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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하이브의 편?…‘명분’ 잃어가는 카카오·얼라인

하이브 공개매수 12만원 저격한 얼라인
카카오는 주당 9만원대에 지분 인수 추진
‘3자배정 유증’ 참여 두고도 태세 전환
SM 사내 변호사 “적대적 M&A는 카카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일반 주주가 보유한 주식 공개매수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기한은 2월 10일부터 3월 1일까지다. [사진 에스엠]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하이브(352820)가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카카오(035720)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다음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한 뒤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지분을 예정대로 매입하고 나면, 카카오는 지분 확보 경쟁에서 열세에 놓인다. 여기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인용이 결정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카카오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카카오와 연합 전선을 구축한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지만, 카카오의 신주 배정 가격이 주당 9만원인 점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얼라인이 SM에 요구해왔던 자회사 계약 종료, 지배구조 개선 등의 개선 사항을 하이브 측이 대부분 수용하면서 얼라인 측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M 지분 공개매수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지난 10일부터 일반 주주가 보유한 SM 주식 공개매수 신청을 받고 있다. 공개매수 가격은 12만원, 공개매수 기한은 오는 3월 1일까지다. 3월 1일이 공휴일인 관계로 주식을 매도하려는 주주는 전 영업일인 2월 28일까지 공개매수에 응해야 한다. SM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9월말 기준 5만2129명으로 지분 70.53%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이번 공개매수에서 SM 지분 25%(595만1826주) 매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개매수 신청이 목표 수량에 미치지 못 하면 전량 매수하고, 만약 매수 예정 수량을 초과할 경우 안분비례해 매수한다. 하이브는 오는 3월 6일 이수만 총괄 지분 14.8%도 주당 12만원에 인수한다. 계획대로 공개매수까지 성공한다면 하이브는 다음달 지분 39.8%를 확보해 SM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12만원은 최대주주 지분 매입가와 동일한 가격이다. 만약 공개매수기한인 3월 1일까지 SM 주가가 12만원을 밑돈다면 소액주주들은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며 SM 주가는 이날 장중 11만9100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상장 후 한 번도 12만원선을 넘어선 적은 없다. 

‘12만원 너무 낮다’던 얼라인, 카카오엔 침묵

하이브의 공개매수 계획이 밝혀진 직후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 가격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SM 경영진, 카카오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행동주의펀드다. 얼라인은 “12만원은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실행시 기대되는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여력과 비핵심사업, 비영업자산, 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업사이드 감안시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공개매수 가격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카카오의 SM 신주 배정 가격이 9만원이라는 점에서 얼라인의 ‘명분’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7일 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SM 지분 9.05%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SM 지분 취득에 들인 비용은 2171억원에 불과하다”며 “최대주주 지분의 50%에 육박하는 지분을 획득하면서도 프리미엄 없이 매우 낮은 가격에 (인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SM 사내 변호사로 활동 중인 조병규 법무담당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던 얼라인은 12만원이라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가 너무 낮아서 반대한다면 주당 9만원인 카카오의 신주 인수에 대해서는 더 반대해야 옳다”며 “얼라인의 이중적 태도는 행동주의 펀드의 행동이 아니라 경영권 펀드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얼라인파트너스가 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의 지분 취득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3월 얼라인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불거지자 “SM은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은 순현금 기업이다. 경영상 유상증자가 필요하지 않다”며 “단순히 대주주의 지배권을 공고히 할 목적만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주당 순이익의 희석이 크게 일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얼라인의 입장은 현재 이수만 총괄 측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총괄의 법적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는 “SM의 작년 3분기 공시 자료를 보면 사내유보금만 2800억원이 있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명분 잃지 않는 쪽이 승리할 것”

투자은행(IB)업계에선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기는 명분을 잃지 않는 쪽이 가져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수만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배정 가처분 소송에서 이러한 명분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법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다만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이수만 측은 법정에서 SM의 신주‧전환사채 발행이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 하에서 기업이 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데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SM이 제3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필요성이 없다는 점도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SM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적대적 M&A라고 규정하면서도 카카오의 지분 인수는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하고 있지 않나”라며 “법원이 신주발행을 경영상 목적이 아닌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인정할 경우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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