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인수는 싫지만 하이브 전략은 좋은 에스엠 [돈 되는 아이돌]

SM-카카오 수익화 전략, 하이브-네이버 동맹과 유사
카카오와 손잡고 팬플랫폼·IP 라이선싱·MD 판매 강조

아는 사람만 아는 아이돌, 관심 없는 사람에겐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아이돌. “나는 모르겠다”며 아이돌을 단순한 ‘문화적 현상’으로 치부하던 당신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형성된 K-팝(POP)은 세계를 강타하며 이미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이돌 생태계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셈이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인 아이돌은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입기도 합니다. 아이돌이 돈이 되는 비결, 쉽고 재미있게 짚겠습니다. [편집자]

SM은 그간 독자적인 세계관 구축하며 IP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사진은 ‘SM컬처유니버스’(SMCU·SM Culture Universe) 이미지. [사진 SM]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하이브를 ‘적대적’이라고 규정했지만, 해당 기업의 사업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

SM 경영진은 하이브의 지분 인수를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응해 수익화 전략을 최근 공개했다. 하이브의 경영 참여 없이도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적 역량이 있다는 취지다.

‘SM3.0’으로 이름 붙여진 자체 성장 계획 대다수는 이미 하이브가 네이버와 손 잡고 추진하던 방식이다. SM 경영진은 하이브가 파트너로 ‘네이버’를 택한 것처럼, 카카오를 협력자로 내세웠다. SM은 카카오와의 협력 전략 핵심으로 ▲팬 플랫폼▲지식재산권(IP) 라이선싱 ▲상품 판매(MD) 사업 등을 꼽았다. 모두 하이브가 성과를 내온 사업 영역이다. 

SM은 지난 3일 ‘SM3.0’전략을 공개한 데 이어 21일과 22일 추가 성장 전략을 연이어 발표했다. SM3.0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공백과 성장성 저하 우려를 돌파하기 위한 체질개선 작업의 일환이다. 카카오와 손을 잡고 플랫폼과 엔터테인먼트 IP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노리는 SM은 하이브의 1대 주주 등극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와 전략적 협약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SM은 그룹 에스파를 중심으로 카툰·애니메이션·웹툰·모션 그래픽·아바타·노블을 조합한 신개념 영상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에스파 유튜브 캡처]

엔터업계 ‘돈줄’로 떠오른 ‘팬 플랫폼’

SM은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통합 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애플리케이션(앱)부터 팬클럽 서비스 ‘광야클럽’, 굿즈 등을 판매하는 ‘&STORE’를 포함한 총 9개의 분산된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는 게 골자다. 팬 커뮤니티와 콘텐츠·커머스·온라인 콘서트 기능을 모두 탑재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SM이 그리는 통합 팬 플랫폼의 그림은 위버스와 유사하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 간 소통 기능은 물론 커머스·미디어 콘텐츠·공연 관람 기능을 통합해 제공한다. 네이버의 팬 커뮤니티 서비스 브이라이브를 통합, 영상 라이브 기능도 플랫폼 안에 포함했다. SM도 팬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티스트와 팬 간 소통을 위한 메신저 기능만 제공한다. 

팬 플랫폼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중요하게 떠오른 배경으론 ‘수익성’이 꼽힌다. SM이 통합 팬 플랫폼을 성장 전략 중 하나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의 2021년 기준 연결 매출에서 플랫폼 매출의 비중은 58%를 차지한다. 위버스는 지난해 7월 브이라이브를 품은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  2022년 4분기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850만명을 달성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회사는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2분기부터 ▲유료 구독형 모델 도입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해외 아티스트 입점 등을 추진한다.

국내 팬 플랫폼 시장은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의 ‘위버스’와 SM의 자회사 디어유의 ‘버블’로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YG의 아티스트는 위버스에, JYP의 아티스트는 버블에 IP 사용권을 양도해 서비스를 이용한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국내 팬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하이브 측은 지난 22일 “서로 다른 매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하이브의 위버스와 SM의 버블, 이 두 글로벌 플랫폼의 확장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독립적인 팬 플랫폼 운영을 예고한 바 있다. 

