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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내세운 EU, 자국 기업 보호‧규제 강화…부담 커진 韓 기업

탄소국경조정제도‧역외 기업 규제 등 보호 장벽 높이기
무협 “규제 위주 EU 그린정책, 한국 기업 불이익 없어야”

정만기 한국무역협회이 지난 2일 벨기에 브뤼셀 현지에서 EU 집행위원회 기후 총국 디아나 아콘시아(Diana Acconcia) 외교 기후 담당 국장과 면담하는 모습.[사진 한국무역협회]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유럽의 보호 조치와 규제 강화 정책에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환경 규제에 더해 자국에서 보조금을 받아 유럽으로 수출하는 역외 기업에 대한 규제까지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오는 7월 12일 역외 보조금 수혜기업의 EU 시장 왜곡을 방지하고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로 역외 보조금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유럽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인수·합병(M&A), 공공조달 분야에 진출하자 이를 효과적으로 감독·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2021년 5월 초안을 상정한 이후 유럽의회·이사회 합의를 거쳐 지난 1월 발효했다.

EU는 재정적 기여(Financial contribution), 혜택(Benefits), 특정성(Specificity) 등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 보조금인지 판단하고 특정 국가의 정부가 얼마나 재정에 기여했는지에 따라 역외기업이 경쟁력이 강화한 경우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기업이 보조금이나 대출, 자금이전, 세금면제, 채무부담 등 각종 인센티브 혜택을 입은 경우 상황에 따라 유럽에서 체결한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

이에 한국무역협회(무협) 브뤼셀지부는 기업의 민감한 비즈니스 정보에 대한 추가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우리 기업의 의견을 담은 입장문을 EU 측에 6일(현지 시각) 전달했다고 밝혔다. 역외 보조금 사전 신고 양식에 따라 자금 원천이나 기업 가치 산정 방법 등 민감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해당 기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보완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무협은 전했다.

또 과도한 정보 제공 의무를 간소화해 기업의 행정 부담을 덜어줄 것을 요청했다. 인수합병 시 인수 기업이 입수하기 어려운 입찰 과정 상세정보나 거래 실사 관련 정보 제공은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보조금에 해당하는 ‘재정적 기여’의 범위가 불확실해 해당 범위를 신고 대상의 기업 결합 및 공공 조달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보조금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무협은 설명했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 지부장은 “EU의 역외 보조금 이행법에서 기업 결합 시 신고서 기재 대상의 제3국 보조금을 건당 20만 유로 이상, 국가 당 연간 400만 유로로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신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불명확한 정의, 과도한 행정부담 및 정보 요구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역시 우리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규제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에서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을 수입하는 현지 업체는 10월부터는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탄소 배출량이 EU 기준을 넘어설 경우 그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사야 한다.

국내 철강업계는 EU 수출 비율이 전체 수출의 13%(44억 달러·약 5조7000억원)에 달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100유로(약 13만8000원) 수준인데, 이는 국내 가격(약 1만3000원)의 10배 수준이다. 시각에 따라 한국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통해 기업을 밀어주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유럽의 이런 규제 강화가 표면상 환경 보호와 공정거래 확립을 위한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유럽 기업 보호와 핵심 산업 육성이라는 보호 무역의 성격이 짙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유럽 진출을 위해 더 조심스럽고 세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카린 칼스브로(Karin Karlsbro) EU 의회 국제무역위원회 의원을 만나 “EU 의회의 새로운 규제가 EU의 전통적 우방국가인 한국 기업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법안 입법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 반영해 달라”고 했다. 또 “EU가 새로운 규제 도입이나 인센티브 마련 시 한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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