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임직원의 90%, 제 생각에는 99%가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강구영 한국항공우주(KAI) 대표는 KAI의 인수합병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IDEX 2023)에서 “(직원들의 반대에) 저도 힘을 얻어서 같이 움직일 결심을 했다”며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우주‧방위 사업이 주목받으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 기업인 KAI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화그룹, LIG넥스원 등 그동안 우주‧방산 분야에서 덩치를 키웠던 기업들이 KAI를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강 대표가 이런 분위기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강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항공우주 공장(팩토리)은 미국 빼고는 다 (나라에서)　가지고 있다. 미국은 록히드마틴과 보잉처럼 경쟁을 통해 국가가 통제하는 시스템”이라며 “(KAI가 인수합병 되면) 전체적인 안보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고도 했다. 방위산업이 국가 안보에 중요한 축이라는 점에서 KAI가 정부 영역에 있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KAI가 공군이나 육군 항공우주전력 등 우리 군(軍) 우주전력의 50%, KF-21까지 나온다면 70% 이상 담당한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KAI를 민간에 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라고도 했다.

강구영 대표는 주주 입장에서도 현재 KAI의 상황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매각이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는 큰 불만이 없는 것”이라며 “제가 생각할 때는 주주 입장에서 아직 그런 시기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 대표가 언급한 주주가 사실상 최대주주인 정부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액주주들의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말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11월 KAI가 내놓은 3분기 보고서를 보면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이다. 26.4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한 우리 정부 지분율이 6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가 최대주주라는 뜻이다. 여기에 9.92%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KAI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1년 말 기준 KAI 지분을 7.2%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후 지분율을 소폭 확대했다.

한편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 중 한 곳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 1월 보유 중이던 KAI 지분 4%를 매각한 이후 2018년 7월에 남아있던 KAI 지분 5.99%를 털어냈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 지분 처분 목적에 대해 “글로벌 항공엔진 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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