K-팝(POP)과 K-웹툰과의 결합은 지난해 1월 네이버와 하이브의 합작 연재물인 ‘세븐페이츠: 착호’, 일명 ‘BTS 웹툰’으로부터 본격화됐다. [사진 네이버웹툰]

착호·다크 문처럼 광야도 웹툰화 가능성

SM이 보유한 IP와 카카오의 다양한 플랫폼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단 방식도 하이브가 네이버와 지금까지 협업해 온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SM은 웹툰·웹소설·드라마 등을 제작하는 카카오 계열사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겠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웹툰·웹소설 플랫폼 픽코마와 북미권 웹툰 플랫폼 타파스, 카카오페이지 등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이용한다. SM의 IP 기반 콘텐츠를 카카오의 플랫폼과 콘텐츠에 탑재하는 방식이다. 

K-팝(POP)과 K-웹툰과의 결합은 지난해 1월 네이버와 하이브의 합작 연재물인 ‘세븐페이츠: 착호’, 일명 ‘BTS 웹툰’으로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이 시도는 큰 인기를 끌며 단숨에 글로벌 소비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그룹 엔하이픈과 협업해 웹툰·웹소설 연재된 ‘다크 문(DARK MOON): 달의 제단’은 지난 1일 기준 조회수 1억회를 달성함과 동시에 독일어·스페인어·영어 등 7개 언어 서비스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하이브가 자체적으로 스토리사업본부를 꾸려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구축하면 네이버웹툰이나 소설 등으로 제작하는 식이다.

SM은 그간 독자적인 세계관 구축하며 IP 경쟁력을 강화해 왔으나, 플랫폼을 통한 2차 콘텐츠 제작에는 미온적 모습을 보였다. 이를 하이브가 접근한 방식을 차용, 사업적 성과를 내겠단 전략이 읽힌다. SM은 ‘SM 왕국’, ‘핑크 블러드’, ‘광야’(KWANGYA) 등을 구축한 상태다. 그룹 에스파를 중심으로 카툰·애니메이션·웹툰·모션 그래픽·아바타·노블을 조합한 신개념 영상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이브와 네이버의 첫 만남…’제2의 BT21’ 꿈꾸는 SM

SM은 아티스트 IP로 굿즈 등을 제작·판매하는 MD 사업 역시 앞으로의 주요 수익원으로 보고 있다. SM은 MD·IP 라이선스 매출을 2023년까지 1700억원, 2025년까지 3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현재 해당 사업의 연 매출은 1200억원 수준이다.

SM 측은 “SM IP 기반의 콘텐츠나 MD를 제작할 때에도 카카오 프렌즈·카카오 커머스의 경험을 결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의 캐릭터 사업 카카오프렌즈는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시너지를 보여준 바 있다. 카카오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에서 플랫폼 사업 중 카카오프렌즈가 포함된 ‘톡비즈’ 부문은 전년대비 16% 증가한 1조901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역시 하이브와 네이버의 협력에서 성과를 낸 사업 부문이다. 양사는 캐릭터 MD 제작·판매로 첫 번째 협력을 진행한 바 있다. 하이브는 네이버 관계사 ‘라인 프렌즈’와 함께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을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의 이름을 ‘BT21’로 붙이고 관련 상품을 내놨다. 해당 상품은 지난 2017년 출시돼 회사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2018년 연간 매출은 1973억원으로, 2017년 대비 55% 성장했다.

하이브는 네이버 관계사 ‘라인 프렌즈’와 함께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을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의 이름을 ‘BT21’로 붙이고 상품을 내놨다. [사진 라인프렌즈]

SM 내 경영권 분쟁은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한 뒤 심화됐다. 카카오의 2대 주주 등극 3일 만에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매입하며 1대 주주에 올랐기 때문이다. 카카오와의 협업을 추진하는 SM 경영진과 이 전 총괄-하이브가 손을 잡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경영 참여를 부정하는 경영진이 하이브의 수익화 전략의 효과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SM3.0 전략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미래·NH證 6개사 ‘랩·신탁’ 중징계 쓰나미...업계 미칠 파장은?

2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3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4“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

5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

6충격의 중국 증시…‘5대 빅테크’ 시총 한 주 만에 57조원 증발

7이재용 ‘부당합병’ 2심도 징역 5년 구형…삼성 공식입장 ‘無’

8격화하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예화랑 계약 두고 형제·모녀 충돌

9“이번엔 진짜다”…24년 만에 예금자보호 1억원 상향 가닥

실시간 뉴스

1미래·NH證 6개사 ‘랩·신탁’ 중징계 쓰나미...업계 미칠 파장은?

2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3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4“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

5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