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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경쟁력 강화 맞나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현주소]①
국내외 기업 결합 승인 위해 슬롯 ‘반납’
승인 가능성 높지만…“배보다 배꼽이 크다” 주장도

대한항공 보잉787-9. [사진 대한항공]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 결합 승인 결과가 빨라도 올해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양사 기업 결합 실익이 크지 않다” 우려하고 있다. 양사가 국내외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슬롯(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 반납 등의 조치에 나서면서, 이른바 ‘알짜 노선’에 대한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일리지 개편 논란 등의 사례처럼 초대형 항공사에 대한 다소 엄격한 잣대도 부담이다.

그간 국내외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독과점 해소 방안을 내놓은 대한항공의 행보를 보면, 양사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인수합병의 효과와 명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당초 7월 5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과 관련해 심층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측은 심사 기한을 20일(영업일 기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월 3일에 양사 기업 결합 승인 여부가 발표될 전망이다.

해외 기업 결합 승인 가능성 높지만…

당초 EU 집행위원회 측은 1단계(예비) 심사를 진행하다가 지난 2월 독과점 우려 등을 무기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2단계 심사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후 심사 기한 연장을 알리는 등 양사 기업 결합으로 예상되는 독과점 문제 등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EU 집행위원회 측은 양사 기업 결합으로 인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등의 4개 노선에 대해 독과점 우려가 크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 일부에선 “대한항공 측이 EU 집행위원회 측이 만족할만한 독과점 해소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심사 기한이 더 연장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항공업계 안팎에선 “그간 대한항공이 해외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해 경쟁력 약화 우려에도 슬롯 반납 등 적극적으로 독과점 해소 방안을 내놓은 만큼, 해외 기업 결합 승인 가능성은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항공의 인천~런던 노선 신규 취항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 영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을 넘었다. 대한항공은 3월 말부터 버진애틀랜틱항공과 인천~런던 노선 공동 운항에 나선 상태다. 중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선 9개 노선의 슬롯 이전 지원 등의 방안을 내놓고,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슬롯을 받은 항공사들이 해당 노선 운항을 포기해 다른 항공사에 슬롯을 넘겨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슬롯 부족 현상 등을 고려하면 해외 항공사에 내준 슬롯을 우리 항공사가 되찾아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업 결합 당사자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도 양사 기업 결합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지난 3월 성명서에서 “항공 주권을 포기하는 기업 결합은 문제가 있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은 최근 대한항공이 중국과 영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승인 과정에서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한 것을 지적하면서 “EU에서 2단계 심층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추가로 요청하는 운수권, 슬롯이 예상되고, 미국,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EU와 미국, 일본 등에서도 슬롯 반납 등의 독과점 해소 방안이 제출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노선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논리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경쟁력 약화하고, 눈총은 눈총대로 받고

인수합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국내 최초 초대형 항공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싸늘하다. 

대한항공이 개편한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하려다 거센 비판을 받아 전면 재검토에 나서는 등 몸을 낮췄지만, 정치권 등에선 다소 비판적인 목소리가 여전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의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하는 영국 등 해외 대상국에 너무 많은 슬롯을 반환해 국부 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질의하자 “합병 심사를 통과하고 나서 시험 보기 전과 입장이 돌변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결합 심사 과정에서의) 손실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불가피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대한항공이 실질적 경쟁 역량이 있는 노선을 제시하기 위해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엄격한 시선으로 보려 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일부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대한 실익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측이 대외적으로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 효과와 명분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내부에선 양사 결합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다는 목소리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공정위가 양사 기업 결합 승인 조건으로 다소 강도 높은 독과점 해소 방안을 요구한 이후 해외 경쟁 당국도 엄격한 기준을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HD현대그룹이 해외 경쟁 당국의 독과점 해소 방안을 받아들이지 못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것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최종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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