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키우는 패션업계…‘간판 브랜드’ 세우고, ‘ESG’ 입는다
[‘봄’ 맞은 K-패션]① ‘효자 브랜드’에 힘준다
부도 위기에서 ‘메가’ 브랜드로 ‘1000억대 매출’
신사복 스테디셀러에 ‘사장픽’ 여성 브랜드 가세
ESG경영 앞장서, ‘의류 제조 주기’ 혁신에도 기여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본격화된 엔데믹 시대를 맞아 패션업계가 ‘리오프닝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패션 업체들의 괄목할만한 성과가 눈길을 끈다. ‘효자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패션 업계 선두주자로서의 발자취를 남긴 패션 기업들이 올해 선보일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상승세 견인한 ‘효자브랜드’…“토털 패션 브랜드 목표”
지난해 전 부문에서 성장에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마치 동화 ‘은혜 갚은 까치’와 같은 상황을 마주했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국내 패션 브랜드들을 인수해, 정상급 브랜드로 육성해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튜디오 톰보이’와 ‘보브’는 경영난으로 부도처리 됐던 브랜드지만, 현재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메가 브랜드로 거듭났다.
특히 스튜디오 톰보이는 특유의 오버사이즈 핏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살리는 브랜드 리뉴얼을 거쳤다. 지난해 오픈 서베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튜디오 톰보이는 백화점 내 여성 캐주얼 브랜드 중 인지도, 선호도, 구매 의향 모두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스튜디오 톰보이는 본격적으로 ‘토털 패션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한다. 남성복 라인 강화에 나서 남성 단독 매장을 연내 10개 오픈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위기의 국내 브랜드를 인수하고 키워내, 회사를 대표하는 안정적인 캐시카우 브랜드가 됐다”며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키워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없는 브랜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세정은 편집숍 ‘웰메이드’, ‘올리비아로렌’ 등의 간판 브랜드로 거듭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웰메이드는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과 ‘브루노바피’, 여성복 브랜드 ‘데일리스트’, 패션잡화·슈즈 브랜드 ‘두아니’ 등을 전개한다.
그중에서도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은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국내 최대 규모의 브랜드 시상식 ‘2023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에서 6년 연속 신사복 부문 1위를 달성했다.덕분에 지난해 웰메이드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2800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장수는 380개에 달한다.
세정 관계자는 향후 웰메이드 운영 계획과 관련해 “고객의 니즈와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밝은 컬러와 신소재를 사용해 젊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 역시 세정의 간판 브랜드로, 박이라 세정 사장이 직접 상품 디렉팅을 전두지휘했다. 주요 타깃층인 4050세대 여성의 니즈를 반영하면서도, 엉덩이를 덮지 않는 크롭 기장의 아우터 등 트렌디한 디자인을 접목해 인기를 끌었다. 올리비아로렌의 지난해 매출액은 1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으며, 매장수는 350개다.
또 프렌치 감성 데미 파인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도 2023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반응이 좋다. 전속 모델 신민아 효과로 남성 고객 유입률을 32% 높여, 지난해 매출액이 400억원을 기록했다.
LF의 효자 브랜드는 올해 론칭 23년을 맞이한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HAZZYS)’다. 빈폴, 폴로와 함께 트래디셔널 캐주얼 빅3 브랜드로 꼽히며 특유의 브리티시 감성으로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남성복과 여성복, 아동복, 액세서리 외 화장품까지 포함한 토털 브랜드로서, 주요 타깃인 20~30대를 넘어 10~5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구매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헤지스는 지난해 패션, 예술, 문화를 넘나드는 콜래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MZ(밀레니얼+Z)세대까지 소비자층을 확고히 넓혔다. 지난해 4월에는 2000년대를 주름잡던 ‘Y2K 패션’이 급부상해, 토종 인형 브랜드 미미와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10월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끈 국립중앙박물관의 국보 문화재 ‘반가사유상’을 테마로 컬렉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헤지스 관계자는 “향후에도 경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콜래보레이션을 주도해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차별화된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ESG 경영으로 의류 제조 환경에 ‘혁신’ 더해
이들 브랜드의 또 다른 공통점은 ‘ESG 경영’에 앞장서는 선두주자라는 점이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는 섬유패션정책연구원이 선정한 ‘ESG 패션기업 12개사’에 꼽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투명경영과 주주 친화적 행보’ 부문에서 호평을 받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결산배당을 확보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영업이익 기준 최소 배당 설정을 해놓고, 배당 안정성을 위해 해당 수준을 몇 년간 유지하겠다는 골자의 배당 정책을 따로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명경영의 경우, ESG 평가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 공시가 홈페이지를 통해 가감없이 공유된다는 점이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LF는 ‘친환경 매장과 친환경 포장소재 구현’ 부문에 꼽혔다. 이는 지난 2021년 패션업계 최초로 도입한 친환경 포장 시스템 ‘카톤랩’ 덕분이다. LF 관계자는 “제품의 규격과 크기에 맞게끔 포장해, 과대포장을 줄이는 것이 카톤 랩의 핵심 역할”이라며 “스티로폼, 에어백 등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던 포장 완충제를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헤지스는 ‘3D 버추얼 디자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친환경 트렌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상으로 생성된 남·여성 아바타 모델에 3D 디자인 솔루션 ‘클로(CLO)’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2021년 3월 국내 최초로 3D 가상 품평회를 실시했으며, 5월에는 3D 가상 런웨이도 진행했다. LF관계자는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실물 의류 샘플을 제작할 필요가 없다”며 “기존의 방식 대비 의류 한 벌 제작 시 유발되는 탄소배출량, 화석연료 사용량, 물 사용량 등이 약 55%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세정의 올리비아로렌 역시 지난해 국내 여성복 브랜드 최초로 디자인실, 개발실에 3D 버추얼 디자인 기술을 도입했다. 의류 제작부터 완성까지 제작 주기를 3분의 1로 단축시켜, 프로세스에 혁신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다. 세정 관계자는 “해당 기술을 통해 샘플 제작 횟수를 최대 80%까지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며 “버려지는 원단을 줄여 의류 폐기물을 감소하고, 에너지 절약 효과를 이끌어내 친환경 경영 행보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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