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한류 첨병’ 에스엠은 어쩌다 진흙탕 싸움에 휘말렸나

[SM 경영권 대전]①
경영권 분쟁 불지른 이수만의 ‘라이크기획’
조기 계약 종료 후 SM·이수만 갈등 커져
SM은 카카오, 이수만은 하이브와 맞손
홍콩판 라이크기획 ‘CTP’ 변수 될까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본사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모든 것은 이수만의 라이크기획에서 시작됐다”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전쟁이 난타전으로 번지고 있다. SM 창업주 이수만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서 촉발된 불씨는 행동주의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불렀고, 결국 SM은 라이크기획 계약을 조기 종료하면서 ‘이수만 지우기’를 공식 선언했다. 창업주가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을리 만무다. SM이 카카오(035720)를 끌어들이자 이수만은 하이브(352820)를 우군으로 확보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SM과 라이크기획의 계약은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됐다. 그러나 그 이름은 SM 경영권 분쟁의 새 국면마다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SM 경영권 인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하이브는 라이크기획의 잔여 로열티 지급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고,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홍콩판 라이크기획’의 존재를 폭로하며 하이브를 압박하고 있다. 라이크기획에서 시작된 SM 경영권 분쟁의 역사를 짚어봤다. 

라이크기획, 97년부터 매년 100억대 수령

라이크기획은 1997년 설립된 이수만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1995년 SM기획 설립 2년 후에 세워졌고, 2000년 코스닥 상장을 앞둔 SM 증권신고서에 공식적으로 첫 등장했다. 당시 SM은 라이크기획에 대해 “SM 소속 가수의 음악 자문과 프로듀싱 업무를 담당하고 (라이크기획에) 음반 매출액의 15%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만은 라이크기획을 통해 1세대 아이돌을 키워온 업무적 역량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SM은 이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해온 것이다. 

라이크기획은 1997년 이후 약 25년간 매년 100억원 이상의 용역비를 프로듀싱 명목으로 받아왔다. 이수만이 2010년 SM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용역비 지급은 지속됐다. 2017년에는 SM 영업이익이 109억원이었는데,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돈이 108억원에 달했다. 번 돈을 거의 라이크기획에 넘긴 셈이다. 2021년에도 라이크기획은 SM의 연간 영업이익(675억원)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240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라이크기획 문제가 처음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지난 2019년이다. 당시 SM 지분 7.59%를 보유한 KB자산운용은 주주 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문제를 제기하면서 라이크기획과 SM의 합병과 배당확대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SM은 “라이크기획과의 합병이나 계약 변경은 SM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수용 불가 통보를 전했다. 

이후 2022년 3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 서한을 보내면서 라이크기획과의 문제는 다시 불거졌다. SM 지분 1%를 보유한 얼라인은 소액주주의 변호인을 자처하며 “라이크기획 인세로 SM 이익의 큰 부분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SM을 압박했다. 당시 SM은 공식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주주총회에서 얼라인 측이 세운 감사가 선임되면서 사실상 얼라인의 의견을 수용했다. 이수만이 세운 ‘철옹성’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얼라인은 같은해 8월 두 번째 주주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과의 용역 계약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9월엔 공개서한을 통해 계약 종료를 압박했고, 10월에는 이사회 의사록 및 회계장부 열람권을 청구했다. 얼라인의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SM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또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세우겠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고, 작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하면서 주주 달래기에도 나섰다. 

당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물러나라는 소액주주들의 의견 또한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라며 “경영진들이 향후 50년을 바라보는 전략을 세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수만의 부재 속 SM이 세울 새로운 전략에 팬과 주주들의 관심이 모이던 시기였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었다…칼날 겨눈 이모부·조카 

이수만은 조용히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SM이 올해 들어 음반 제작에서 이수만을 배제하는 ‘SM 3.0’을 발표하고 지난 7일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끌어들이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자 즉각 반격에 나선 것이다. 

SM은 카카오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해 넘기는 내용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가 확보하게 될 지분은 9.05% 수준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과 카카오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화답하며 ‘SM·카카오·얼라인’의 연합 전선이 구축됐다. 

그러자 이수만은 바로 카카오의 유상증자로 인한 신주 취득과 전환사채 인수 효력을 막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급하게 하이브와도 손잡았다.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지난 2년간 이수만은 지난 2년간 자신의 지분 18.46%을 두고 CJ ENM(035760), 카카오, NAVER(035420) 등에 매각을 타진했지만 가격에 대한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나온 계약이라 그야말로 깜짝발표였다. 

하이브는 이수만이 보유한 SM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취득하고, 이에 더해 3월 1일까지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5%를 추가로 확보할 경우하이브는 SM 지분 39.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 총괄 잔여 지분 3.7%까지 합치면 하이브 측 지분은 43.5%에 달한다. 

