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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놓친 네이버, 스포츠·C2C 중심 ‘커뮤니티’ 강화 노린다

월드컵 이어 WBC ‘특수’ 정조준, 오픈톡 활성화
C2C 생태계 강화로 지역 기반 커뮤니티 조성
카카오톡에 메신저 밀렸지만…되레 성장 기회

네이버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오픈톡’을 기반으로 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제공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서 놓친 ‘메신저’ 분야에 대응해 커뮤니티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크게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소통 플랫폼 확산’과 소비자 간 거래(C2C) 플랫폼 구축을 기반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 강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확대해 이용자의 유입·이용 시간을 높여 신규 매출원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월드컵 이어 WBC ‘특수’ 잡는다…오픈톡 활성화 기대

8일 네이버에 따르면 미국·일본·대만(차이니스 타이베이)에서 개최되는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맞춰 오픈톡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WBC는 이날 대만 타이중 저우지 야구장에서 개막식을 시작해 21일까지 진행된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개최되는 야구 국제대회로, 20개국이 참여한다. 총 600명의 선수가 등판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이 중 메이저리그 구단에 속한 선수가 332명,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현역 빅리거는 186명에 달한다.

2009년 WBC 이후 약 14년 만에 한일전도 펼쳐진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WBC B조에 속해 오는 9일(호주전)·10일(일본전)·12일(체코전)·13일(중국전) 1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1라운드 통과 시, 오는 15일부터 8강 토너먼트에 참여한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엔 지난 시즌 타격 5관왕 이정후를 비롯해 김현수·박병호·양의지·김광현·양현종 등이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소속 김하성·토미 현수 에드먼도 합류했다.

네이버는 WBC 전체 47경기를 생중계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선수 개별 응원하기 ▲대회 정보와 선수 기록을 검색할 수 있는 ‘WBC 지식베이스’ ▲각 팀의 주요 이력과 핵심 전략을 살펴볼 수 있는 ‘WBC 스카우팅 리포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네이버는 특히 WBC 콘텐츠와 오픈톡·이슈톡을 연계해 이용자의 참여를 높이고 있다. WBC를 검색하면 오픈톡·이슈톡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식으로 접근성도 높였다.

네이버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관련 콘텐츠로 준비한 스카우팅 리포트 서비스 모습. [제공 네이버]

오픈톡·이슈톡은 지난해 9월 출시된 스포츠 중심의 소통 플랫폼으로, 이용자 간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네이버는 앞서 지난해 11월 개최된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해당 서비스를 적용하며 활성화를 이끈 바 있다. 당시 축구·해외축구 카테고리 오픈톡은 1387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는 WBC를 통해서도 이 같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흥행 조짐은 개막일부터 나타났다. 8일 기준 약 3100개의 오픈톡이 활성화된 상태다. 이 중 야구 카테고리에만 948개가 생성됐다. 구체적으로 ▲야구 824개 ▲해외 야구 124개로, 스포츠 카테고리 중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다. 야구에 이어 해외 축구(806개)에서 많은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는 이슈톡에 WBC와 관련해선 ▲우승팀 예측 ▲한국 대표팀 성적 예상 등을 마련, 설문·소통이 이뤄지도록 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오픈톡을 통한 야구팬 간 소통이 네이버 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놓친 소통 영역, 되레 성장 기회…C2C도 강화

네이버는 이 같은 소통 기능의 강화로 플랫폼 내 이용자의 유입과 이용 시간 증대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검색 포털을 기반으로 금융·콘텐츠·쇼핑·광고·모빌리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외연을 확장했다. 그러나 메신저 분야에선 카카오에 우위를 내줬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라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당 앱은 해외와 달리 국내 시장에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집계한 양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변화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앱 사용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4291만명으로 조사됐다. 반면 카카오의 다음 앱은 814만명에 그쳤다. 메신저 분야에선 카카오톡이 4790만명으로 강세를 보였다.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플러스의 라인은 213만명으로 나타났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집계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요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변화 자료. [제공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네이버는 이 같은 서비스 이용 행태가 되레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봤다. 커뮤니티 강화를 통해 이용자 유입을 높인다면 신규 매출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스포츠 분야에 먼저 집중했다. 2020년 9월 스포츠 분야 뉴스 댓글·답글 서비스의 중단으로 부재한 공백을 오픈톡·이슈톡으로 채우겠단 취지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픈톡과 이슈톡을 스포츠 페이지 내 서비스로 운영하며 드라마·날씨 등으로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심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구성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관심 분야 중심의 커뮤니티 활성화와 함께 지역 기반의 소통 플랫폼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3억1000만 달러(약 1조6610억원)를 인수 비용으로 투입, 북미 최대 패션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지난 1월 품기도 했다.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한 포시마크의 특징으론 ‘커뮤니티 중심의 커머스’가 꼽힌다. 이 때문에 국내엔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포시마크 사용자 중 MZ세대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밀레니엄 세대 여성의 약 90%가 포시마크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 직후 스페인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왈라팝’에 1003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 최대 주주로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로써 북미(포시마크)-유럽(왈라팝·베스티에르콜렉티브)-일본(빈티지시티)-한국(크림)을 잇는 C2C 플랫폼 생태계를 손에 쥐었다.

크림의 경우 2020년 3월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다. 2021년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 크림은 독립법인 출범 후 ▲사솜컴퍼니(태국) ▲스니커덩크(일본) ▲스니커라(말레이시아) ▲킥애비뉴(인도네시아)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 시장에선 스니커즈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를 운영하는 나매인의 지분을 100% 확보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 같은 생태계를 기반으로 중고 거래와 커뮤니티 기능을 연결, 사업적 성과를 올릴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오른쪽)가 마니시 샨드라 포시마크 창업자와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사내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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