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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타호, 존재감은 압도적 디테일은 아쉽 [타봤어요]

친환경 트렌드 덕분에 타호만의 개성 부각
8기통 6.2ℓ 자연흡기 엔진 ‘낭만’ 그 자체 
떨어지는 마감 2%로 부족한 편의사양 ‘옥에 티’


쉐보레 타호. [이건엄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건엄 기자] 고배기량 자연흡기, 압도적 크기. 쉐보레 타호를 잘 나타내는 단어다. 전동화와 다운사이징 등 친환경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지만 타호는 미국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며 완성차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친환경 트렌드가 타호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호는 크고 웅장한 미국 차량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델이다. 이는 제원만 봐도 알 수 있는데 타호의 전장은 5352mm, 전고도 1925mm에 달한다. 전폭 역시 2057mm로 미니버스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디자인 역시 타호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크롬과 굵직한 선이 적극 사용됐다. 실제 전면부 그릴은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을 따라가면서도 크롬 소재의 두꺼운 가로줄을 층으로 쌓아 타호만의 개성을 살렸다. 특히 하단 범퍼부터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각진 디자인이 적용돼 다부진 인상을 준다.

측면부는 간결한 디자인에 크롬으로 포인트를 주며 멋을 살렸다. 과하지 않은 캐릭터라인에 C필러에서 사이드미러까지 ‘L’자 형태로 적용된 크롬 포인트가 괜찮은 조화를 이룬다. 또 도어캐치와 22인치 크롬 실버 프리미엄 페인티드 휠이 타호만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이는 후면부 역시 마찬가지로 단순한 직각으로 떨어지는 단순한 디자인에 크롬과 더블 듀얼 머플러가 적용돼 디테일을 살렸다.
쉐보레 타호. [이건엄 기자]

광활한 공간에 눈길

웅장한 외관 디자인과 달리 실내로 들어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미국 브랜드 특유의 투박한 디자인과 비교적 저렴해 보이는 마감재 때문이다. 미흡하진 않지만 세련되지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 세대 전 쉐보레 디자인 정체성이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 계기판의 경우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됐지만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돌출형 모니터가 구형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대시보드에 적용된 우레탄도 다소 딱딱한 편이라 가죽보다는 플라스틱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공조장치를 비롯한 버튼도 소재는 고급스럽지만 마감이 아쉬워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타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주는 쾌적함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한다. 긴 휠베이스와 넓은 전폭 덕분에 실내에서도 앞뒤좌우 할 것 없이 광활한 공간을 누릴 수 있었다. 실제 타호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이 넓어 각각 독립된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승용차보다는 대형 트럭의 앞좌석에 더 가까웠다. 
쉐보레 타호 실내. [이건엄 기자]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면 광활함은 배가 된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면 안락한 공간이 탑승자를 맞이한다.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갖춘 2열의 경우 풍성한 쿠션이 더해진 시트 덕분에 여유롭고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 지루하지 않은 여정을 만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넉넉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3열 공간에도 성인 남성이 앉을 수 있어 플래그십 SUV의 감성을 그 어떤 모델보다 강하게 드러낸다. 실제 2열 레그룸은 1067㎜이고 3열 레그룸은 성인 남성도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886㎜다. 덕분에 성인 7명이 탑승해도 장거리 이동해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게 한국GM 측 설명이다. 

넓은 승객공간 만큼 타호의 트렁크 적재용량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열을 편 상태의 기본 적재용량은 722ℓ, 2열까지 접을 경우 최대용량은 3480ℓ다. 폴딩을 위한 모든 작업이 3열에 위치한 버튼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허리를 숙여 의자를 직접 접는 번거로움을 최소화 했다. 이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차박에서도 큰 강점이다.  
쉐보레 타호 실내. [이건엄 기자]

높고 넓은 시야 강점

본격적인 시승에 나서기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 시트 포지션을 최대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트럭을 탄 것처럼 높고 넓은 시야를 제공했다. 이번 시승은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200㎞ 구간에서 이뤄졌다.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 고속 주행보다는 도심 저속주행이 주를 이뤘다.

시동을 걸자 자연흡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배기음이 강한 전율을 선사했다. 전동화가 대세로 잡은 현시점의 완성차 시장에서 ‘낭만’을 간직한 모델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포드 등 같은 미국차 브랜드들이 터보엔진을 적극 사용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실제 타호는 여전히 미국을 상징하는 V8 6200cc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고집하고 있다. 이 엔진은 최고 출력 426마력과 63.6kg.m의 토크를 낸다. 버튼 방식으로 작동되는 10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있다. 

타호의 엔진 성능과 배기량을 보면 괴물 그 자체지만 그렇다고 환경과 효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7개 모드로 엔진 실린더를 비활성화 또는 활성화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DFM)이 업계 최초로 적용됐다. 이를 통해 거대한 차체에도 6.8㎞/ℓ의 연료 효율을 확보했다.
쉐보레 타호에 탑재된 8기통 6.2ℓ 자연흡기 엔진. [이건엄 기자]

가속페달을 밟자 타호의 육중한 차체가 경쾌하게 뻗어 나갔다. 자연흡기 엔진의 장점인 빠른 응답성 덕분이다. 여기에 밟으면 밟을수록 마성을 자극하는 V8 엔진의 사운드에 매료돼 질주본능을 이끌어 냈다.

이와 함께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매끄러운 가속에 초점을 맞춘 최신의 10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한 덕분에 반복된 가·감속에서도 기민한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GM이 자랑하는 마그네틱라이드컨트롤(MRC)이 적용돼 보다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했다. 차량이 육중한 만큼 심한 롤링은 불가피 하지만 이를 MRC가 확실하게 잡아줘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또 기본 적용된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지상고 자동 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고속 주행 시 자동으로 지상고를 20㎜ 낮춰 공기역학과 연비를 개선해준다. 오프로드 주행 시 모드에 따라 25㎜에서 최대 50㎜까지 차고를 높여 안정적인 주행도 지원한다.

쉐보레 타호 실내. [이건엄 기자]

타호는 최근 나오는 편의사양을 대부분 탑재했다. 하지만 실내 마감과 마찬가지로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먼저 전자식 파킹브레이크가 적용됐지만 오토홀드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오토홀드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일부 차종에서도 제공된다는 점에서 차급에 맞지 않는 구성이다. 또 오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제공하지만 정차 후 출발 기능은 포함되지 않는다. 스포츠모드에서 계기판의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도 소소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타호는 ‘아메리카 스케일’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쉐보레의 대표 모델이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형 SUV 이상의 크기와 존재감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차량이다. 다만 형제차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미치지 못하는 고급감과 열악한 국내 주차환경 등을 고려하면 수요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한편 타호는 하이컨트리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9253만원이다. 블랙 포인트 악세사리가 적용된 ‘다크 나이트’ 스페셜 에디션의 경우 936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쉐보레 타호.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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