그러나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 4거래일만에 SM 주가가 공개매수가 위로 튀어오르면서 전망은 분분해졌다. SM 주가는 지난 15일 이후 20일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12만원 위에서 마감했다. 하이브가 경영·법무 총괄을 주축으로 한 SM 새 경영진 후보와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지만, 이성수 대표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수만의 역외탈세 의혹과 에스파 컴백 지연 등을 폭로하면서 양 측의 대립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홍콩 CTP, 소액주주 민심 흔들까

이수만의 역외탈세 의혹이 이성수 대표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하이브가 새 이사진 후보를 공개한 지난 16일 오후 유튜브에서 이수만의 역외 탈세 의혹을 포함한 총 14항목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대표는 “이수만은 2019년 홍콩에 ‘CT 플래닝 리미티드’(CT Planning Limited)라는 회사를 자본금 100만 달러로 설립했다”면서 “이 CTP는 이수만 100% 개인회사로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M과 라이크기획의 계약은 2014년과 2021년에도 국세청으로부터 정당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SM은 수십억, 수백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며 “실질에 맞지 않는 거래 구조를 통해 홍콩의 CTP로 수익이 귀속되게 하는 것, 전형적인 역외탈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홍콩법인 CTP의 존재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 상에 SM과 이 전 총괄 간에 거래관계가 없고 계약 체결 이후 로열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확인받았다”며 “만약 당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거래관계가 있더라도 이것이 발견될 경우 이 전 총괄이 이를 모두 해소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7일 SM 측은 “CTP는 실체를 숨기기 위해 SM이 아닌 해외 레이블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고, SM과는 거래관계가 없다”며 “하이브가 계약 종결로 해소시켜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하이브가 CTP를 인지하고도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면 전 총괄의 역외탈세 의혹에 동조 내지는 묵인한 것이고, 이를 모른 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이 전 총괄에게 속았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라며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실사 한 번 없이 졸속으로 처리한 하이브 경영진이 주주, 관계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께 설명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SM 측은 활용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여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SM은 지난 20일 공식 유튜브 채널 ‘SMTOWN’을 통해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한글과 영문 동영상 두 편을 공개했다. SM 인수에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되는데도 하이브가 실사도 없이 이사회에서 결의한 것을 보면 하이브의 지배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가 주로 공개되는 채널인 SM 유튜브 구독자 수는 3150만명에 달한다. 

SM은 같은날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2분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 표명서’ 공시를 통해서도 비슷한 의견을 주주들에 전달했다.

SM 경영진은 의결권 확보 대행업체를 선임해 본격적인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예선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성수 대표가 추가 폭로를 예고한 가운데 현 경영진 측이 일반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기에 유리해졌다고 보고 있다. 

길어지는 경영권 분쟁, SM 경쟁력 저하 우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서 SM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SM은 지난 20일 진행한 IR간담회에서 3월 온유·카이, 4월 태연·NCT 유닛·에스파, 5월 샤이니·NCT 솔로 등의 컴백 일정을 공유하면서 ‘상기 내용은 2023년 2월 20일 현재 기준이며 추후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3월로 예정된 보아, 키, 에스파의 콘서트 일정 역시 마찬가지다. 2분기로 예정된 레드벨벳, 태연의 콘서트 라인업은 아예 공연명과 횟수, 진행 국가마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소속 가수들의 앨범 발매나 신인 데뷔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샤이니 멤버 키는 지난 13일 앨범 ‘킬러’ 발매와 관련한 라이브 방송에서 “누구보다 (공연을) 하고 싶은데 회사가 뒤숭숭해서 모르겠다”라며 SM 사태로 인한 피해를 간접적으로 호소했다. 

이미 소속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앞서 프로듀서 유영진, 배우 김민종 등 SM 소속의 ‘올드 멤버’들은 이성수·탁영준 대표가 발표한 ‘SM 3.0’ 전략에 반기를 표했지만, 젊은 아티스트들의 경우 공식 석상에서 거론하던 ‘이수만 선생님’에 대한 감사 멘트가 실종됐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에서 ‘유니버스’로 앨범상을 받은 그룹 NCT 멤버 도영은 수상 소감에서 “우리는 형, 누나들만 있으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할 거예요”라고 밝혔다. 같은날 ‘걸스’로 음원상을 받은 에스파도 ‘회사 스태프 언니, 오빠들’에게만 감사를 전했다. 수상의 말미에 꼭 등장하던 ‘이수만 선생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尹, 채상병 특검법 국회에 재의 요구…10번째 거부권

2원격 관리와 변경 가능한 디지털QR, ESG 산업 분야로 확대

3이만하면 세계 IT ‘핫플’…英 장관, 네이버 1784서 ‘기술 육성’ 힌트 찾아

4슈로더 “금리 인하 기대감, 현금에서 리스크 자산으로 이동”

5혼다코리아, 모빌리티 카페 ‘더 고’서 어린이 안전 교육 진행

6컴투스 ‘전투기 키우기: 스트라이커즈 1945’, 전 세계 160여 개국 서비스 시작

7‘2024 K게임 포럼’ 개최…윤석열 정부 3년차 게임정책 논의

8‘과거 영광 재현할까’…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정식 서비스

9컬리, 창립 9년 만에 첫 분기 흑자...“IPO 재추진”

실시간 뉴스

1 尹, 채상병 특검법 국회에 재의 요구…10번째 거부권

2원격 관리와 변경 가능한 디지털QR, ESG 산업 분야로 확대

3이만하면 세계 IT ‘핫플’…英 장관, 네이버 1784서 ‘기술 육성’ 힌트 찾아

4슈로더 “금리 인하 기대감, 현금에서 리스크 자산으로 이동”

5혼다코리아, 모빌리티 카페 ‘더 고’서 어린이 안전 교육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