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은 이용당했나…‘조카의 난’으로 번지는 SM엔터
얼라인과 손잡은 이성수 공동대표
이수만 총괄 처조카…98년 SM기획 입사
SM 3.0 전략·카카오 지분매각 주도
“‘주주가치 제고’ 행동주의 의미 퇴색”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이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SM 측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SM을 이끌고 있는 이성수 공동대표는 이수만 총괄과는 처조카 사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SM 측은 이수만 총괄을 배제한 채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사실상 ‘조카의 난’이다.
그러나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 제안으로 불거진 SM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경영진과 최대주주 간 이권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진정한 주주 행동주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분 18.46%를 보유한 이 총괄이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M은 전날 카카오에 지분 9.05%를 총 2171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SM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고, 114만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새로 발행해 카카오가 인수하는 식이다. 이번 지분 인수로 카카오는 SM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18.46%)과의 지분 격차는 10% 내로 좁혀졌다.
앞서 SM은 회사의 미래 성장 전략으로 지난 3일 ‘SM 3.0’ 시대를 알리기도 했다. 창업주 이수만 총괄이 회사를 설립한 1995년부터 2010년까지의 ‘SM 1.0’, 이 총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서로 일하던 ‘SM 2.0’을 거쳐 새로운 성장 전략을 제시한 것. 이수만 총괄이 배제된 SM 3.0에 이어 2대 주주로 카카오가 합류하면서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의 위치가 위태로워졌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기도 했다.
SM 3.0·카카오 지분 매각 이끈 이성수 대표
공교롭게도 이 모든 과정엔 이수만 총괄의 처조카인 이성수 대표가 얽혀있다. 이 대표의 이모부는 이수만 총괄로 알려져 있다. 1979년생인 이 대표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인 1998년 신화가 데뷔했을 당시 PC 통신 상의 팬 모니터 동향을 회사에 알리는 업무로 SM기획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05년 A&R 직원으로 정식 입사했다. 2015년 이후 실장, 그룹장, 이 총괄 직속 프로듀싱 본부장, 등기이사 등을 거쳐 2020년 3월 탁영준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이수만 총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0년 이후 이성수 대표는 이 총괄의 든든한 오른팔이 돼왔다. 지난해 12월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를 함께 방문한 이들은 SM과 사우디 문화부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 장에도 나란히 섰다. 소녀시대 태티서 활동 당시 이성수 대표가 타이틀곡 ‘Twinkle’을 추천했고 이수만 총괄이 ‘눈에 잘 띄잖아’라는 가사를 ‘눈에 확 띄잖아’로 바꾼 사례는 K-POP 팬들에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다.
혈연으로 얽힌 이들 사이에 균열이 감지된 건 지난해 3월이다. 당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라이크기획 인세로 SM 이익의 큰 부분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SM을 압박했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총괄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다. 당시 SM은 공식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주주총회에서 얼라인 측이 세운 감사가 선임되면서 사실상 얼라인의 의견을 수용했다.
얼라인은 같은해 8월 라이크기획과의 용역 계약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9월엔 공개서한을 통해 계약 종료를 압박했고, 10월에는 이사회 의사록 및 회계장부 열람권을 청구했다. 결국 SM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당시 이수만 총괄은 “물러나라는 소액주주들의 의견 또한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라며 “경영진들이 향후 50년을 바라보는 전략을 세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창업자를 내쫓나 vs 박수칠 때 떠나라
SM의 행보에 대한 여론도 분분하다.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 총괄을 배제한 회사의 행보는 위법하다는 지적과, 이 총괄의 부재 속 SM이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옹호 여론이 맞선다. SM 경영진이 SM 3.0에서 제시한 멀티 레이블·제작센터 전략도 사실상 2018년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가 취한 전략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홍도 격화되는 모양새다. 과거 SM 자회사 SM C&C 사외이사로 일하던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은 지난 5일 SM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성수·탁영준 대표가 이 총괄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며 “SM을 위해 이수만의 감각이 필요하다. SM 창업과 발전에 일생을 바친 이수만을 예우해달라”며 현 경영진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수만 총괄 역시 카카오에 지분을 매각한 SM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 화우는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행동주의 펀드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SM의 행보를 보면 ‘얼라인은 이용당했다’는 말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실상 이수만 총괄을 쳐내기 위해 SM 경영진이 먼저 움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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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 제안으로 불거진 SM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경영진과 최대주주 간 이권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진정한 주주 행동주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분 18.46%를 보유한 이 총괄이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M은 전날 카카오에 지분 9.05%를 총 2171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SM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고, 114만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새로 발행해 카카오가 인수하는 식이다. 이번 지분 인수로 카카오는 SM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18.46%)과의 지분 격차는 10% 내로 좁혀졌다.
