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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사장[금주의 CEO]

직원 복지에 ‘진심’…사내 어린이집 개원식 등장 ‘눈길’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기업의 생존은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최고경영자)의 역량이 기업의 희비와 직결되는 이유입니다. CEO의 결정은 기업을 살리는 약이 될 수도 기업을 죽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주간 국내 CEO들의 선택을 들여다보고, 이목이 집중된 CEO를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해양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 HD현대]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글로벌 조선사를 이끌면서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인 CES에 참가하는 경영인이 있습니다. CES에서 조선사를 넘어 ‘미래 개척자’(퓨처 빌더)로, 바다에 관한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한다는 야심을 밝혀 눈길을 끌었죠. 서울대와 공동으로 AI(인공지능) 분야 산학연 포럼을 기획하고 “미래 50년 핵심 동력은 AI”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대표 전통 산업이자 노동 집약적 산업인 조선사 수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죠. HD현대를 이끄는 정기선 사장이 주인공입니다. 

HD현대에 따르면 정기선 사장은 이달 9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신사옥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사내 어린이집 ‘드림 보트’ 개원식에 참여했습니다. 드림 보트는 연면적 2222㎡, 최대 정원 300명 규모의 영·유아 통합 보육 시설입니다. 만 0세부터 5세까지의 자녀를 둔 임직원은 무료로 이용 가능합니다. 2개 층에 걸쳐 14개 보육실과 6개의 놀이 공간으로 구성됐는데, 오전 7시부터 최장 오후 10시까지 운영됩니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거나 늦은 시간 퇴근하는 직원들이 상황에 맞춰 등·하원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죠. 어린이집 내부 가구 등에 친환경 재료를 적용할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정 사장은 개원식에서 “직원들의 큰 고민거리인 육아 문제 해결에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회사 대표가 사내 어린이집 개원식에 등장하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만, 오너가(家) 3세 경영인이 사내 어린이집 개원식을 챙기는 모습은 익숙한 ‘그림’은 아닙니다. 사내 어린이집 개원을 세심하게 준비하는 오너 3세 경영인은 더욱 생소합니다. 정기선 사장은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지주에서 HD현대로의 새 출발을 알리는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여러분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HD현대는 드림 보트 개원을 비롯해 임직원 자녀의 유치원 교육비와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임직원에게 패밀리 카드를 지급했습니다. 

HD현대 안팎에선 정기선 사장에 대한 긍정 평가가 많습니다. 오너 3세 경영인 중에 꾸준하게 임직원 신뢰를 쌓아온 인물로 꼽히죠. 200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정 사장은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다가 2013년 현대중공업에 재입사했습니다. 그룹 기획‧재무팀뿐만 아니라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중공업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등을 거치며 경험을 축적해왔습니다. 지난해 그룹 지주사인 HD현대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HD현대 지분율이 5.26%에 불과해 아버지이자 HD현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지분(지분율 26.60%)을 물려받아야 합니다. 지분 상속 과정에서 예상되는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죠. 

정기선 사장이 꿈꾸는 HD현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정 사장은 올해 초 열린 CES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등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HD현대는 퓨처 빌더로서 바다의 근본적 대전환, 즉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류 영역의 역사적 확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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