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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예요] ‘소주·맥주’ 1만2000원 시대…국민술의 배신, 술값 변천사

주류 물가 상승률 5.7%…외환위기 이후 24년만 ‘최고치’
2010년 2000~3000원에서 2016년 4000~5000원으로
세제 개편, 주정·빈병값 인상으로 인한 원가 부담 등 요인

소주 한 병 6000원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소주 한 병이 밥 한끼 가격이라니, 안주류 가격도 이미 오를대로 올랐는데 저녁 모임을 어떻게 가지라는 건지 모르겠다.” 직장인 이모씨(27)는 천정부지 치솟은 술값이 부담이어서 외부 저녁 모임 참석을 망설이고 있다고 한탄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기 힘든 시대다. 올해 주류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전망인 가운데, 조만간 ‘소주 1병에 6000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주점, 식당 등에서 5000원선에서 판매되기 일쑤인 주류 가격이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의미다.

20년 전엔 소주 한 병 2000원…지난해 주류 물가 최고치
지난해 주류 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대비 5.7%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970~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주 소매가와 음식점 가격 차이는 2배를 벗어나지 않았다. 일례로 1980년대 소주가 출고가 253원에 소매가 400원이라면, 음식점 판매가는 600~700원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그 차이가 3~4배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출고가 377원, 소매가 500원에 음식점 판매가가 1500원~2000원에 달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주류 물가가 전년 대비 5.7% 올라,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연합뉴스]
문제는 극대화된 간극과 함께 물가도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점이다. 그 간격이 전혀 좁혀지지 않은 채 2010년대까지 그대로 악순환을 이어가, 지난 2016년에는 출고가 1015원에 소매가 1130원인 소주값이 4000~5000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소주값 ‘5000원’이 말이 되느냐”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이는 곧 현실이 됐고 불과 7년 만에 소주 6000원 시대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정리하면, 현재 소주 1병 소매가격이 1460~1950원 정도인 걸 감안했을 때 음식점 판매가가 최소 5000원대에서 최대 7000원대 사이에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대학가가 모여있는 신촌에서 주로 술을 마시는 인모씨(25) 역시 “서울 중심부로 갈수록 술값이 비싸지는 것 같다”면서 “신촌뿐만 아니라 서울대입구 등 서울 내 어느 지역을 가도 소주값이 5000원 아래인 음식점을 보질 못했다. 이제는 심지어 6000원이라니 걱정이 크다”고 푸념했다.

소주·맥주 물가 꾸준히 상승...지난해 5~7%대 ‘급등’

지난 10년간 소주·맥주값 상승률 추이를 살펴보면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소주, 맥줏값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13년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작용해, 소주, 맥주 물가가 각각 5.6%, 6.2% 올랐다. 당시 새 정부(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류업계뿐 아니라 식음료 전 분야에서 그간 미뤘던 제품 가격 인상을 서두른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 2012년 말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가격을 8.19% 인상하자 롯데칠성음료(당시 롯데주류)가 2013년 초 ‘처음처럼’ 출고가를 8.8% 올리며 가격 인상 행보를 이어갔다. 

2017년에는 정부에서 추친한 ‘빈병보증금 인상’이 시장을 덮쳤다. 당시 빈병의 재사용 증가 및 원가 절감 효과를 위해 정부가 빈병보증금을 인상했으나, 업계에서 그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후 소주, 맥주값은 2~3%선에서의 상승폭을 유지하다 지난해 5~7%에 달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소주값은 전년 대비 7.6% 상승하며 2013년(7.8%) 이후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맥주 역시 5.5%로 지난 2017년(6.2%)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세, 원부자재, 병 가격 등 무수한 요인이 겹쳐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대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해의 경우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 원부자재가 직격타를 입었고, 홉(맥주 원료) 같은 경우에도 가격이 2배 가량 뛰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류 업계는 경쟁 구도상 시장을 리딩하는 1위 브랜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소주의 경우 진로, 맥주의 경우 오비가 가격 인상을 선제적으로 추진할 경우 이를 무시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세 인상, 원가 부담에 높아진 ‘출고가’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주류를 고르고 있다.[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주류업체가 출고가를 높인 이유로 세제 개편, 원가 부담 증대 등을 꼽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제 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지난해보다 L당 30.5원 올라 885.7원이 된다. 전년 대비 L당 20.8원 올랐던 지난해보다도 인상 폭이 더 커졌다. 맥주에 붙는 세금이 오르면 주류회사의 출고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소주의 경우 맥주처럼 주세가 인상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정, 빈병 등 원가 부담이 출고가 인상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 형태다. 그런데 10개 주정 회사의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값을 7.8%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올해 빈병 가격이 조정돼, 인상 압박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제병업체는 공급가를 병당 약 40원 인상해, 녹색병의 경우 180원에서 220원으로 약 20%가 넘게 오르는 가격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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