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우려에도 ‘면세업’ 포기 못하는 까닭 [계륵 면세점]③
캐스팅보트 무엇? ‘승자의 저주’ 우려도
다이궁 수수료 감면 노력, 임대료 액수 등 평가 반영
매출 세계 5위, 2030년 여객 1억명 이상 이용 예상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일반 사업자 후보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3개사로 압축되며 국내 면세업체 간 경쟁으로 마무리되게 됐다. 국내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미래 10년이 걸려있는 최종 낙찰자 자리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임대료 높으면 위너? 다이궁 수수료 감면 노력도 평가 반영
총 7개 사업권 중 대기업 몫으로 할당된 것은 5곳( DF1~5)이다. 1차 심사에서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40%, 사업계획 60% 점수를 반영해 복수 업체를 선정한다. 2차에선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임대료 40%, 사업계획 10%씩 반영해 점수를 각각 낸 뒤 이를 합산해서 고득점 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수수료를 줄이는 노력을 얼마나 했을지도 평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국내 면세 업계는 올해 CDFG 등 외국 면세점까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자 송객수수료 정상화에 나섰다. 실제로 롯데·신라·신세계 등 송객수수료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송객수수료는 2017년 사드사태 이후 서서히 오르면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2019년 1조3000억원에서 2021년에는 3조9000억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에 관세청은 지난달 28일 열린 2023년 제2회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에서 과도한 송객 수수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면세점 신규 특허를 심사할 때 업체의 송객수수료 절감 노력 등을 평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송객수수료를 낮추자 면세업계의 매출도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약 6000억원으로 전달(약 1조1800억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40% 후반까지 치솟은 송객수수료를 30%대로 정상화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면세업 놓고 엇갈리는 시각…“손해 보더라도 포기 못해”
복수사업자에 선정된 기업들이 최종 낙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면세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기업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면세 업계가 인천공항 면세점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이유는 인천공항의 규모와 광고효과 등을 고려할 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매출규모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가 상당해 좋은 브랜드 유치에도 영향을 준다”며 “10년을 생각할 때 손해를 보더라도 놓칠 수 없는 곳”이라고 전했다.
국제공항협의회(ACI)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2019년 여객처리 실적은 7057만명으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한 해 7000만명 이상이 인천공항을 이용한다는 얘기다. 인천공항공사는 2030년 약 1억2000만명의 여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이번에 특허권을 따낸다면 10년 계약기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입국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유류비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이 많이 올라 기대만큼은 회복이 이뤄지지 못했었다”며 “국제 항공편 정상화만 이뤄진다면 회복에도 속도가 금방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허권을 따낸다고 하더라도 높은 임대료로 인해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업계는 과거에 이미 승자의 저주를 경험한 적이 있다. 2015년 9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롯데면세점은 2020년 8월까지 계약이 돼 있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특허권을 돌려줬다.
