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10일’ 생막걸리 고집 통했다…‘서울장수 막걸리’가 걸어온 길 [이코노 인터뷰]
배윤상 서울장수 대표 인터뷰
서울 위치한 51개 양조장 합쳐 설립
61년 맛 유지하며 제품 다양화·세계화 꿈꿔
미국∙호주∙중국∙캄보디아 등 30여 개국 수출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막걸리의 숨은 의미를 아세요? 막걸리의 ‘막’은 지금 막 거른, 즉 신선한 술이라는 뜻입니다. 살아있는 효모를 바로 병입해 10일 안에 먹어야 하는 장수 생막걸리가 맛있는 것도 그만큼 신선하기 때문이지요.”
61주년 역사를 지닌 서울장수 막걸리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원조 막걸리인 장수 생막걸리를 비롯해 유자과즙을 넣은 유자 막걸리, 막걸리+사이다 조합을 재현한 막사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MZ세대 입맛까지 유혹하는데 나선 것. 이 뿐 아니라 해외로도 판로를 뚫어 수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배윤상 서울장수 대표를 만나 숨겨진 막걸리 이야기, 변화하는 막걸리에 대해 들었다.
“1960년대 서울에 위치한 51개 양조장이 하나로 뭉친 것이 지금의 서울장수가 됐어요. 당시 국세청에서 효율적인 세금 관리를 위해 양조장 측에 합칠 것을 제안한 것이 서울탁주제조협회가 됐고, 이후 기업으로 성장한 거죠. 현재까지 서울장수 막걸리가 서울 지역 막걸리 소비의 80% 이상을 책임진다고 보면 됩니다”
배 대표는 서울장수의 첫 시작을 설명했다. 과거 막걸리는 지역판매제한 품목으로, 해당 지역에서 제조한 막걸리만 판매할 수 있었다. 기업명 서울장수에 ‘서울’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2000년 지역판매제한이 풀리며 서울장수 막걸리가 서울을 벗어나 전국 지역에서 판매될 수 있었다. 현재 서울장수 막걸리는 전국 막걸리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지역 막걸리에서 전국 막걸리로
전국으로 판매로를 확대한 서울장수 양조장은 현재 서울에 6곳, 충청북도 진천에 1곳 등이 운영되고 있다. 1960년대 당시에는 51개 양조장이 각기 다른 레시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합동제조장 형태로 양조장이 통합되고, 레시피도 통일했다.
통합 과정에서도 막걸리 고유의 특징인 신선함은 고집했다. 배 대표는 대표 제품인 생막걸리 제품에 대해 설명했다.
“장수 막걸리는 전통적인 생막걸리의 제조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어요. 그 증거는 ‘10일’이라는 짧은 유통기한이 말해주고 있고요. 예로부터 가양주로 만든 모든 막걸리 유통기한은 길어도 당일~4일까지가 최선이었거든요. 하지만 현재는 냉장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10일까지로 늘었죠. 살균된 생막걸리라도 30일짜리 전통 막걸리는 존재할 수 없어요. 타사에서는 유통과정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자연 발효되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이 점이 바로 서울장수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선함이라는 철학은 유지했지만, 막걸리 대중화와 위생 등을 위해 패키지에는 변화를 줬다. 지금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페트병 막걸리지만, 과거에는 페트병에 담긴 막걸리가 없었다. 서울장수가 1978년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막걸리를 페트병에 담으며 현재의 막걸리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막걸리 보급은 삼륜차 탱크로리라는 트럭이 담당했고, 상점은 이 트럭으로부터 막걸리를 항아리에 받아 놓은 뒤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바가지로 퍼서 판매했어요. 이는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았을뿐더러 청량한 맛과 신선도도 떨어졌죠. 서울장수가 페트병 막걸리를 개발하면서 막걸리 새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어요.”
MZ세대 겨냥한 달빛유자∙막사∙월매 막걸리
2000년대 들어서는 중장년층 소비자 외에도 젊은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맛의 막걸리를 개발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막걸리와 탄산음료 사이다를 섞어 먹는 레시피가 인기를 끄는 것을 파악한 서울장수는 아예 막걸리+사이다 맛을 재현한 막사 제품을 내놓고, 달콤한 맛을 더한 유자 막걸리 제품인 달빛유자, 탄산감을 최대화한 월매 막걸리 등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견과류 브랜드 '바프'와 협업한 제품 바프허니버터아몬드 막걸리를 출시하고, 힙합 패션으로 인기있는 패션 브랜드 오베이와 콜라보레이션 굿즈를 내놓는 등 다양한 기획을 펼치며 소비자층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요.”
해외 판매망도 확장했다. 2010년부터 해외 수출을 시작한 서울장수는 현재 미국∙호주∙중국∙캄보디아 등 30여 개국으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쌀 문화권으로 쌀 주류에 호의적인 베트남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배 대표는 베트남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직접 현지 한인 대형마트 대표를 만나 취급 종류를 2배로 늘렸다. 베트남에서 막걸리는 비교적 비싼 술로 평가받지만, 건강하고 고급진 프리미엄 술로 각광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 성적표도 좋다. 최근 5년 간 수출 실적은 연평균 8%씩 성장했다. 특히 해외에서 인기 있는 제품으로는 달빛유자, 월매 캔 막걸리, 장홍삼 막걸리가 있는데, 이 제품들은 각각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41%, 101%, 100% 크게 신장했다.
