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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경매에 등장한 ‘토큰 증권’, 투자 불 지필까

미술업계선 뜨거운 반응…“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
제도권에 편입된 ‘조각투자’, 이제는 ‘가치 평가’가 관건

토근 증권 발행(STO) 등 새로운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미술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옥션의 경매 전경. [사진 서울옥션]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미술시장에 새 손님이 찾아온다.”

미술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미술품 공동구매가 최근 몇 년간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한 가운데,토근 증권 발행(STO) 등 새로운 가상자산의 활용이 허용되면서 미술시장의 미래에 큰 변화가 점쳐진다.

STO는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 실물자산과 연동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이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STO와 같은 토큰 형태의 증권 발행 및 유통을 허용하는 골자의 ‘STO 가이드라인(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공개했다. 최근 미술품, 부동산 등 고가의 실물자산 소유권에 대한 ‘조각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카드의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미술시장에 기대감이 더해지는 추세다. 기존에 ‘조각투자’의 일환으로 거래되던 NFT(대체불가토큰) 아트의 인기 역시 이에 더욱 힘입을 가능성이 높다. 

급격히 치솟던 미술경매의 인기가 지난해 말 한풀 꺾인 상황에서도 미술품 ‘조각투자’는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미술품 분할 소유권(조각 투자) 시장 규모는 총 545억원, 하반기는 그보다 많은 9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제까지 각 기업의 플랫폼 혹은 투자자에 의존하던 구조의 투자가 이제는 제도권에 편입된 형태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양대 미술경매업체인 서울옥션, 케이옥션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옥션은 자회사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를 통해 신흥 조각투자 전쟁에 참전한다. 케이옥션의 경우 자회사 ‘아트폼스’를 통해 상반기 중 토큰 증권 플랫폼 ‘아트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서비스를 개시한다.

그밖에 다른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들 역시 변화에 발맞춰 은행·증권사와의 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술품 공동 구매사인 ‘아트앤가이드’는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증권, SK증권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또 다른 미술품 조각투자사인 ‘테사’ 역시 다수의 증권사와 상품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거래에 ‘투명성’ 더한다...“합리적인 가치 평가에 총력”

서울옥션블루의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왼)와 최근 케이옥션이 자회사 아트폼스를 통해 NFT 작품으로 론칭한 오명희 작가의 ‘Zenith (절정)– Center of Radiant Life’. [사진 서울옥션, 케이옥션]

미술품은 대개 작품이 1개이거나 극히 소수라 가격 비교에 제약이 있어, 결국 최종 구매자 호가로 가격이 정해진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객관적 가치 산정을 위한 업계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술품을 토큰 형태로 쪼개 증권처럼 발행·유통시키기 위해서는, 미술품 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 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신뢰도 제고’를 위한 장치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옥션의 조각 투자 사업을 도맡는 서울옥션블루는 자사의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를 활용해 사업 확대에 나선다. 현재는 작품을 합리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자 보호안을 준비 중에 있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STO를 적용하게 되면 작품이 아예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표되기 때문에 가격 평가 등도 모두 투자 설명서에 명시될 것”이라며 “미술품 거래가 기존보다 훨씬 더 투명해질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미술의 대중화, 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정부는 6개월 내 증권신고서 제출, 관련 서류 고지, 예치금 분리 등 투자고객 보호작업을 완료하지 않으면 과징금 및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어 “서울옥션블루 역시 이에 발맞춰 시스템을 더욱 정교화하고, 더욱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비교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에 진행되던 공동구매의 경우 5개 가량의 유사작품과 비교를 거쳐 작품의 가격을 책정하는 구조였다. 이러한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STO의 제도 편입을 맞아 케이옥션의 자회사 아트폼스에서 론칭하는 ‘아트 애그리게이터’ 서비스 역시 미술품 1차 시장, 2차 시장, NFT, 조각 증권 및 STO 시장을 모두 포괄하는 ‘틀’을 마련하는데 주력한다. 분산된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주는 데서 출발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는 미술 관련 상품들의 가치와 평가에 대한 다양한 정보나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트폼스 관계자는 “아트 애그리게이터가 제공할 여러 서비스 중 미술품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가치 산정을 돕는 틀은 가장 핵심적인 사업 모델이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STO가 요구하는 미술품의 가치 평가 방법과 그 절차, 진품 여부에 대한 판단 절차나 그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 대한민국 미술 업계 최초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한 K-오피스(K-Office) 시스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체간 협업도 눈에 띈다. 아트폼스는 NFT 플랫폼 ‘도시’(DOSI)를 운영하는 라인 넥스트(LINE NEXT)를 비롯해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투게더’(Art Together)를 운영하는 투게더아트(Together Art)와 업무협약 및 전략적 투자를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케이옥션 관계자는 “STO 가이드라인이나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에서 명시된 몇 가지 중요한 투자자 보호 원칙들을 아트투게더가 일찍부터 준수하고 있었다”며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자 중 한국예탁결제원의 ‘토큰증권(ST) 협의회’에 유일하게 포함돼 있기도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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