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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은행’ 도입, 밀어붙이는 당국…“적기 아니다”

[SVB 파산 나비효과] ③ SVB 파산 결과 나타나 국내 특화은행 도입 우려↑
전문가 “예금자보호 등 다른 제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 지점 문이 닫혀있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시중은행 과점 완화’ 제도 마련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안정이 우선시 되는 만큼 은행권에 큰 변화를 줄 때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SVB가 당국으로부터 특화은행 성공사례로 언급된 바 있어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은행 과점 깨기’ 방안으로 언급된 SVB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까지 국내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완화하고 시장 경쟁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대표적으로 ▲소규모 특화은행(챌린저뱅크) 도입 ▲인가 세분화(스몰라이센스) ▲지방은행의 역할 확대 등이 거론됐다. 

그중 SVB와 같은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을 통한 신규 플레이어 진입 모색이 폭넓게 논의됐다. 금융위원회가 3월 3일에 내놓은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를 보면 실무작업반의 논의 내용에서 먼저 언급된 사안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 내용이다. 이 내용에는 스몰라이센스 및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내용이 언급된다. 

당시 언급된 주요 내용에는 이번에 뱅크런이 발생해 36시간 만에 파산한 SVB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당시엔 SVB가 파산하기 전이라 실무작업반 참석자들은 이 자료에서 SVB와 관련해 “벤처기업과 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다시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 및 벤처기업 금융중개·지분투자를 수행한다”며 “기술력은 있으나 경영 역량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각종 컨설팅, 행사유치, 보고서작성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우수 사례로 소개했다. 

아울러 실무작업반에선 챌린저뱅크가 은행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고 비용절감 등을 통한 금융서비스 수수료 인하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고 내다봤다. 단점도 언급했는데 충분한 규제 완화 없이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고, 특정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으로 흡수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실무작업반에서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을 통한 과점 해소와 저축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도 논의했다. 카드사의 종합지금 결제 업무 허용도 언급했다. 다만 금융위는 이런 내용들은 아직 당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금융위 특화은행 등 방안 마련 예정대로…전문가는 “시기 늦춰야”

문제는 시중은행의 과점을 깨기 위한 방안 중 첫번째로 제시된 특화은행 도입 논의가 최근 SVB 파산으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SVB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초저금리 시대에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며 국내 도입 모델로 언급돼 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발생에 따른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이 나오자 건전성 위기에 노출됐고, 신용 위험에 따른 예금인출이 심화하면서 파산에 이르는 취약한 경영 구조를 드러냈다. 

국내 은행들은 이런 위험성에서는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계 등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구조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일부 분야에서 부실이 커진다 해도 당장 신용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게 국내 은행의 특징이다.

국내 인터넷은행들도 고객층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게 확보했고, 대출도 신용·전월세대출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이 뱅크런으로 3월 10일(현지시간) 파산하며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하지만 당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화은행의 경우엔 중소기업, 벤처기업, 부동산 등 업무 범위가 세분화 되어 있다. 그만큼 SVB처럼 일부 산업의 경영 악화가 발생하면 은행 역시 수익성뿐만 아니라 자산건전성에까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SVB 파산 사태가 국내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은행 영업·경영 관행·제도 개선 태크스포스(TF)는 예정대로 올해 6월 말까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국은 은행권의 과점 체제 완화와 경쟁 촉진 방법에는 소규모 특화은행 설립만 있는 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및 지방은행의 추가 인가, 지방은행 및 저축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방법이 있는 만큼 다양한 과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의 금융 시장이 SVB 파산과 유럽 주요 은행의 신용 불안 확대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성급한 금융권 개혁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체제 개선보다 미국과 같이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여 은행과 금융소비자의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먼저라는 진단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은행 과점을 조정할 필요까진 없다”면서 “금융 불안이 생긴 지금에서는 당국의 방안 마련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SVB가 겪었던 유동성 문제는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분야에서 비슷하게 나타난 상황”이라며 “이 외에도 예금자보호한도 개선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부터 바꿔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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