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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넓히는 ‘라이선스 패션’…K-패션감각 노하우로 ‘승승장구’

[‘봄’ 맞은 K-패션]② 라이선스 품고 날개단 패션기업들
패션 역사 다시쓰는 F&F·이랜드·코오롱FnC
기업과 윈윈 전략…패션시장 흐름· 트렌드 파악 중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MLB 700호점. [사진 F&F]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소비심리 둔화 속에서도 패션 대기업들이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고가 수입 및 라이선스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국내 유통 대기업 품에 안긴 뒤 시장과 업계 상황에 맞춰 승승장구 중인 해외 브랜드들이 늘고 있고, 패션업계 큰손으로 떠오른 2030세대 사이에서 고가 수입 브랜드들이 더욱 인기를 끌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역대급 실적 낸 F&F, ‘디지털 전환’ 전략 주효 

F&F는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듀베티카’, ‘세르지오타키니’, ‘수프라’ 등을 전개하고 있는 의류 기업이다. 1992년 창립돼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의 대표 브랜드를 배출했고, 지난해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지적재산권(IP)을 들여와 라이선스 브랜드로 론칭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MLB는 F&F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미국과 캐나다의 프로야구 리그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MLB)’로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만든 의류 브랜드다. 의류 브랜드가 아니었던 것을 F&F 측이 패션으로 가치를 재창출, 브랜드화해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MLB의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소비자 판매액은 1조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MLB는 베이징, 상하이 등 소비수준이 높고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출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오픈한 700호점이 MLB의 현지 위상을 보여준다. 원래 중국 진출 1호점이었던 이 매장은 현지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3년 만에 5배 규모(총 650평)로 확대 오픈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내 MLB 오프라인 점포는 800개를 넘어섰고, 올해는 1000호점까지 개점하는 동시에 중국 외 진출국을 본격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 F&F]

F&F의 역대급 실적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략이 주효했단 설명이다. F&F는 상품기획, 생산, 물류, 디자인, 마케팅 등 패션 비즈니스의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소비자 커뮤니케이션부터 공장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든 데이터가 파이프라인처럼 연결되며 함께 공유되는 구조다. 특히 글로벌 SCM(공급망관리)이 구축되며 세계 각국의 오더와 생산, 제품 딜리버리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왔다. 

F&F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61.9%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조8091억원으로 66.1%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66.6% 뛴 38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내 MLB 오프라인 점포는 800개를 넘어섰고, 올해는 1000호점까지 개점하는 동시에 중국 외 진출국을 본격 확대할 예정이다. 

이랜드표 노하우…나이키·아디다스 위협하는 ‘뉴발란스’

뉴발란스 액티브 숏 구스 재킷. [사진 이랜드]
한국 진출 14년 만에 매출 30배 가까이 성장한 브랜드도 있다. ‘뉴발란스’는 국내에서 지난해 연 매출 7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매출을 기록했다. 2008년 이랜드월드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 시장에 뉴발란스를 들여오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연 매출은 250억원 수준으로 ‘마니아들만 아는 신발’이었다. 하지만 이랜드월드의 탄탄한 영업력과 브랜드 기획력을 바탕으로 신발뿐 아니라 의류까지 전개하기 시작하며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성으로 연예인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유명세를 탔고, 1020세대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갔다.

이에 한국 뉴발란스는 2010년 1600억원을 올렸고, 이듬해에는 3000억원 고지를 단숨에 넘었다. 특히 최근 3년간은 스포츠 시장에서 뉴발란스의 존재감이 수직 상승한 시기였다. 지난해 뉴발란스의 운동화 카테고리의 매출 성장률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높았다.

국내에서 뉴발란스는 스포츠 브랜드이면서도 패션 브랜드로 인식된다. 뉴발란스의 의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이랜드가 가진 의류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의류 상품을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뉴발란스는 2014년에 처음으로 기능성 구스다운 재킷 시리즈인 ‘패트롤 다운팩’을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다운 패딩을 출시하며 뉴발란스 재팬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뉴발란스는 올해 기존에 전개하고 있는 신발, 의류 영역에서 계속해서 스테디셀러를 만들어내며 브랜드를 강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 몸집을 더욱 키워 1조를 목표로 달려간다는 계획이다. 

지포어의 존재감…백화점 점포 매출 1위 ‘흥행’
지포어는 국내에서 코오롱FnC가 2020년부터 전개했고 골프 신발, 장갑 등 용품 중심으로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2021년 의류 라인을 론칭하며 종합 골프웨어로 성장했다. [사진 코오롱FnC]

골프 의류업계에서도 고가 수입 브랜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선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지포어’가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포어는 2011년 LA에서 론칭된 브랜드로, 2018년 스위스 명품 그룹 리치몬트의 자회사 피터밀러가 인수해 운영 중이다. 국내에는 코오롱FnC가 2020년부터 골프 신발, 장갑 등 용품 중심으로 소개하기 시작했고, 2021년 의류 라인을 론칭하며 종합 골프웨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포어는 론칭 첫해부터 주요 백화점 점포에서 매출 1위에 오르며 흥행의 조짐을 나타냈고 정식 론칭 2년 차인 지난해 압도적인 실적으로 골프웨어 시장 정상 자리에 올라섰다. 지포어는 론칭 직후부터 기존 골프웨어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감과 디자인, 상품력으로 프리미엄 골프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켰단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큐브백, 데이팝 킬티 등은 출시 즉시 완판을 기록하며 브랜드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지포어가 지난해 플래그십 스토어, 주요 백화점 및 프리미엄 아웃렛 등 오프라인 유통 확장에 힘썼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지포어 공식 웹사이트를 론칭하며 디지털 강화에 나선다. 지포어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커머스 확장 및 럭셔리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국내 제품의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혀갈 예정이다. 코오롱FnC는 지포어와 골프웨어 브랜드 ‘왁’의 활약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해외 브랜드 인수나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때 회사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신중히 고려하고, 국내 시장과 업계 상황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이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때는 기존 기업과 윈윈할 수 있을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기업으로 있다가 국내 시장이 커져서 현지 브랜드를 인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국내 패션 시장의 흐름 그리고 소비자들의 취향과 잘 맞는다면 패션 시장이 더 확장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타깃층을 잘못 설정하거나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수익적인 면에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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