배 대표의 마지막 목표 역시 막걸리의 세계화다. 막걸리에 피자를 즐겨 먹는다는 배 대표는 해외에서 학업을 마치고 수년간 외국 기업에서 근무하며 함께 일한 외국인 친구들이 막걸리를 맛본 후 신기해하며 맛있다고 외친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가 해외 판로 확장에 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살아있는 효모가 든 일명 살아있는 술이에요. 매일 마셔도 매일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이죠. 해외에 사는 한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와인처럼 즐길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막걸리, 나아가 서울장수의 세계화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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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주년 역사를 지닌 서울장수 막걸리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원조 막걸리인 장수 생막걸리를 비롯해 유자과즙을 넣은 유자 막걸리, 막걸리+사이다 조합을 재현한 막사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MZ세대 입맛까지 유혹하는데 나선 것. 이 뿐 아니라 해외로도 판로를 뚫어 수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배윤상 서울장수 대표를 만나 숨겨진 막걸리 이야기, 변화하는 막걸리에 대해 들었다.
“1960년대 서울에 위치한 51개 양조장이 하나로 뭉친 것이 지금의 서울장수가 됐어요. 당시 국세청에서 효율적인 세금 관리를 위해 양조장 측에 합칠 것을 제안한 것이 서울탁주제조협회가 됐고, 이후 기업으로 성장한 거죠. 현재까지 서울장수 막걸리가 서울 지역 막걸리 소비의 80% 이상을 책임진다고 보면 됩니다”
배 대표는 서울장수의 첫 시작을 설명했다. 과거 막걸리는 지역판매제한 품목으로, 해당 지역에서 제조한 막걸리만 판매할 수 있었다. 기업명 서울장수에 ‘서울’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2000년 지역판매제한이 풀리며 서울장수 막걸리가 서울을 벗어나 전국 지역에서 판매될 수 있었다. 현재 서울장수 막걸리는 전국 막걸리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지역 막걸리에서 전국 막걸리로
전국으로 판매로를 확대한 서울장수 양조장은 현재 서울에 6곳, 충청북도 진천에 1곳 등이 운영되고 있다. 1960년대 당시에는 51개 양조장이 각기 다른 레시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합동제조장 형태로 양조장이 통합되고, 레시피도 통일했다.
통합 과정에서도 막걸리 고유의 특징인 신선함은 고집했다. 배 대표는 대표 제품인 생막걸리 제품에 대해 설명했다.
“장수 막걸리는 전통적인 생막걸리의 제조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어요. 그 증거는 ‘10일’이라는 짧은 유통기한이 말해주고 있고요. 예로부터 가양주로 만든 모든 막걸리 유통기한은 길어도 당일~4일까지가 최선이었거든요. 하지만 현재는 냉장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10일까지로 늘었죠. 살균된 생막걸리라도 30일짜리 전통 막걸리는 존재할 수 없어요. 타사에서는 유통과정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자연 발효되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이 점이 바로 서울장수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선함이라는 철학은 유지했지만, 막걸리 대중화와 위생 등을 위해 패키지에는 변화를 줬다. 지금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페트병 막걸리지만, 과거에는 페트병에 담긴 막걸리가 없었다. 서울장수가 1978년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막걸리를 페트병에 담으며 현재의 막걸리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막걸리 보급은 삼륜차 탱크로리라는 트럭이 담당했고, 상점은 이 트럭으로부터 막걸리를 항아리에 받아 놓은 뒤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바가지로 퍼서 판매했어요. 이는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았을뿐더러 청량한 맛과 신선도도 떨어졌죠. 서울장수가 페트병 막걸리를 개발하면서 막걸리 새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어요.”
MZ세대 겨냥한 달빛유자∙막사∙월매 막걸리
2000년대 들어서는 중장년층 소비자 외에도 젊은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맛의 막걸리를 개발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막걸리와 탄산음료 사이다를 섞어 먹는 레시피가 인기를 끄는 것을 파악한 서울장수는 아예 막걸리+사이다 맛을 재현한 막사 제품을 내놓고, 달콤한 맛을 더한 유자 막걸리 제품인 달빛유자, 탄산감을 최대화한 월매 막걸리 등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견과류 브랜드 '바프'와 협업한 제품 바프허니버터아몬드 막걸리를 출시하고, 힙합 패션으로 인기있는 패션 브랜드 오베이와 콜라보레이션 굿즈를 내놓는 등 다양한 기획을 펼치며 소비자층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요.”
해외 판매망도 확장했다. 2010년부터 해외 수출을 시작한 서울장수는 현재 미국∙호주∙중국∙캄보디아 등 30여 개국으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쌀 문화권으로 쌀 주류에 호의적인 베트남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배 대표는 베트남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직접 현지 한인 대형마트 대표를 만나 취급 종류를 2배로 늘렸다. 베트남에서 막걸리는 비교적 비싼 술로 평가받지만, 건강하고 고급진 프리미엄 술로 각광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 성적표도 좋다. 최근 5년 간 수출 실적은 연평균 8%씩 성장했다. 특히 해외에서 인기 있는 제품으로는 달빛유자, 월매 캔 막걸리, 장홍삼 막걸리가 있는데, 이 제품들은 각각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41%, 101%, 100% 크게 신장했다.
배 대표의 마지막 목표 역시 막걸리의 세계화다. 막걸리에 피자를 즐겨 먹는다는 배 대표는 해외에서 학업을 마치고 수년간 외국 기업에서 근무하며 함께 일한 외국인 친구들이 막걸리를 맛본 후 신기해하며 맛있다고 외친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가 해외 판로 확장에 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살아있는 효모가 든 일명 살아있는 술이에요. 매일 마셔도 매일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이죠. 해외에 사는 한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와인처럼 즐길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막걸리, 나아가 서울장수의 세계화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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