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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낮추니 불티나게 팔린다…소비자들 ‘가성비’ 차량 찾아

[차값이 무서워]②
GM, 마진 포기한 가격 책정으로 주목
KG 토레스…출시 10개월만에 4만대 판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국내 공식 출시됐다. 미국보다 저렴한 가격 등이 특징이다. [사진 GM 한국사업장]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물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자동차 판매 가격이 폭등하면서 합리적 가격대의 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현대차 기아가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견 3사(제너럴 모터스 한국사업장·KG모빌리티·르노코리아자동차)는 실속형 모델 출시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

제너럴 모터스(GM) 한국사업장이 최근 출시한 신차가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형급 크로스오버(CUV) 차량을 2000만원대 가격으로 선보인 덕분이다. 올해부터 GM 창원공장에서 생산돼 국내·외 판매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그 주인공이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국내 판매 가격은(개소세 인하 기준) ▲LS 2052만원 ▲LT 2366만원 ▲ACTIV 2681만원 ▲RS 2739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미국 현지 판매 가격과 비교해 최대 800만원 저렴한 수준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미국 현지 판매 가격은 2810만~3269만원 수준이며, 국내보다 기본 옵션 등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가격은 국내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유사 차급의 모델로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SUV 기아 셀토스의 판매 가격은 2062만~2865만원이다. 동급 모델인 현대차 코나의 경우 2468만~3302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GM 한국사업장이 사실상 마진을 포기하고 내놨다는 말까지 나온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가격은 최근 집계된 자동차 평균 취득가액(판매가격)보다 2000만원가량 낮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신형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국산 및 수입 포함)은 427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040만원) 대비 5.9% 오른 것이다.

정정윤 GM 한국사업장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한국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내수 모델에만 적용한 사양 및 옵션이 많다”며 “이번 가격 책정은 한국 시장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의 신차 토레스가 누적 계약 대수 6만대를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7월 5일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에 전시된 토레스. [사진 쌍용자동차]

KG·르노도 ‘실속형’ 모델에 집중

KG모빌리티 역시 ‘가성비’를 앞세워 치열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브랜드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출시된 토레스는 2800만~3080만원 수준의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전계약 첫날 1만2000대 이상의 계약이 몰렸고,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4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그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중형 SUV로 불린 르노코리아의 QM6 가솔린(2860만~3715만원)보다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추가된 토레스 하이브리드 LPG 모델(판매 가격, 최고 트림 기준 3410만원) 역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로 평가받는다. 국내 첫 번째 LPG 중형 SUV로 주목받은 QM6(3765만원)보다 3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전기차 시대에도 KG모빌리티의 가성비 전략을 계속되고 있다. 3월 31일부터 사전계약을 진행 중인 토레스 EVX의 판매 가격은 4850만~5200만원 내외로 책정될 예정이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판매 가격 5700만원 미만)을 큰 폭으로 하회한다.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화재 가능성이 작지만 생산 단가가 낮은 것으로 알려진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르노코리아도 역시 가성비 전략으로 성공 사례를 만든 중견 자동차 기업 중 하나다. 내수 판매 모델인 QM6와 XM3는 모두 2000만원대 구매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중형 SUV QM6는 2016년 9월 공식 출시 후 약 4주 만에 계약건수(사전계약 포함) 1만대를 돌파하며 순항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상품성 개선 모델을 선보이며 2021년 누적 판매 20만대를 돌파했다.

2020년 3월 국내 출시된 소형 SUV XM3도 대표적인 가성비 모델이다. 출시 당시 판매 가격은 1719만~2532만원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15일 만에 누적 계약 1만600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XM3는 출시 첫 해 3만4091대가 팔리며 르노코리아의 내수 실적을 견인했다. 이듬해에는 수출 물량 증대로 첫해보다 실적이 감소했지만 2021년 1만6535대, 2022년 1만9425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현대차, 기아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견 업체들의 생존을 위해 가성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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