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은밀히 조작, 치밀하게 준비, 압도적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지배력 전이해 경쟁을 제한한 행위….(공정거래위원회)
일방적 재단, 매우 유감, 노력 외면,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 강구….(카카오모빌리티)

정부 발표와 회사 입장이란 이름으로 전달된 문서에 담긴 단어들이다. 양측 모두 공식 배포 자료에 통상적으로 쓰지 않는 강한 어조로 사안을 서술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7쪽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가 부당한 방법으로 자사 사업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1쪽 분량의 입장 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지적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공정위의 자료의 경우, 통상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임직원 대화 내용이나 내부 자료 일부도 담겼다. 공정위는 해당 자료에 ‘ㅋㅋ, ㅎㅎ’ 등의 대화 표현도 고스란히 옮겼다. 이를 두고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반박에 여론이 뒤집힐 경우를 대비한 장치”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공정위, 부당한 방법으로 카카오T블루 증가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의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를 우대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자사 가맹 택시 사업 확대로 이어졌다고 봤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57억원(잠정치)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만 두고 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기준 택시 일반호출 중개 건수 94.46%를 차지하는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자사 가맹 택시 사업을 확대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은밀하게 조작’한 것으로 봤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승객이 일반호출을 한 장소보다 비가맹 택시가 더 가까이 있어도, 이를 가맹 택시에 우선 배차 ▲비가맹 기사가 불리한 구조임에도 수락률을 기준으로 배차 ▲가맹 기사의 운임수익 극대화를 위해 1km 미만 단거리 호출의 배차 제외·축소 등을 시행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가맹·비가맹 택시 모두 동일 배차해야 하는 ‘일반호출’에서 이뤄진 차별이라고 봤다. 회사가 이를 통해 카카오T블루의 수를 늘리는 이익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가맹 택시 운영 사업자는 카카오모밀리티 관계사인 케이엠솔루션(100% 자회사)·디지티모빌리티(일부 지분투자)를 포함해 8개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 택시를 일반 호출 서비스에서도 우대한 결과, 점유율이 2019년 14.2%에서 2021년 73.7%로 확대됐다고 봤다.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를 늘린 배경으로 ‘배차 알고리즘 조작’을 꼽은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조사 결과 전반 부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같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 전반을 부정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을 ‘문장 단위’로 반박하면서 “일방적 재단”이라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은 ‘공정위가 지적한 사안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문제가 된 배차 로직 역시 단거리 승차 거부와 승차난 문제를 해소를 위한 것’으로 요약된다.

회사 관계자는 “가입 형태와 운행 행태 등에 따라 숱한 변수가 발생하는 사업적 특성을 공정위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일부 택시 사업자의 주장만 고스란히 반영해 제재를 가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또 업계 최초의 ‘승차 거부 없는 택시를 만들어 간다’는 사업 취지가 무색해졌고, 이와 함께한 가맹 기사의 노력이 외면당한 것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배차 로직은 가맹 우대를 목적으로 운영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공개한 자료 따르면 현재 카카오T에서 이뤄지는 일반호출은 ‘수락률’을 기준으로 배차된다. 회사는 2017년부터 택시 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호출(콜) 골라잡기’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 기사의 배차 수락률을 로직에 반영했다. 2020년 4월부터는 인공지능(AI) 기반 배차 시스템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AI가 가장 적합한 기사 1명에 먼저 호출을 전달한 뒤, 매칭이 되지 않으면 거리에 따라 일괄적으로 콜이 전달되는 식이다.

회사는 자체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시도된 몇 가지 사례를 보고 공정위가 전체를 판단해 잘못된 결론을 냈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도 ▲기사가 설정한 선호 목적지 ▲배차 수락률을 기반으로 호출 분배가 이뤄져 ‘가맹 우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선호 목적지’ 등의 요인에 따라 거리순으로 호출이 분배되지 않은 ‘일부 사례’를 기반으로 공정위가 ‘부당한 우대’란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AI 배차 로직에 대해 “소비자 편익 증대 효과는 데이터로 증명됐고, 택시 기사의 영업 효율을 높이는 등 전반적인 소비자·공급자의 후생 증진에도 기여했다”며 “콜을 골라잡지 않는 기사에게 먼저 콜을 발송하는 기술을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I 배차 로직 도입을 전후해 배차 성공률은 9%포인트 증가했다. 또 승객 대기 시간 역시 평균 43% 단축됐다.

또 공정위가 문제로 삼은 가맹 택시에 ‘1km 미만 단거리 배차를 제외 및 축소’ 조치 역시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 테스트 과정에서 나타난 ‘오해’라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테스트 역시 가맹·비가맹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택시에 적용했다”며 “가맹 택시 역시 AI 추천이 아닌 거리순에선 단거리 배차가 이뤄져 공정위의 판단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은밀한 조작’ 역시 반박하고 나섰다. 회사 측은 “2019년 전후로 블루·벤티 등 신규 택시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복잡도가 높아졌고, 배차 시스템 전반의 개편이 요구돼 수개월간 연구개발을 거쳐 2020년 4월 AI 배차 로직을 도입한 것”이라며 “이는 공정위 조사와는 전혀 무관한 시기인 데다 세계의 많은 플랫폼 기업이 서비스 개선을 위해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알고리즘 변경이 있을 때마다 고지하지 않았다고 ‘몰래 변경한 것’이라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후 지난 2022년 4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에 플랫폼 기업에선 이례적으로 자체 알고리즘의 소스코드 전문을 공개, 검증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조사에선 ‘가맹·비가맹 간 차별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가맹 택시에 유리한 구조로 비가맹택시의 운임 수익이 낮다’는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선 “비가맹 택시 기사 1인당 운행 완료수는 일평균 5.7회에서 8.1회 수준으로 늘어났고 운임 수입 또한 꾸준히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또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하는 비가맹 기사 역시 자사 플랫폼을 통해 충분한 영업 기회를 누리는데, 이 점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공정위가 오해하고 있는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자사 기술을 통한 승객 편의 증진을 지속할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공정위의 판단을 바로잡아야 ‘성실한 택시 기사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다”며 “택시 업계와 상생할 방안을 지속해서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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