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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둔촌주공’ 될라…강남 재건축 공사비, 갈등 심화

[‘째깍째깍’ 강남 부동산] ③ 특화설계 중요한 강남권, 자재비 상승 여파 커
1군 건설사 파워·조합 내분도 공사비 갈등에 한 몫

지난해 10월 공사중단 6개월만에 공사를 재개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조합의 한 순간 결정으로 인해 대우건설에 손해배상을 해주고, 공사비는 공사비대로 삼성물산에 증액 해주게 됐다. 소송 때문에 분양이 밀리면서 이자 등 각종 비용이 더 불어나고 있을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가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재건축사업(래미안 원펜타스) 진행에 대해 우려하며 한 말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5차재건축 조합은 2019년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대우건설과 갈등을 빚은 끝에 이듬해 시공사를 삼성물산으로 변경했다.

대우건설은 시공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고 조합의 사업장 인도 단행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이의소송을 함께 제기해 지난달 대법원이 조합 손을 들어준 2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사실상 승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조합이 앞으로 이어질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패소하며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결국 새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지급하는 공사비 증액에 대해 동의하면서 이중으로 비용이 들게 된 셈이다.

신반포15차를 기점으로 강남권에선 유사한 갈등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된 것은 9호선·5호선 더블역세권에 송파구와 인접한 입지는 물론, 높은 사업성으로 각광 받던 둔촌주공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이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시공단과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겪다 반년 간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이 밖에 강남 정비사업 흥행을 주도하던 반포에선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신반포4지구(신반포 메이플자이)도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고급화로 인한 중대 변경 흔해

건설사의 이 같은 공사비 인상 요구는 예정된 일이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과 중국의 ‘제로코로나’ 시행 이후 건자재, 인건비 등 각종 공사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통계청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이후 건설자재 물가의 누적상승률은 31.1%에 달한다. 이중 철근가격은 무려 65.8% 올랐다. 
<2020년 이후 건설자재물가 상승률> 출처: 주택산업연구소

여기에 단지 고급화와 이로 인한 ‘중대 변경’이 특히 강남 정비사업에서 일상화하면서 공사비 증액 역시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정비사업은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하게 되며, 조합이 흔히 ‘예가’라고 불라는 공사비 예정가격을 제시하면 각 시공사가 이를 참고해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시공사는 상징성이 높고 사업성이 보장된 강남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적용된 단지명에 그에 걸맞은 특화 설계, 고가의 수입 마감재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운다. ‘스카이 커뮤니티’ ‘커튼월 룩’ ‘유럽산 섀시 및 대리석 타일 마감’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시공사를 선정하기 수년 전 건축심의 당시 만들어진 설계는 필연적인 변경과정을 거치며 공사비 인상이 뒤따르게 된다. 시공사와 도급계약서에 “중대한 설계 변경 시 공사비를 증액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단지 고급화를 위해 설치되는 고급 자잿값 역시 공사비 인상 요인이다. 

조합 ‘갑질’ 옛말, 참지 않는 시공사

문제는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며 사태가 장기화하는 일이 흔하다는 점이다. 방배5구역과 방배6구역주택재건축 조합은 공사비 증액 등 문제로 기존 조합장을 해임하고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시공사를 변경한 바있다. 둔촌주공재건축과 신반포3차·경남재건축사업 역시 전임 조합장이 합의한 공사비에 대해 새 집행부가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조합원 간 갈등과 소송전이 이어진 사례다. 신반포4지구에서도 시공사인 GS건설의 공사비 4700억원 증액 요구에 대해 조합원 간 의견이 엇갈리며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비사업 조합이 전처럼 시공사에 ‘갑질’을 하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금리와 자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통상 정비사업 공사를 맡으며 설정하는 수익률은 8~10% 정도인데 조합에 사업비, 이주비 등을 조달해주며 드는 금융비용과 공사비용 등을 감안하면 주택사업에서 기대하는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 건설사 간 치열한 수주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합 입장에선 시공사 변경이나 공사중단에 따른 비용도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 방배동 신성빌라재건축(방배센트레빌프리제) 조합과 시공사가 원만한 합의에 이르며 올해 1월부터 중단됐던 공사를 2 1일 재개한 배경도 여기 있다.

시공사들의 대응 역시 전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둔촌주공 사태’ 이후 건설업계에 “더는 조합에 휘둘리며 당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유력 1군 건설사가 사업지 대부분을 수주한 강남의 경우는 더하다. 조합의 ‘시공사 교체 카드’가 더 이상 통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착공까지 한 현장에 대신 들어갈 수 있는 시공사는 국내에 없다”면서 “둔촌주공 공사중단 당시에도 그랬지만 조합원들이 ‘최악의 경우 시공사를 바꾸면 된다’는 일부 세력의 주장을 듣기보다는 시공사와 신속하고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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