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한국 정서 담긴 신토불이, ‘역대 최대 매출’ 찍은 ‘육개장사발면’ [1000억 식품의 비밀]

전통 식문화 그대로 담은 용기면…‘상에서 먹는 사발면’
“밖에서 먹을 때 제일 맛있는 라면”…엔데믹에 성장세

농심‘육개장사발면’은 지난해 1200억원어치 판매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사진 농심]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40년간 막힘없이 사랑받은 ‘전통의 맛’. 농심 ‘육개장사발면’은 지난 1982년 출시된 이후 2011년 컵라면 시장 1위에 오른 이래로 12년째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절대강자다. 지난해 12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9% 증가한 수치다. 

컵라면 단일제품 중 유일하게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제품으로, 농심의 대표격인 신라면, 짜파게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가브랜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식문화’ 담긴 사발면 그릇, ‘한국의 햄버거’로 거듭나기까지

1982년 2월2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농심 사발면’ 출시 광고. [사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육개장사발면은 여러 방면에서 간편식 라면의 대명사로 불린다. 소비자들은 가끔 용기면을 두고 ‘컵라면’이 아닌 ‘사발면’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 용어의 시작점이 바로 육개장사발면이다.

용기면은 국내 1호 봉지라면을 만들었던 삼양식품에서 지난 1972년 국내 최초로 ‘컵라면’을 출시하며 그 역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용기 제조원가가 비싸 끓는 물로 3분만에 완성할 수 있다는 획기적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판매부진을 겪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다음주자로 나선 것이 바로 농심(당시 롯데공업)의 ‘사발면’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에 근접한 1980년대 초, 농심은 한국에서도 용기면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판단해 본격적으로 사발면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물로 1982년 내놓은 제품이 바로, 한국이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 육개장 맛을 기본으로 한 ‘육개장 사발면’이다.

농심이 당시 ‘사발’이라는 이름을 고수한 배경에는 ‘한국의 정서’가 녹아있었다.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컵 형태가 아닌, 한국인에게 친숙한 사발 모양을 그대로 본떠 거부감을 없앴다. 음식을 손에 들고 먹는 서양식 문화보다 상 위에 올려놓고 먹을 수 있는 한국 문화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그 덕분에 육개장 사발면은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라면으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당시 미국 NBC 관계자는 육개장 사발면을 두고 ‘자국 햄버거에 견줄 제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통 식문화를 살려, 국가를 대표해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육개장 작은사발’이 국룰”…‘도시락메이트’로 자리잡아

농심이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함께 SNS 이미지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외활동을 배경으로 한 사진의 비중이 가장 높은 라면은 바로 육개장사발면이었다. [사진 농심]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육개장사발면의 매출액은 40년의 기나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육개장사발면의 인기가 오히려 날로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육개장사발면의 인기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에는 거리두기 완화를 비롯한 야외활동 인구 증가의 영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농심이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함께 SNS 이미지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외활동을 배경으로 한 사진의 비중이 가장 높은 라면은 바로 육개장사발면이었다.

한 유튜버가 예시신랑 도시락 메뉴로 육개장사발면을 선택해, 영상에 담아 업로드한 모습. 해당 유튜버는 앞선 영상에서 큰사발면을 메뉴로 포함시켰다가 “큰사발면이 아니라 작은 게 도시락 국룰”이라는 애정 어린 뭇매를 맞았다.

이는 육개장사발면이 그저 편의점 안에서 후루룩 끓여먹는 라면이 아니라 어디든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나들이’ 용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예비신랑 도시락’을 컨셉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한 유튜버는 메뉴의 일부로 ‘육개장 큰사발면’을 선택해 영상을 업로드한 뒤, “큰사발면이 아니라 작은 게 도시락 국룰”이라는 애정 어린 뭇매까지 맞았다. 소비자 사이에서 ‘육개장 사발면’이 도시락 공식과도 같이 통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농심 관계자는 “육개장사발면 특유의 ‘장터국밥’ 맛과 한국 고유의 식문화가 소비자에게 편리함 이상의 매력으로 다가간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여파로 용기면의 기세가 꺾이고, 봉지라면이 우세하던 시절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2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3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4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

5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

6홍천서 올해 첫 진드기 SFTS 사망자 발생

7비트코인, 전일 대비 3.2%↓…6만 달러 위태

8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1인당 평균 13억 넘어

9코로나19 수혜 기업, 엔데믹 탈출구 마련은 언제

실시간 뉴스

1‘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2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3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4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

5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