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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료기기 시장…‘불면증’이 문 열었다

[첫발 뗀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①
불면증 겨냥한 ‘솜즈’,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로
인지행동치료를 앱 속에…6~9주 치료로 증상 개선
웰트·라이프시맨틱스 등 ‘2호’ 주자에도 관심 쏠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월 15일 에임메드의 ‘솜즈’(Somzz)가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됐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이 ‘불면증’으로 첫발을 뗐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받으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월 15일 에임메드의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인 ‘솜즈’(Somzz)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됐다고 밝혔다.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관리, 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말한다.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등을 잇는 차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의료기기로 분류되지만 기존 치료 방법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수단이다.

솜즈는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을 소프트웨어로 만든 모바일 앱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솜즈를 처방하면, 환자는 솜즈를 활용해 수면 습관 교육이나 행동 중재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를 디지털화했다고 보면 된다. 솜즈를 활용한 치료는 6주에서 9주까지 진행된다. 환자는 솜즈를 통해 수면의 질을 높이고, 불면증을 개선할 수 있다.

‘잠 못 드는 밤’이 문 연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불면증 환자를 치료할 때는 인지행동치료나 약물치료가 쓰인다. 수면제가 약물치료에 쓰이는 대표적인 치료제다. 먹는 것으로 효과를 빠르게 볼 수 있어 국내 많은 불면증 환자가 수면제를 처방받고 있다. 다만 이런 환자 중에는 수면제를 오래 복용해 운동성 저하와 기억 장애, 우울증 등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많다. 해외 여러 보건의료 기관들이 약물치료보다 인지행동치료를 권고하는 이유다.

인지행동치료는 수면 평가나 습관 교육, 이완 요법 등으로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행동을 바로잡는 치료 방법이다. 잠에 들지 못하게 만드는 습관을 고치는 치료로 보면 된다.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제와 달리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행동을 조정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 효과가 6개월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약물치료처럼 효과가 바로 나타나진 않는다. 환자가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인지행동치료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긴 제약이 있다는 뜻이다.

에임메드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Somzz) 화면. [사진 연합뉴스]

솜즈와 같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인지행동치료의 단점을 해결할 ‘열쇠’로 꼽힌다.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아도 모바일 앱으로 인지행동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료기기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들어오면, 환자는 치료 상태나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의료진은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유경 식약처장도 솜즈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받은 것과 관련해 “(솜즈가) 불면증 환자에게 약물치료 이외 새로운 치료 수단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재인 대한디지털치료학회 학회장은 “(이번 허가로) 불면증 환자의 치료 기회가 확대되고, 임상 패러다임에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초기 시장 선점하자”…개발 뛰어든 기업들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은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이 이끌고 있다.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실제 사용되고도 있다. 세계 첫 디지털 치료기기의 타이틀도 미국 기업이 가져갔다. 미국의 페어 테라퓨틱스는 2017년 마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 ‘리셋’(reSET)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얻었다.

아킬리와 코그노아 등 해외 기업들도 디지털 치료기기를 출시하며 인지장애, 중독장애 등으로 치료 분야를 확대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은 2019년 29억 달러(약 3조8299억원)에서 2025년 89억 달러(약 11조7537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0.5%에 달한다.

다만 세계 시장을 살펴봤을 때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은 매우 초기 단계다. 여러 디지털 치료기기가 허가를 받았지만, 상용화에 실패한 제품도 있다. 다른 국가에서도 이제야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 허가하고 있으며, 새로운 치료 방법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을 살려 제품을 출시한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여러 기업이 국내 ‘2호’, ‘3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웰트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필로우Rx’를 개발해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2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될 공산이 큰 제품이다. 뉴냅스는 뇌졸중에 의한 시야 장애 디지털 치료기기 ‘뉴냅 비전’을, 라이프시맨틱스는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의 재활을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 ‘레드필 숨튼’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허가받은 만큼, 시장도 관심 속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2020년 발간한 바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의 보험급여 등재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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