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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 형, 택진이 형은 왜 구단주가 됐나…유통전문가가 본 ‘프로야구 경영’ [E-북]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 인터뷰
.소매업계 리더가 야구 경영에 뛰어든 이유

김인호 (주)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이 3월 2일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진심을 다하는 경영자는 이길 수 없다” 이 말은 최근 야구 팬들에겐 실감나게 들린다. 바로 전년도 KBO 리그 정용진(신세계그룹 부회장) 구단주의 통합우승팀 SSG랜더스의 극적인 성공 스토리를 본 야구 팬들이라면 더더욱 와닿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재 기업이 프로야구 구단을 경영하면 광고 효과가 높아지고 브랜드 시너지가 강해지는 특성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SSG와 같은 젊은 구단주의 등장이 한국 프로야구 발전의 기폭제가 되어 나아가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까지 시너지효과를 내는, 이런 움직임을 그대로 넘기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본 사람이 있다. 

바로 ‘국내 유통전문가’ 중 한 명인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30년 넘게 산학연을 연계해 소매 경영을 확장하고 있는 전문가로 고려대와 일본 릿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후 현대백화점에서 경영전략실, 도쿄주재원, 상품본부 MD기획팀장과 유통연구소장 등을 지내며 18년 동안 백화점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이후 팜스퀘어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가든파이브 CEO로 10여 년간 활동한 이후 현재는 비즈니스 컨설팅업체 비즈니스인사이트에서 다수의 국내 대기업이 추진하는 상업시설 프로젝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김인호 부회장을 만나 그가 펴낸 신간 ‘프로야구를 경영하다’에 담긴 프로야구단의 기본인 경영에 대해 들어봤다.
 
신세계가 야구단을 인수한 이유를 유통업 관점에서 저술한 '프로야구를 경영하다(용진이형과 택진이형은 왜 구단주가 되었을까)'. [사진 매일경제신문사]

Q. '유통'이 아닌 '프로야구' 경영에 관한 책을 펴낸 이유는.


- 창의적인 소매 업계 리더가 프로야구에 참여한 이유를 찾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서 소매업이 본가인 기업은 야구를 어떻게 경영하는 것이 최적인가를 알고 싶었다. 안정된 KBO 리그에서 구단의 창단은 기회가 주어지기도 어렵고 기회가 주어져도 창단 이후 곧바로 상위권으로 오르는 것은 더욱 어렵다. 대중에게 ‘형’이라고 불리는 친근한 두 명의 구단주를 통해 프로야구 경영을 좀 더 쉽게 접근하려고 했다. 

 Q. 이들의 젊은 경영이 한국 프로야구의 선진화를 이끌었다고 보나.

- 소매업의 용진이 형은 팬서비스와 고객 감동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마케팅 감각이 뛰어난 경영자다. 젊은 소비자가 과연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기존 KBO 회원사를 보면 비즈니스 형태가 거의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인 반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로 하는 기업은 롯데, 신세계, NC 등이 전부다. 그래서 서비스업을 하는 용진이형의 경우 프로야구 판에 들어옴으로써 팬서비스가 한층 강화되고 같은 소매업 라이벌인 롯데도 자극을 받았다. 젊은 구단주는 기존 팀 인수를 통해 아구계에 입성했다. 그리고 “기왕에 야구를 할 거면 무조건 우승하라”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돈 걱정은 하지말라고 구단에 이야기했다. 용진이 형도 MLB에서 뛰던 추신수 선수와 김광현 선수를 고액연봉으로 영입하고 홈구장인 SSG랜더스 필드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선수들이 편안한 상황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결과 2022년 프로야구 입성 2년 만에 우승을 따냈다. 

Q. 그들이 야구경영에 이토록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 용진이 형은 야구판의 흥행을 위해서 의도적인 도발도 단행했다. “(신)동빈이 형(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야구에 관심이 많으면 나랑 이야기를 많이 했을텐데 그렇지 않아 서운하다. 동빈이 형과 야구 이야기를 많이 못하지만 택진이 형과는 야구 이야기를 자주합니다”라고 밉지 않게 의도적으로 흥행을 유발하는 능력이 있다. 2021년에는 신세계가 사전에 언론 도발을 하는 바람에 롯데도 반응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프로야구계의 경쟁 구도가 예전에는 해태와 롯데제과 라이벌 구도였다면 요즘에는 딱히 경쟁구도가 없다보니 1982년 체제에서 같이 시작한 롯데와 삼성의 ‘1984 한국 시리즈’를 소환해서 ‘클래식 시리즈’로 내세울 정도로 소재가 궁핍해졌다. 그런데 SSG가 들어오면서 롯데의 이미지를 유통으로 치환하면서 신세계와 롯데 유통 라이벌 구도로 변화시켰다.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선수들이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Q. 유통맞수인 롯데와 신세계의 야구 라이벌 구도 형성에는 남다른 내막도 있다고 보나.


- 유통업계 라이벌끼리 새판을 짜서 한번 해보자고 게임을 유도하는 것 같지만 이면에는 뼈아픈 스토리가 있다. 바로 인천 상륙작전이다. 전국 5위 매출 점포였던 신세계인천터미널은 5년간의 소송 끝에 롯데에 뺏기게 됐다. 당시 인천시는 굉장한 적자 상태였고 이를 이유로 터미널과 건물 부지를 경쟁 입찰로 매각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건물을 임차하고 있는 신세계였지만 최고가를 제시한 롯데가 9000억원에 낙차를 받는다. 결국 그 자리에는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오픈했다. 

Q. 이른바 인천상륙작전이 SSG청라돔 구장을 짓는데 발단이 되었다고 보나. 

- 이마트가 그곳에 스타필드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던 차에 SSG랜더스 창단을 계기로 돔구장까지 개설한다는 복안이 세워진 거다. 맥아더 이후에 기습적으로 인천에 상륙한 SSG랜더스를 기폭제로 인천 청라는 신세계에 다시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호 (주)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이 3월 2일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Q. 이들이 결국 프로야구를 통해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 결국은 팬 비즈니스 마케팅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팬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구단의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소비자가 확대 재생산하는 개인 미디어이기 때문에 이들 소비자를 따라가려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재벌 중에서도 ‘찐재벌’이라 할 수 있는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팬 친화적인 구단경영을 이끌어냈다. 

Q. 향후 과제가 있다면 

- 프로야구의 ‘ESG 경영’을 이끌어내야한다. 앞서 승부 조작 사건 등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있었다.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굳이 적자를 감수하고도 운영해보겠다고 만든 프로야구 구단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책임 활동을 위한 기능을 부각시켜야한다. 프로야구는 팬들과의 접점이 가깝다. 펜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팬과 선수들이 움직인다. 친근하게 느끼는 선수들에게서 노이즈가 들리면 팬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게다가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많아서 윤리와 도덕성이 더욱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에 새로 참여한 용진이 형의 용기가 크다. 구단과 KBO가 팬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때 프로야구의 가치가 증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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