앞서 SM은 회사의 미래 성장 전략으로 지난 3일 ‘SM 3.0’ 시대를 알리기도 했다. 창업주 이수만 총괄이 회사를 설립한 1995년부터 2010년까지의 ‘SM 1.0’, 이 총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서로 일하던 ‘SM 2.0’을 거쳐 새로운 성장 전략을 제시한 것. 이수만 총괄이 배제된 SM 3.0에 이어 2대 주주로 카카오가 합류하면서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의 위치가 위태로워졌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기도 했다.
SM 3.0·카카오 지분 매각 이끈 이성수 대표
공교롭게도 이 모든 과정엔 이수만 총괄의 처조카인 이성수 대표가 얽혀있다. 이 대표의 이모부는 이수만 총괄로 알려져 있다. 1979년생인 이 대표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인 1998년 신화가 데뷔했을 당시 PC 통신 상의 팬 모니터 동향을 회사에 알리는 업무로 SM기획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05년 A&R 직원으로 정식 입사했다. 2015년 이후 실장, 그룹장, 이 총괄 직속 프로듀싱 본부장, 등기이사 등을 거쳐 2020년 3월 탁영준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이수만 총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0년 이후 이성수 대표는 이 총괄의 든든한 오른팔이 돼왔다. 지난해 12월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를 함께 방문한 이들은 SM과 사우디 문화부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 장에도 나란히 섰다. 소녀시대 태티서 활동 당시 이성수 대표가 타이틀곡 ‘Twinkle’을 추천했고 이수만 총괄이 ‘눈에 잘 띄잖아’라는 가사를 ‘눈에 확 띄잖아’로 바꾼 사례는 K-POP 팬들에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다.
혈연으로 얽힌 이들 사이에 균열이 감지된 건 지난해 3월이다. 당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라이크기획 인세로 SM 이익의 큰 부분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SM을 압박했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총괄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다. 당시 SM은 공식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주주총회에서 얼라인 측이 세운 감사가 선임되면서 사실상 얼라인의 의견을 수용했다.
얼라인은 같은해 8월 라이크기획과의 용역 계약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9월엔 공개서한을 통해 계약 종료를 압박했고, 10월에는 이사회 의사록 및 회계장부 열람권을 청구했다. 결국 SM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당시 이수만 총괄은 “물러나라는 소액주주들의 의견 또한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라며 “경영진들이 향후 50년을 바라보는 전략을 세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창업자를 내쫓나 vs 박수칠 때 떠나라
SM의 행보에 대한 여론도 분분하다.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 총괄을 배제한 회사의 행보는 위법하다는 지적과, 이 총괄의 부재 속 SM이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옹호 여론이 맞선다. SM 경영진이 SM 3.0에서 제시한 멀티 레이블·제작센터 전략도 사실상 2018년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가 취한 전략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홍도 격화되는 모양새다. 과거 SM 자회사 SM C&C 사외이사로 일하던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은 지난 5일 SM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성수·탁영준 대표가 이 총괄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며 “SM을 위해 이수만의 감각이 필요하다. SM 창업과 발전에 일생을 바친 이수만을 예우해달라”며 현 경영진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수만 총괄 역시 카카오에 지분을 매각한 SM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 화우는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행동주의 펀드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SM의 행보를 보면 ‘얼라인은 이용당했다’는 말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실상 이수만 총괄을 쳐내기 위해 SM 경영진이 먼저 움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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