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돈 잔치’ 했다지만…美보다 수익성 떨어진다
[경험하지 못한 관치의 탄생] ② 국내 4대 시중은행 NIM보다 높은 미국 은행권
고금리 시대서 대출 금리 더 높인 영향
美 4대 은행지주사 이자이익 증가율 22.6%
충당금 적립률은 韓보다 1.5배…“금리 상승기엔 당국 관여 필요” 주장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은행의 ‘돈 잔치’가 연일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은행의 이자마진은 미국 대형 은행들과 비교해 오히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요 은행들이 고금리 시대에 맞춰 대출 금리를 더 높였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의 부채 증가 우려에도 국내 은행들이 충당금을 상대적으로 적게 쌓은 것으로 나타나 당국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작년 4대 시중은행 이자이익만 ‘32.5조’…23.1% 증가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055550), KB금융(105560),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3077억원(8.99%) 늘어났다. 역대 최대 실적으로 은행의 이자이익을 통해 이런 호실적을 냈다.
은행별 순이익을 보면 지난해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한 3조1692억원으로 리딩뱅크를 달성했다. 이어 ▲신한은행 3조450억원 ▲KB국민은행 2조9960억원 ▲우리은행 2조9200억원을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의 이 같은 순이익은 이자이익 증가 영향이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총이자이익은 32조52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1%(6조1100억원)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각 은행은 이자이익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런 이유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2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금리로 국민의 고통이 크다”며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4대 은행의 독과점 체제에서 이런 결과들이 나왔다고 보고,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지방은행의 서비스를 오프라인 및 전국 단위로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외에 당국은 성과급 등 보수체계를 개선할 예정으로도 알려졌다.
금리 상승 이용한 미국 은행권, 수익성 지표 韓보다 높아
4대 시중은행이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냈지만, 미국 주요 은행들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4대 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은 ▲KB금융 1.99% ▲신한금융 1.98% ▲하나금융 1.96% ▲우리금융 1.92% 등이다. 순이자마진이란 은행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 수익성을 말한다. 순이자마진이 높을수록 예금을 저금리로 예치하고, 고금리로 대출을 내줘 차익을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금융지주가 순이자마진을 높여 호실적을 냈지만, 미국 4대 금융그룹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우리금융연구소가 내놓은 ‘미국 4대 금융그룹 2022년 실적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제이피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의 순이자마진은 2%대를 넘었다.
각 금융사 별로 뱅크오브아메리카 순이자마진은 1.9%, 제이피모간체이스는 2.1%, 씨티그룹은 2.3%, 웰스파고는 2.7%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는 미국 내 최대 소매금융사로 국내 은행들이 벤치마킹해 왔다.
다른 수익성에서도 국내 은행은 뒤처졌다. 미국의 4대 금융그룹의 총자산순이익률(ROA)는 평균 0.80%인데 반해 국내 은행지주를 보면 가장 높은 신한금융도 0.70%였다. 총자산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고, 미국의 4대 금융사도 22.6%를 기록해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 은행권의 수익성이 한국보다 높다는 것은 대출 금리를 더 인상해 이자 장사를 잘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30년 만기 상환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월 21일 기준으로 연 6.375%다. 국내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가 연 4.20~6.12%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은행의 최상단 금리보다 높다.
美보다 충당금 적게 쌓은 韓 은행…“당국 관리가 필요한 부분”
미국 4대 금융사는 수익성도 높지만 대손충당금 역시 최대로 확대했다. 국내 은행들이 당국 요구와 규제에만 맞춰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나머지는 순이익으로 잡아 최대 실적을 낸 것과는 대비된다.
