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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전쟁’ 참전하는 유통기업들…‘록인 효과’ 노린다

[난립하는 페이시대]③ 유통계 간편결제 현실은
"1분 1초라도 빨리"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도입
고객 '록인효과'...혜택·부가서비스 부족하다는 지적도


(왼쪽부터) 쿠팡 '쿠페이', 신세계 '쓱페이', G마켓 '스마일페이' 결제 화면. [각 앱 화면 캡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애플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임박한 가운데 유통업계도 오프라인 결제 가능 범위를 확대하는 등 대항전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는 일찌감치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유통업과의 시너지 창출 및 수익원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애플페이의 본격 상용화를 앞두고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의 각축전이 예고된 만큼 페이를 두고 벌이는 유통업계 주도권 싸움도 한층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자체페이로 고객확보 승부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46개다. 포털·핀테크사(29개), 금융사(15개), 스마트폰 제조사(2개)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유통업계의 자체페이 시스템은 신세계의 ‘쓱페이(SSG페이)’, G마켓의 ‘스마일페이’, 롯데의 ‘L.PAY(엘페이)’, 11번가 ‘SK페이’, GS리테일의 ‘GS페이’, 쿠팡의 ‘COUPAY(쿠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사용처 확대와 기능 업그레이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자체 페이인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키워 온·오프라인 쇼핑 경계를 허무는 신세계 유니버스 전략을 실행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쓱페이는 신세계가 2015년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로 온·오프라인 활용처 및 기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능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중이다. 바코드 스캐닝 한 번으로 결제, 포인트 적립, 할인 적용, 현금·영수증 발행이 동시에 된다. 선불식 쓱머니와 후불식 신용카드 결제를 동시에 온·오프라인 사용가능하며, 신세계상품권을 페이로 전환해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토록 했다. 

G마켓의 스마일페이는 업계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다. 2014년 도입된 후 2021년 G마켓과 옥션이 이마트에 인수되면서 이마트·신세계 그룹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 가능해졌다. 지난해 면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이마트24에 이어 최근에는 이마트에브리데이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1번가는 SK를 등에 업은 신흥강자다. 지난해 말부터 SK텔레콤 T멤버십과 손잡고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SK페이’의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기존 SK페이 앱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오프라인 결제를 T멤버십 앱으로도 할 수 있게 했으며, 결제 수단 역시 기존 휴대폰 소액 결제에서 신용카드·계좌이체 등까지 확대해 적용키로 했다.

롯데 엘페이, 쿠팡의 쿠페이의 경우 제한된 사용처라는 한계가 있지만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는다. 롯데는 국내 최대 유통사라는 장점으로 롯데가 보유한 백화점, 마트, 슈퍼 등 다양한 유통매장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쿠페이는 로켓배송의 성장과 함께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후발주자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 3월 그룹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 H.Point Pay(H포인트페이)는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의 11개 온라인몰에 적용되고 있다. 향후 여기에 더해 백화점, 면세점, 리바트, 한섬 등 그룹 내 17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컬리와 올리브영 등도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과 연내 도입을 앞두고 있다. 

SSG페이 결제 바코드. [사진 SSG닷컴]

이미 포화 시장인데...너도나도 '페이' 유통가 왜?  


국내 페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지만 후발주자로 페이 개발에 나선 유통업체들도 적지않다. 이들의 행보는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시장 규모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국내 1일 평균 간편결제 거래액은 2020년 4009억원, 2021년 559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 7232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하반기 통계치까지 더하면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간편결제시장 급등의 기록적인 한 해가 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페이 서비스가 소비자 기업 모두 만족할 요소를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관점에서 간편결제 시스템은 온·오프라인 상거래 결제 시스템 이용 시 추가적인 공인인증서 인증이나 카드 정보 입력 없이 등록된 비밀번호와 카드정보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기업 측면에선 추가 할인이나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충성고객을 묶어두기 위한 고객 가두기(록인) 전략으로 사용된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 차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수수료 절감 효과도 누리고 금융업을 연계한다면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 구매패턴과 같은 빅데이터도 수집해 분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페이 시스템을 개발 및 도입하는 이유는 충성고객 확보를 위함”이라며 “결제가 1분 1초라도 빠르게 돼야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 1초라도 빨라지면 미국 아마존 기준 매출이 8% 가량 늘어난다며 결제 속도가 그만큼 유통페이에선 중요한 승부처”라고 말했다. 

고객 록인효과...“차별화된 기술과 전략 필요” 


높은 편의성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혜택·부가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의 실질적 니즈에 대한 방향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용자 수 늘리기 위한 전략에 그쳐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사들의 자체페이는 시스템이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제 오류나 앱 멈춤 등 다양한 문제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업계 페이 시스템이 애플페이, 알리페이와 같은 세계적 기업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별화 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국내 유통업계 간편결제 시스템은 안정성과 속도, 그리고 소비자 혜택을 얼마나 늘려나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현재 페이 시장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충성고객을 모은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기술과 전략으로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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