당초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업황에 관계없이 총 4조1000억원의 임대료를 공사에 납부하기로 돼 있었다. 업황이 안 좋아질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고가의 고정 임대료를 입찰할 때 적어낸 탓에 롯데는 당시 인천공항에서 매월 10억~20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화갤러리아도 과거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뒤 63빌딩에 면세점을 운영했지만 높은 특허수수료 대비 영업이익은 크지 않아 3년간 10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내고 사업을 접었던 바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천공항이라는 곳 자체가 기업 이미지 위상을 보여줄 수 있고 판매되는 물량 볼륨이 크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도 키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면세업황이 회복되는 추세지만 임대료 수준이 높고 여전히 수익성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국내 기업들은 향후 시장이 얼마나 회복될지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선택해야 한다”면서 “낙관적, 보수적 또는 중간 정도의 입장을 취할 수 있는데 결국 기업들이 향후 시장 전망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 그 역량에 맞게 결정하고 그에 대한 결과도 오롯이 기업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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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높으면 위너? 다이궁 수수료 감면 노력도 평가 반영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이번 면세점 입찰에 21년 만에 고정 최소보장액(고정임대료) 제도를 폐지하고 공항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하는 ‘여객당 임대료’ 방식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누가 인천공항공사에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입찰권의 주인공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말에 마감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신라와 신세계는 각 구역별 최고가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는 1·2구역에서, 신세계는 3·4구역과 5구역에서 가장 높은 입찰액을 제출했다. CDFG는 DF1~4에서 적어낸 금액이 모두 3위에 그쳤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높은 입찰가를 적어낼 것으로 관측됐으나 예상보다 낮았고, 사업제안서도 다소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은 이보다 낮은 4위였다.총 7개 사업권 중 대기업 몫으로 할당된 것은 5곳( DF1~5)이다. 1차 심사에서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40%, 사업계획 60% 점수를 반영해 복수 업체를 선정한다. 2차에선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임대료 40%, 사업계획 10%씩 반영해 점수를 각각 낸 뒤 이를 합산해서 고득점 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수수료를 줄이는 노력을 얼마나 했을지도 평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국내 면세 업계는 올해 CDFG 등 외국 면세점까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자 송객수수료 정상화에 나섰다. 실제로 롯데·신라·신세계 등 송객수수료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송객수수료는 2017년 사드사태 이후 서서히 오르면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2019년 1조3000억원에서 2021년에는 3조9000억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에 관세청은 지난달 28일 열린 2023년 제2회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에서 과도한 송객 수수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면세점 신규 특허를 심사할 때 업체의 송객수수료 절감 노력 등을 평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송객수수료를 낮추자 면세업계의 매출도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약 6000억원으로 전달(약 1조1800억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40% 후반까지 치솟은 송객수수료를 30%대로 정상화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면세업 놓고 엇갈리는 시각…“손해 보더라도 포기 못해”
복수사업자에 선정된 기업들이 최종 낙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면세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기업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면세 업계가 인천공항 면세점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이유는 인천공항의 규모와 광고효과 등을 고려할 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매출규모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가 상당해 좋은 브랜드 유치에도 영향을 준다”며 “10년을 생각할 때 손해를 보더라도 놓칠 수 없는 곳”이라고 전했다.
국제공항협의회(ACI)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2019년 여객처리 실적은 7057만명으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한 해 7000만명 이상이 인천공항을 이용한다는 얘기다. 인천공항공사는 2030년 약 1억2000만명의 여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이번에 특허권을 따낸다면 10년 계약기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입국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유류비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이 많이 올라 기대만큼은 회복이 이뤄지지 못했었다”며 “국제 항공편 정상화만 이뤄진다면 회복에도 속도가 금방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허권을 따낸다고 하더라도 높은 임대료로 인해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업계는 과거에 이미 승자의 저주를 경험한 적이 있다. 2015년 9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롯데면세점은 2020년 8월까지 계약이 돼 있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특허권을 돌려줬다.
당초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업황에 관계없이 총 4조1000억원의 임대료를 공사에 납부하기로 돼 있었다. 업황이 안 좋아질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고가의 고정 임대료를 입찰할 때 적어낸 탓에 롯데는 당시 인천공항에서 매월 10억~20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화갤러리아도 과거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뒤 63빌딩에 면세점을 운영했지만 높은 특허수수료 대비 영업이익은 크지 않아 3년간 10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내고 사업을 접었던 바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천공항이라는 곳 자체가 기업 이미지 위상을 보여줄 수 있고 판매되는 물량 볼륨이 크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도 키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면세업황이 회복되는 추세지만 임대료 수준이 높고 여전히 수익성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국내 기업들은 향후 시장이 얼마나 회복될지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선택해야 한다”면서 “낙관적, 보수적 또는 중간 정도의 입장을 취할 수 있는데 결국 기업들이 향후 시장 전망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 그 역량에 맞게 결정하고 그에 대한 결과도 오롯이 기업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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