미국의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총 157억 달러 적립했다. 한화로 약 20조3299억원 규모다. 고정이하여신(NPL)커버리지 비율은 평균 327.1%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206.8%보다 1.5배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커버리지 비율은 금융사가 부실채권에 비해 얼마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미국의 금융당국이 한국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현재의 국내 당국 관여가 관치라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은행들이 사실상 독점력을 발휘해 대출 금리를 예금 금리보다 더 높여 대규모 이익을 낼 수 있다”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높이면 금융 시스템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현재 당국의 은행 관리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당국도 금리 상승이나 과도한 독점력 등을 이유로 예금 수취 기관의 금리나 충당금 적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년 4대 시중은행 이자이익만 ‘32.5조’…23.1% 증가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055550), KB금융(105560),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3077억원(8.99%) 늘어났다. 역대 최대 실적으로 은행의 이자이익을 통해 이런 호실적을 냈다.
은행별 순이익을 보면 지난해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한 3조1692억원으로 리딩뱅크를 달성했다. 이어 ▲신한은행 3조450억원 ▲KB국민은행 2조9960억원 ▲우리은행 2조9200억원을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의 이 같은 순이익은 이자이익 증가 영향이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총이자이익은 32조52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1%(6조1100억원)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각 은행은 이자이익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런 이유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2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금리로 국민의 고통이 크다”며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4대 은행의 독과점 체제에서 이런 결과들이 나왔다고 보고,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지방은행의 서비스를 오프라인 및 전국 단위로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외에 당국은 성과급 등 보수체계를 개선할 예정으로도 알려졌다.
금리 상승 이용한 미국 은행권, 수익성 지표 韓보다 높아
4대 시중은행이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냈지만, 미국 주요 은행들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4대 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은 ▲KB금융 1.99% ▲신한금융 1.98% ▲하나금융 1.96% ▲우리금융 1.92% 등이다. 순이자마진이란 은행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 수익성을 말한다. 순이자마진이 높을수록 예금을 저금리로 예치하고, 고금리로 대출을 내줘 차익을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금융지주가 순이자마진을 높여 호실적을 냈지만, 미국 4대 금융그룹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우리금융연구소가 내놓은 ‘미국 4대 금융그룹 2022년 실적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제이피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의 순이자마진은 2%대를 넘었다.
각 금융사 별로 뱅크오브아메리카 순이자마진은 1.9%, 제이피모간체이스는 2.1%, 씨티그룹은 2.3%, 웰스파고는 2.7%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는 미국 내 최대 소매금융사로 국내 은행들이 벤치마킹해 왔다.
다른 수익성에서도 국내 은행은 뒤처졌다. 미국의 4대 금융그룹의 총자산순이익률(ROA)는 평균 0.80%인데 반해 국내 은행지주를 보면 가장 높은 신한금융도 0.70%였다. 총자산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고, 미국의 4대 금융사도 22.6%를 기록해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 은행권의 수익성이 한국보다 높다는 것은 대출 금리를 더 인상해 이자 장사를 잘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30년 만기 상환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월 21일 기준으로 연 6.375%다. 국내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가 연 4.20~6.12%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은행의 최상단 금리보다 높다.
美보다 충당금 적게 쌓은 韓 은행…“당국 관리가 필요한 부분”
미국 4대 금융사는 수익성도 높지만 대손충당금 역시 최대로 확대했다. 국내 은행들이 당국 요구와 규제에만 맞춰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나머지는 순이익으로 잡아 최대 실적을 낸 것과는 대비된다.
미국의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총 157억 달러 적립했다. 한화로 약 20조3299억원 규모다. 고정이하여신(NPL)커버리지 비율은 평균 327.1%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206.8%보다 1.5배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커버리지 비율은 금융사가 부실채권에 비해 얼마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미국의 금융당국이 한국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현재의 국내 당국 관여가 관치라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은행들이 사실상 독점력을 발휘해 대출 금리를 예금 금리보다 더 높여 대규모 이익을 낼 수 있다”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높이면 금융 시스템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현재 당국의 은행 관리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당국도 금리 상승이나 과도한 독점력 등을 이유로 예금 수취 기관의 금리나 충당금 적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2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3“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4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5“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6‘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7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
8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
9구미시, 광역환승 요금제 시행..."광역철도 환승 5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