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낮춰라”…정부, 해외 자원개발 독려 나선 까닭은?[이코노Y]
전 세계 에너지 자원 무기화 진행 중…핵심 광물 국유화
韓, 이차전지 핵심 탄산망간 中 의존도 100%
우리나라 자원 개발률, 2020년 26.8% 수준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다 사실상 중단된 해외 자원개발 투자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힘을 얻을 전망이다. 정부가 리튬, 니켈 등 10대 ‘전략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현재 80%에서 50% 수준까지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해외 자원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10년 만에 부활시키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핵심 광물 수요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현대자동차 등 전기차 혹은 전기차 배터리‧이차 전지를 만드는 주요 기업이 참여했다. 산업부는 국가가 관리하는 핵심 광물 33종을 선정하고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5종) 등을 10대 전략 핵심 광물로 선정해 더욱 촘촘하게 공급망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을 다시 강조한 것은 심각하게 일부 국가에 편중된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국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주요 광물 보유국들이 핵심 광물 국유화 등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들이 겪을지 모를 위험을 분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멕시코 정부는 최근 소노라주 바카데우아치에서 소노라 지역 리튬 채굴 보호구역을 선언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이 나라 리튬은 멕시코 국민 것”이라며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도 손댈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멕시코는 세계 10위 리튬 매장국인데 리튬을 특정 기업이 소유할 수 없도록 국유화를 공포‧시행한 것이다. 전 세계 리튬의 절반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칠레,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역시 사실상 리튬 국유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 정제 역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은 희토류 정제·가공·이용 기술을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2040년에는 핵심 광물 수요가 2020년보다 리튬은 42배, 코발트 21배, 니켈 19배, 희토류 7배 등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자원 개발에 손을 놓은 우리나라는 이런 상황에서도 핵심 자원을 대부분 수입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10대 전략 핵심 광물 가운데 니켈을 제외한 9개 광물(희토류 포함) 수입을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이차전지 양극재에 쓰이는 탄산망간의 중국 의존도는 100%, 수산화리튬은 84%로 집계됐다. 영구자석 생산에 쓰이는 희토류 의존도 역시 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도별 자원개발률은 2007년 19.46%를 기록한 이후 2016년 31%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7년 기준 자원개발률은 27.9%, 2020년에는 26.78%로 조사됐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LG·포스코‧삼성, 광물 확보에 총력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핵심 자원 확보 다각화는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북미 지역이나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핵심 광물을 얼마나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보조금을 받는 다른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핵심 자원 확보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 탈피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자구 노력을 통해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북미지역 광물업체들과 리튬 공급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국 컴파스미네랄과 오는 2025년부터 6년간 탄산리튬 약 1만1000톤(t)을 공급받기로 했다. 캐나다 아발론과 스노우레이크와는 수산화리튬 25만5000t 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호주 광물 탐사·개발업체인 진달리리소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SK온 역시 지난해 10월 호주 리튬업체 ‘레이크리소스’에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23만톤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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