이어가며 양측 간 갈등은 극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한남2구역 조합은 이미 조합원 투표를 통해 시공자로 선정된 대우건설과 도급계약도 앞두고 있다.
그런 가운데 조합원들이 이번 신고서를 통해 민감한 이권이 관여될 수 있는 사안을 지적하고 있는 데다 이 조합장이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파장이 더욱 클 전망이다.
“조합장 배임 심각” VS “허위사실이다” 주장 팽팽
이번 신고서에는 내부감사를 통해 문제가 지적됐던 시공사 선정총회 대행업체 선정 및 계약금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내용을 보면 신고 조합원들은 조합이 지난해 11월 열린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총회’ 진행을 대행했던 S업체와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조합장이 이사들 의견과 달리 전 조합 집행부가 결정해 둔 계약 원안을 독단적으로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S업체는 김성조 전 조합장이 조합을 운영할 당시 대의원회 결의 없이 진행된 입찰에 따라 선정된 업체다. 지난해 11월 한남2구역 내부 감사보고서에선 S업체 선정기준에 대해 “배점 기준표 평가항목 비중에 가격보다 비가격적 요소의 비중이 높았으며 이로 인해 최저가 입찰 업체가 평가점수 최저점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김 전 조합장은 해당 건을 비롯한 각종 비위혐의가 제기돼 2021년 말 해임총회를 통해 해임됐다. 신고 조합원들은 김 전 조합장이 해임된 후인 지난해 6월 제3차 이사회 당시 참석 이사들이 이 조합장이 제시한 S업체와의 계약안(용역금액 약 2억2500만원)에 대해 “기존에 산정된 계약금액이 과도하다”며 계약금 감액을 전제로 ‘조건부 찬성’ 의견에 따라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이사회에 대한 의사록에는 “2022년 4월 9일 새로 선출된 집행부에서 다시 업체를 심의했다”든가 “참석 이사 5명 전원의 찬성으로 원안 가결됐다”고 명시됐다. 신고 조합원들은 의사록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니며, 이 조합장이 해당 의사록에 명시된 대로 이사회에 계약체결을 위임하지도 않고 임의대로 해당 업체와 계약을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로 인해 조합이 부당하게 손해를 보게 된다면 이는 형법 상 배임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업체는 총회 이후 OMR카드 사용 비용 등으로 1800만원을 추가 청구했다.
이에 대해 이 조합장은 “의사록 내용은 전부 이사회 당시 일어난 사실 그대로이며 이사들이 이에 대해 부인한다면 스스로의 행동을 부인하는 꼴”이라며 “S업체는 전 조합장 당시 대의원들이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 선정된 업체임에도 계약금액이 높다는 이사들 의견을 받아들여 후에 업체와 합의를 통해 금액을 1억9000여 만원까지 낮춘 바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장 연임 의지 확고해…내홍 깊어지나
신고 조합원들은 “2022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 총회 전 공사비(예정가격) 산정을 위해 열린 적산업체, 설계업체 등과 이사회가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 조합장이 특정 업체의 승강기 모델명을 넣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신고서에는 한남2구역에 이미 전문가인 조합원들로 구성된 공식 테스크포스(TF)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운영되고 있음에도 이 조합장이 비밀리에 ‘마감재 TF’를 구성하려다 조합원들에게 들켰다는 내용도 있다.
이 조합장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도 “적산업체와 간담회 당시 단지 고급화를 위해 특정 기준 이상의 제품이 들어가야 한다는 차원의 이야기를 하며 일부 승강기 브랜드를 거론한 적은 있으나 어떤 모델명을 얘기했다는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마감재 TF 구성에 대해서도 “스스로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증명을 하겠나”라면서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신고 조합원들은 정비업체의 조합 사무실 인테리어 지원 문제, 지난해 9월 열린 조합 이사 및 대의원 보궐선거 당시 선거 개입 및 속기록 허위 문제 등에 대해 이 조합장이 도시정비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및 조합정관을 위반했는지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에서 밝혀달라는 입장이다. 이 조합장은 “반대파들이 사소한 말꼬리 잡기와 허위사실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면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부분에 대해 앞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합장이 강한 연임의지를 밝히며 내홍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 조합장은 연임을 통해 사업을 최선으로 이끌며 각종 공격으로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고 조합원들은 이번 지자체 신고에 이어 향후 경찰 신고까지 고려하고 있다.
해당 신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인가권자인 자치구에 민원사항을 이첩할 계획”이라면서 “용산구에서 민원조정회의나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양쪽 입장을 들어보고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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