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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으로 만든 새우, 버섯으로 만든 치킨’…200만 채식인을 위한 ‘축제’ [가봤어요]

국내 최대 비건 전시회,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
대체육부터 소스, 조미료, 생활용품…‘비거니즘의 일상화’

서울 대치동 세택(SETEC)에서 열린 국내 최대 비건 전문 전시회,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 [사진 김서현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200만’ 채식인을 위한 시대가 찾아왔다. 지난 17일 행사 첫날부터 서울 대치동 세택(SETEC)에서 열린 국내 최대 비건 전문 전시회,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가 그 열기를 입증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전시회에는 150개사 200부스, 800여 개의 브랜드가 행사에 참여했으며 전시장 초입부터 비건을 체험하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이번 전시회는 비건을 더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간편식(HMR)·밀키트를 비롯해 ‘소스·조미료 특별전’을 전개하며, 여러 독창적인 형태의 대체육, 무정제 식재료 등 다양한 식습관을 제안했다. 또 동물 복지 확대를 촉구하고, 건강식을 추구하는 ‘비건인’이 일상을 대하는 태도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아이스크림 기계가 바삐 돌아가고 있는 농식품 R&D 전문회사, ‘아이엔비솔루션즈’의 부스장. [사진 김서현 기자]

아이스크림 기계가 바삐 돌아가는 농식품 R&D 전문회사, ‘아이엔비솔루션즈’의 부스장. 사과, 딸기와 함께 페어링한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맛보니 아주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입 안에서 어우러졌다. 아이엔비솔루션즈에서 신제품으로 내놓은 이 쌀아이스크림은 우유 성분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100% 식물성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엔비솔루션즈 관계자는 “정제수, 올리고당, 쌀 엑기스만이 들어갔다”며 “우유의 느끼함보다 후레시한 맛을 선호하시거나, 유당 때문에 우유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잘 먹지 못하는 분들이 드시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5년째 비건을 이어오고 있는 대학생 A씨(26)는 “보통 비건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면 샤베트같이 사각사각한 느낌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굉장히 크리미한 질감이 느껴져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버섯으로 만든 치킨으로 이름을 알린‘위미트’가 이번 행사에서 선보인 유린기. [사진 김서현 기자]

국내 최초 버섯으로 만든 치킨으로 이름을 알린 ‘위미트’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기존에는 식물성 후라이드 치킨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운 위미트이지만, 이번 부스에서는 유린기와 만다린 치킨을 선보였다. 위미트 관계자는 “오는 3월 말 컵밥 출시를 앞두고 있어 새로운 메뉴로 중국식 유린기, 만다린 치킨을 선택했다”며 “새송이 버섯으로 만들어 단백질(100g 기준 닭가슴살 1개분), 식이섬유(1일 권장 섭취량 50%) 등 영양성분을 충분히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유린기를 구매해 맛보니, 바삭한 튀김껍질 안에 담백한 속살이 씹혔다. 무엇보다 뻑뻑한 느낌이 적고, 살코기를 찢듯 결이 살아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수의 콩고기 대체육 제품들은 조직콩단백(TVP)이란 기본 원료를 사용해 만들어져, 뻑뻑한 질감을 단점으로 안고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관계자에 따르면 위미트 제품은 버섯으로 만들어져,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비건식에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신제품을 경험해보고자 전시회에 방문한 대학생 강민영씨(26)는 “후라이드가 유명한 위미트가 새로운 종류의 제품을 내놨다는 소식을 접하고 빠르게 부스를 찾아왔다”며 “치킨뿐만 아니라 밥에도 양념이 잘 배어있어 맛있게 먹었고, 잘 만든 제품 같다”고 전했다.

‘디보션’의 ‘식물성 제로 콜레스테롤 왕교자 찐새우맛’은 새우 대신 곤약, 글루텐으로 식감을 살렸다. [사진 김서현 기자]

멀리서부터 눈길을 끄는 붉은색 포장지, 언뜻 비비고 왕새우 교자가 떠오르게 하는 ‘디보션’의 ‘식물성 새우 교자’도 전시장에 등장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디보션은 이 왕교자 속 새우의 맛을 내기 위해 곤약과 글루텐을 동원했다. 바다 내음을 더하기 위한 김까지 투입해, 디테일을 살렸다. 

디보션 관계자는 “처음에는 식물성 미트를 주로 판매했다”며 “‘국내 유일 식물성 마블링’을 만들어, 고기의 마블링 특유의 풍미와 맛을 아주 유사하게 재현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디보션의 목표는 단순히 비건인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중적으로 가장 반응이 좋았던 만두를 시그니처 메뉴로 가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식평화연대’의 부스장에 적힌 메모들(왼쪽). “평범한 맛을 위해 평범하지 않은 희생이 맞는걸까” 등과 같은 문구들이 적혀있다. 전시장에는 환경오염에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담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도 전시됐다. [사진 김서현 기자]

전시장에서는 먹거리뿐 아니라 원형 밀짚 박스용기, 농축 가글, 식물성 오일 입욕제 등 일상에 걸친 제품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환경 보호’라는 비건의 출발선을 살려, 환경을 주제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여럿 자리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곳은 비건인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작품으로 전시한 ‘채식평화연대’의 부스다. 채식평화연대는 일상에서 비건을 실천하기 위해 함께 모여 그 뜻을 실천하고 있는 단체로, 비건 관련 강연, 교육, 행사 등을 주최하고 각종 커뮤니티 추진을 이끌고 있다.

한 달전부터 단체에 합류한 재희(활동명, 29)씨 역시 “소 농장을 운영하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도살 등 참혹한 장면들을 마주해야 할 때가 많았다”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비건의 길을 걷게 됐다”고 전했다. 

원연희 채식평화연대 대표는 “20년 전 ‘음식혁명’이라는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아, 비건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며 “‘비거니즘’이 삶이 되는 순간, 비단 비건식을 섭취할 뿐 아니라 동물 착취를 반대하는 윤리적 태도를 늘 견지하는 등 일상 전반적으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17일 진행된 비건 트렌드 전략 세미나에 이어, 비건·친환경 산업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국내외 리더,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북콘서트 역시 주말 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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