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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이니셜의 무게감'…엔터사 투자가 고단한 이유

카카오, 에스엠 지분 9.05% 인수
경영권 대신 지분 인수 방향 선회
이수만 최대주주 정면대응 예고
창업주가 갖는 독보적 상징성에
아티스트 기반 비즈니스도 변수
"영향력 이어지냐, 떨쳐내냐" 관건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성훈 기자]  카카오(035720)가 오랜 기간 공들였던 에스엠(041510) 지분을 인수하면서 화제다. 당초 에스엠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71) 전 총괄프로듀서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새 국면을 맞은 셈이다. 지난 2021년부터 이어져 온 경영권 인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지분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본 게임은 지금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이수만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두고 강력 반발에 나선 가운데, 주주총회 향방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여타 업종과 달리 창업주가 독보적인 상징성을 가지는 엔터 업계 특성을 감안했을 때 이수만 최대주주가 어떤 행보에 나서느냐도 관심사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에스엠 2대 주주로 올라선 카카오 

카카오는 7일 에스엠의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다고 밝혔다. 에스엠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 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총 취득 금액은 2171억5200만원이다. 

에스엠과 카카오는 이번 투자를 통해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각종 사업은 물론, 팬 커뮤니티 플랫폼 등에서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에스엠 측은 “장기적 파트너로서 카카오와 전방위적인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수만 최대주주는 해당 사실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최대 주주는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공동 대표이사가 주도하는 에스엠 이사회가 제3자(카카오) 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며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스엠이란 회사가 가진 매력과 과제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에스엠은 엔터 업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인정하는 유명 연예 기획사다. 유명 아이돌 그룹의 산실로 꼽히면서 현재도 무시 못할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 확장성도 매력적이다. 에스엠 자회사이자 상장사인 디어유(376300)는 에스엠이 보유한 IP 가치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팬덤을 구현할 공간으로서의 상징성도 여전하다. 

매력적인 사업 잠재력만큼 이슈도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수만 최대주주를 겨냥한 거버넌스(지배권) 개선 이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와 일부 주주들이 줄기차게 문제 제기를 해온 것도 그간 투명하지 않고, 개선되지 않았던 거버넌스가 주요 대상이었다. 

연예 기획사는 어떤 아티스트를 보유했는지와 같은 ‘인적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현재 인기 최절정을 달리는 그룹이 건재해도, 신예 그룹을 계속 데뷔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창업주란 독보적 존재…참 어려운 엔터 투자 

자본시장에서는 엔터사 투자를 두고 “(투자하기) 참 어렵고, 껄끄럽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느 업종과 비교해도 특정인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렇게 큰 분야가 없어서다. 현재 국내 엔터 시장을 주름잡는 기획사들이 창업주를 ‘영향력 있는 존재’로 각인하는 업계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에스엠처럼 창업주의 영문 이니셜을 사명으로 한 것만 봐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에스엠이 앞선 원매자들과의 경영권 인수 협상 과정에서 ‘창업주의 권한을 얼마나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명제를 풀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점도 이러한 특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제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비즈니스라는 점도 엔터사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연예 기획사는 어떤 아티스트를 보유했는지와 같은 ‘인적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현재 인기 최절정을 달리는 그룹이 건재해도, 신예 그룹을 계속 데뷔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대로 얘기하면 회사 안팎의 이견과 갈등을 이유로 아티스트들이 이탈이라도 하면 투자 의미가 희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속된 말로 ‘회사 간판만 남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수만 최대주주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달 주총을 앞두고 소속 연예인들이 회사와 뜻을 같이할 것이냐, 최대주주를 택할 것이냐는 ‘양자택일’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최대주주와 뜻을 같이하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될 것이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반면 거버넌스 개선을 주문하던 주주 입장에서는 해당 이슈는 단기적인 문제에 그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소속 아티스들의 서류상 계약 관계는 변함이 없고 차세대 아티스트를 배출할 인프라나 시스템은 최대주주와 상관 없이 갖춰져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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