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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눈치’ 속 배당 늘리는 4대 금융…'두 마리 토끼' 잡나

[새판 깔린 금융전쟁] ② 16조 순익에 ‘돈 풀기’ 나선 금융지주
SVB 사태에 건전성 우려↑…“충당금 문제 없다”
당국 ‘상생금융’ 기조 맞출까

3 23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 신한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순이익으로 벌어들인 돈은 약 16조원이다. 주주들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올해 주주환원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돈을 번 탓일까.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들의 ‘돈 풀기’에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라며 ‘과도한 돈 잔치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금융당국은 “배당을 많이 할거면 그만큼 충당금을 안전하게 쌓아두라”고 경고했다. 당국과 주주 눈치를 모두 봐야하는 4대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주주환원 강화’, 약속 지키나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조3077억원 늘어난 수치다.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시장 경색 등에 따라 기업 등을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었다. 돈을 번 만큼 풀어야 하는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때부터 올해 주주환원 강화를 약속했다.  

KB금융은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7%포인트 높은 33%로 끌어올리고,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전년보다 4%포인트 증가한 30%로 끌어올렸다. 올해도 분기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린다. 전반적으로 4대 금융지주는 여러 방법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30% 수준으로 맞출 방침이다. 또한 KB금융과 신한금융에 이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3월 주총 때 분기 배당을 정례화했다.  

금융지주사들의 주주환원 강화의 이유 중 하나는 ‘주가 부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의 불만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투자유치에도 부정적”이라며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는 데 배당만큼 확실한 ‘당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4대 금융지주 주총에서 대부분의 안건은 주주들의 지지에 힘입어 무난히 통과됐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지난 2년 간 큰 돈을 번 금융지주사들이 돈을 풀겠다는 시그널을 주다보니 주주들이 주총에서도 호응한 셈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주는 ‘눈치’는 고민거리다. 연초부터 금융지주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되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원칙적으로 배당 문제는 금융사들이 알아서 정할 문제”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의 과도한 ‘이자 장사’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내고 있다. 서민들이 내는 이자로 번 돈을 주주들에게 과도하게 뿌리는 행위에 거부감을 표한 셈이다. 특히 4대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40~70%대에 이르고 있다.

‘배당’ 앞서 ‘상생’이 우선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국내외 유동성 위기 우려도 당국의 걱정을 키우는 요인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월15일 열린 은행권 회의에서 “최근 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손실흡수능력에 문제가 없도록 대손충당금을 열심히 쌓아달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전년 대비 최대 두 배까지 쌓은 상황이다. 대손충당금은 KB금융이 전년 대비 55% 늘어난 1조8359억원, 신한금융이 전년 대비 31% 확대된 1조305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109% 증가한 1조1135억원, 우리금융은 58% 늘어난 8482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늘어난 이익분을 충당금으로 확대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코로나19로 대출상환 유예분이 많은데 이런 부실채권들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충당금을 무작정 더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대비를 했다는 얘기다. 

결국 올해 금융지주사들이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상생금융’이다. 금융당국이 원하는 상생금융은 은행에 이자를 낸 서민들이 혜택을 보는 ‘실질적인 상생’을 말한다. 

최근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꾸준히 인하하며 당국의 상생금융 기조를 맞추고 있다. 이 원장이 최근 4대 시중은행을 릴레이 방문하자 이들 은행들은 금리 인하, 소상공인 협력안 등 상생 보따리를 풀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상생금융 전담 부서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3월27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취임 1주년 기념식에서 내내 강조한 것도 ‘상생 금융’이다.  

특히 이 원장은 신한은행이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목표로 만든 ‘신한소호(SOHO) 사관학교’, 우리은행의 고령층 특화 점포인 시니어플러스에 만족감을 표했다. 은행권에 단순 금리인하 뿐만 아니라 상생 프로그램, 상생점포 같은 상생안을 더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으로도 은행권은 서민, 자영업자와 상생을 기본으로 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당국의 상생 압박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은 은행들에게 단순 대출금리 인하 뿐만 아니라 다른 방식의 상생을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 배당 강화에 나설 금융지주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 환원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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