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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로 소주, 라벨만 바꿔 신제품으로?…두꺼비의 배신

하이트진로 일부 영업점 중심으로 ‘진로 라벨갈이’
진로 소주가 진로 제로 슈거 제품으로 둔갑
허위 라벨 부착…식품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8조 위반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할 수 있어

하이트진로 직원들이 진로 소주 라벨을 진로 제로 슈거 라벨로 교체하는 모습. [사진 독자 제공]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소비자 기만행위죠. 술 취한 사람을 상대로 무가당도 아닌 제품을 무가당 제품처럼 판매하라니”

하이트진로가 일부 지역 영업점을 중심으로 자사 대표 소주 제품인 ‘진로’의 라벨을 새것으로 바꾸는 일명 ‘라벨갈이’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라벨갈이로 일반 진로 소주가 한순간에 당을 뺀 무가당 소주 ‘진로 제로 슈거(이하 제로 슈거)’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영업사원 일부는 거래 식당에서 기존 납품된 진로 재고의 라벨을 떼고, 리뉴얼 출시된 제로슈거 라벨을 직접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진로 소주와 제로 슈거 소주는 포함하고 있는 성분이 다르다는 것. 과당이 들어간 기존의 진로와 달리 올해초 하이트진로가 새롭게 출시한 제로 슈거는 소주에 들어가는 당을 빼고 대체 감미료를 넣은 제품이다. 당 섭취를 꺼려 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제작됐다. 라벨 갈이로 과당 범벅인 소주도 소비자에게는 무가당 성분 제품으로 ‘거짓’ 판매되는 것이다. 

도수도 다르다. 진로이즈백은 16.5도지만 제로 슈거는 16도다. 이 역시 소비자에게 16.5도 제품을 마시지만 16도 소주를 마시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준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이트진로의 라벨갈이가 제품의 이름이 표기된 앞 라벨에만 이뤄지고, 성분명과 기타표시사항이 기재된 제품 뒤 라벨은 기존 제품 그대로라는 것이다. 

공개된 영상에선 앞 모습은 제로 슈거 라벨이지만 뒷 라벨엔 버젓이 알코올 16.5도 라는 진로이즈백 도수가 그대로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라벨갈이한 소주 제품의 앞 모습과 뒤 모습을 촬영한 영상. [사진 독자 제공]

잘못된 라벨갈이를 통해 소주의 앞 라벨에 표기하는 제조연월일도 사라진다. 소주는 식품첨가물 제품으로 제조연월일을 표기해야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제품 앞 라벨에 제품을 제조한 날짜가 상세히 적혀있다. 하지만 직원들이 임의로 가져온 제로 슈거 라벨은 말 그대로 ‘가짜 제품 라벨’이기 때문에 제조연월일이 적혀있지 않아, 식품첨가물 표시에 위반된다. 

특히 허위 라벨 부착행위는 소비자 기만을 식품 등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8조에 위반하는 불법적 행위이다. 박범일 글로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허위 라벨 부착은 심각한 불법 행위”라며  “허위 표시 등 부정한 표시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고, 나아가 행정처분으로서 허위 표시한 부분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지자체장 등의 시정명령, 영업자의 영업정지, 영업허가 취소, 등록 취소 등, 6개월이내의 제조정지 등 행정제재까지 함께 부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6.5도인 진로가 16도 진로 제로 슈가 제품으로 둔갑한 모습. 사진을 라벨갈이한 제품의 앞과 뒤. [사진 독자 제공] 
이 같은 하이트진로의 불법 행위는 진로 소주를 판매하는 식당 점주에게까지 위험을 전가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아무리 소비자가 일반 소주와 무가당 소주의 맛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도 성분이 다른 제품인데, 속여서 판매하는 것이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며  “지방을 중심으로 진로 소주의 라벨갈이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불만을 토로했다. 

업계는 이 같은 하이트진로의 라벨갈이 행위에 대해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무가당 소주 시장에서 제로 슈거 제품의 빠른 자리잡기를 위한 꼼수라고 꼬집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에서 내놓은 무가당 소주 새로가 인기를 끌면서 하이트진로에서도 부랴부랴 무가당 소주를 내놓은 상황인데 기존 진로 재고가 많은 상황에 제로 슈거 제품을 더 빨리 시장에 판매하고 싶어서 생각해낸 불법 행위”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 상황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라벨갈이는 처음 듣는다”며  “제조사 입장에서 라벨갈이를 지시할 이유가 전혀 없고, 문제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 사실 확인부터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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