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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안에 다시 오르는 시장금리…은행권 ‘제 살 깎기’ 불가피

미 연준 긴축 우려에 은행채 금리 상승 전환
주담대·신용대출 금리 영향 받을 듯
은행, 우대금리 적용 등으로 대출금리 인상 방어할 듯

서울의 한 은행지점을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시장금리가 시장 불안에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대출 금리가 추가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강도가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채권시장 불안을 키운 영향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가산금리를 내리거나 우대금리를 더 적용해 금리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대출 등 영향 주는 은행채 금리, 큰 폭 오름세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고정금리는 연 4.594~6.460%로 집계됐다. 주담대 혼합형 고정금리는 올해 빠르게 떨어졌는데 1월 6일의 연 4.820~7.240%와 비교하면 최상단이 1.780%포인트나 떨어졌다. 

4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와 신용대출 금리 상단도 모두 7% 미만으로 떨어졌다. 은행권에서는 2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등 조치로 채권시장이 안정되면서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줬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주춤했던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공시된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3일에 4.478%를 기록했다. 전달 같은 날의 3.889%보다 0.589%포인트 올랐다.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도 같은 기간 3.541%에서 3.932%로 뛰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주담대 혼합형 금리에, 은행채 1년물은 신용대출 금리 변동에 영향을 준다. 

은행채 5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4.7%를 넘어섰지만 이후 내리기 시작해 2월 초에 3%대까지 떨어졌다. 더 이상 기준금리가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시장에 나오면서 시장금리가 이를 선반영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고, 인플레이션을 조기에 잡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채권 시장이 오름세로 전환한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고강도 긴축을 언급하고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해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내년 초까지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긴축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일(현지 시간) 장중 4.944%까지 오르며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 역시 2월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국고채 금리가 다시 올랐고, 이에 연동되는 은행채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 압박에 은행권, 우대금리 인상 등 이어갈 듯

은행권에 따르면 대출금리는 최근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1월 가계대출은 연 5.47%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내렸다. 이는 주담대 변동금리에 영향을 주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하락을 유지한 영향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1월 3.82%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0.47%포인트 하락했다. 당시 코픽스는 2개월 연속 하락을 유지했다. 코픽스는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를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해당 월에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한다. 대출 금리에 신속하게 반영되는 특징이 있어 최근 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은행채가 다시 오르면서 앞으로 코픽스 하락세가 약해지거나, 반대로 오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다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도 오르고 있어 대출 금리를 더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6일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 평균은 연 3.71%를 기록했다. 2월 말에는 3.70%로 일주일 만에 금리가 0.1%포인트 올랐다. 수신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상승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가계대출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이 계속해서 가계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은행권에서는 ‘제 살 깎기’식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산금리를 더 낮추고, 우대금리를 대폭 적용하면서 금리 인상 부담을 은행이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가계대출 금리의 공시 범위에 빠져 있던 전세대출이 포함되고, 가산금리 또한 별도로 공시하게 되면서 은행별 금리 경쟁 부담 확대가 불가피해졌다”며 “최근 시장금리 상승에도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가산금리는 축소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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