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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 폐쇄 ‘속도조절’…금융당국 또 나설까

금융 취약계층 접근성 저하 우려
당국 나서 폐쇄 절차 법제화 논의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은행권이 영업점포를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저하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은행들이 올해는 점포 통폐합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이 점포 수 규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5년새 지점 ‘수백개’ 사라져…올해는?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4대 은행 지점 수는 2022년 9월 말 기준 총 2539곳이다. 이들 은행의 최근 지점 수 추이를 보면 2018년 말 3086곳, 2019년 말 3031곳, 2020년 말 2916곳, 2021년 말 2706곳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은행 지점 수 감소는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을 줄이기 위함이다. 최근 비대면 거래 증가로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점 수 감소로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

올해는 4대 은행 대부분이 지점 통폐합 속도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영업점 10곳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지난해 두자릿수의 지점 감소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또한 올해는 지점 통폐합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외환은행 합병 이후 꾸준히 점주권 내 중복점포를 통폐합을 다년간 실시해서 현재까지는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최근 2년 정도 영업점이 많이 정리가 되는 추세였다”면서 “올해는 당국에서 은행에 소외계층 포용 등을 강조하고 있어서 영업점을 크게 줄이기엔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4대 은행 중 지점 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영업점 66곳을 통폐합한다. 다만 점포 통폐합의 대안으로 고령층 고객을 위한 이동점포인 ‘시니어 라운지’나 영업 종료 시간을 기존 오후 4시에서 오후 6시로 늘린 ‘9To6 Bank(나인투식스 뱅크)’ 등 특화점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폐합 대상 영업점 선정에 있어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했고, 고객의 이용편의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근거리에 영업점이 위치하고 있는 서울, 수도권 및 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대상 영업점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고객의 입장에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은행 점포폐쇄 방관 금융감독원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 금융노조]

당국, 은행 점포 폐쇄 절차 법제화 논의

은행 영업점 폐쇄에 따른 고객 부담 경감을 위해 관련 절차 ‘입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금융노조와 금융정의연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날달 27일 금융노조와 금융정의연대는 ‘은행 점포폐쇄 방관 금융감독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당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금융노조는 지속적으로 금융감독원에게 점포폐쇄 중단과 점포폐쇄 절차 개선을 촉구해왔다”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다른 일에 신경쓰지 말고 점포폐쇄 절차 점검, 감독규정 반영, 국회 입법 건의 등 금감원장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감원의 방관 아래 올림픽 경쟁하듯이 은행들은 점포폐쇄를 진행해왔다”며 “빈부 차이에 따라 차별받는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여론에 좋은 말만 하지 말고 점포폐쇄 중단을 위해 입법화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은행들은 점포 폐쇄 결정 전에 사전영향평가를 해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통폐합 3개월 전에 고객에게 공지하는 등의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이 절차가 권고 수준이며 법으로 규제 받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류제강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실효성없는 점포폐쇄 가이드라인과 사전영향평가로 오히려 점포폐쇄를 촉진하고 있다”며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점포폐쇄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융노조 측은 “은행들이 점포폐쇄를 주장하며 근거로 제시하는 사전영향평가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자료”라며 “국내 4대 시중은행은 평가 항목에 대해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외부전문가들이 객관적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본 절차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점포 폐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7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비용을 절감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 점포 통폐합 문제는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지속 논의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허가를 받아야만 은행 점포를 축소하거나 폐쇄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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